![대박의 그늘 ‘마시멜로 이야기’](https://dimg.donga.com/egc/CDB/WEEKLY/Article/20/06/10/23/200610230500011_1.jpg)
그러자 오마이뉴스에 후속 기사가 나왔다. 이번에는 그 책을 처음 번역했다는 김 씨가 직접 입을 열었다. 출판사가 ‘마시멜로’는 선인세를 많이 준 책이어서 마케팅상 유명인사를 내세워야 한다고 했고, 계약서에 대리번역 사실을 비밀에 부치기로 한 조항이 있었다는 사실까지 밝혔다. 이후 여러 언론이 ‘마시멜로 이야기’ 대리번역 의혹 소식을 다루면서 일파만파가 됐다. 다시 출판사 측의 해명. “김 씨가 번역을 시작했지만 정지영 씨가 여성적 취향과 감각으로 다시 번역하는 게 낫겠다고 판단해 정 씨에게 원문을 보내 번역을 의뢰했다.” 즉, 번역은 두 사람 모두 했지만 최종적으로 출간된 ‘마시멜로 이야기’의 번역자는 정 아나운서라는 것이다.
이 공방을 지켜보고 있자니 지난해 ‘마시멜로 이야기’의 출간 당시가 떠올랐다. 대형 서점마다 정 아나운서를 앞세워 ‘마시멜로 이야기’ 마케팅을 해서 처음에는 정 아나운서가 직접 책을 쓴 줄 알았다. 저자도 아닌 번역자가 수차례 사인회까지 하는 모습을 보고 의아하기도 했다. 어쨌든 ‘마시멜로 이야기’는 호아킴 데 포사다라는 낯설고 발음하기도 어려운 이름 대신 정지영의 마시멜로로 사람들에게 각인됐고, 그 후광으로 100만 부를 판매했다. 새로운 출판마케팅 기법이 주효한 것이다.
그러나 ‘마시멜로 이야기’의 밀리언셀러 등극에 모두 박수만 친 것은 아니다. 이번 의혹이 제기되기 직전 일본문학 번역가인 권남희 씨는 ‘번역하는 아나운서’라는 칼럼(국민일보 9월25일자)에 이렇게 썼다. “…그녀는 인터뷰에서 또 이렇게 말했다. 그렇게 해서라도 사람들이 책을 많이 읽으면 좋지 않느냐고. 좋지 않다.”
‘마시멜로 이야기’의 밀리언셀러 등극이 오로지 정 아나운서의 후광 때문이라고는 믿고 싶지 않다. 진짜 번역자라고 주장한 김 씨가 “사실 이렇게 팔릴 거라 생각하지 못했다. 1만 부나 나갈까 싶었다. 원서의 문장력도 좀 그렇고, 이야기를 전개하는 과정도 그렇고 해서…”라고 한 대목은 씁쓸하다. 그렇다면 100만 명이 넘는 독자들이 순전히 지적이고 예쁜 아나운서 얼굴을 보고 이 책을 집었다는 말인가? 김 씨는 “의리나 신의 때문에 1년 동안 대리번역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는 말도 했다. 차라리 끝까지 밝히지 말지.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의혹은 출판계가 감추고 싶은 ‘불편한 진실’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