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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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조정받은 엔비디아, 여전히 가장 매력적인 AI주” 

이승우 리서치센터장 “애플·MS보다 밸류에이션 낮고 이익성장률 높아… 로봇 관련주로도 유망”

  • 김우정 기자 friend@donga.com

    입력2025-04-21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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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지호영 기자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지호영 기자

    “최근 엔비디아 주가는 고점인 149.43달러(1월 7일)에서 96.3달러(4월 7일)로 약 35% 조정을 받았다. 주가수익비율(PER) 또한 23배로 나스닥 평균 수준으로 내려왔다. 미국 빅테크 가운데 구글 다음으로 주가가 싼 회사가 됐다. 엔비디아는 여전히 애플이나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등과 비교해 밸류에이션은 낮고 이익성장률은 훨씬 높다. 관세 리스크가 해소된다면 엔비디아가 다시 한 번 시장의 관심을 주도적으로 받을 것이라고 본다.”

    “엔비디아, 관세 리스크 해소되면 다시 관심”

    미·중 관세전쟁에 따른 증시 급락으로 직격탄을 맞은 엔비디아 주가에 대해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렇게 분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불붙인 관세 리스크로 자산시장은 시계 제로(0) 상태다. 강온 양면 전술을 구사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 불허 행보와 리스크가 선반영됐다 싶다가도 출렁이는 증시, 나아가 미국과 중국의 경제 패권 대결 결과 등 크고 작은 변수가 산적해 있다. 이에 대해 이 센터장은 “미·중 관세전쟁이라는 변수를 염두에 둬야 하지만 엔비디아가 인공지능(AI) 산업을 주도한다는 큰 그림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며 여전히 엔비디아를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4월 14일 이 센터장을 만나 엔비디아 주가 전망을 중심으로 미·중 관세전쟁이 투자시장에 미치는 영향과 전망 등을 물었다. 

    현재 엔비디아 주가를 어떻게 평가하나. 

    “과거 사례를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지만 보통 반도체 종목 주가는 35∼40% 조정을 받으면 어느 정도 바닥을 잡는다. 경기침체로 가는 다운 턴(down turn)이 아닌 이상은 말이다. 엔비디아 주가는 고점 대비 35%가량 조정받았고 미국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도 약 39% 빠졌다. 그런 점에서 향후 경기가 극한 침체로 가지 않는다면 현재 엔비디아 주가는 리스크를 상당 부분 선반영한 상태라고 본다. 시장 안팎 상황이 더 악화되지만 않는다면 주가가 바닥을 잡고 안정화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가 3월 18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열린 엔비디아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 ‘GTC 2025’에서 피지컬 인공지능(AI) 개념을 설명하며 디즈니·구글 딥마인드와 함께 개발한 로봇 ‘블루’를 소개하고 있다. GettyImages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가 3월 18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열린 엔비디아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 ‘GTC 2025’에서 피지컬 인공지능(AI) 개념을 설명하며 디즈니·구글 딥마인드와 함께 개발한 로봇 ‘블루’를 소개하고 있다. GettyImages

    “반도체 업황 개선, 선제 수요 결과일 수도”  

    전 고점 회복은 언제쯤 가능할까. 

    “엔비디아 주가가 반등할 수는 있으나 적어도 올해 안에 전 고점을 넘어서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AI 산업 분위기가 지난해 상반기나 올해 초 같은 그림이 아니라는 점이다. 가령 최근 MS는 2GW(기가와트) 규모의 데이터센터 계획을 철회했다. 현재 MS의 가장 큰 데이터센터가 약 300MW(메가와트) 규모다. 이 정도 규모 데이터센터가 7개 정도 있어야 2GW가 된다. 그만큼 어마어마한 데이터센터 계획이 무산된 것이다.”

    반도체 업황만 보면 분위기가 좋지 않나. 

    “그렇다. 최근 실적이 알려진 반도체 기업들을 살펴보자. 가령 TSMC의 경우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8% 증가했다. 같은 시기 삼성전자 영업이익은 6조6000억 원으로 시장 예상치인 5조 원을 30% 이상 상회했다. 대만 난야과기는 적자로 이익 자체는 좋지 않지만 매출은 시장 예상보다 10% 넘게 잘 나왔다. 이런 숫자만 보면 반도체 산업 분위기는 굉장히 좋다. 특히 2분기 D램과 낸드플래시 시장 상황을 보면 한두 업체가 아니라 여러 곳에서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의 메모리 분야 실적은 더 좋아질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런 업황에도 불안한 점이 있다. 반도체가 많이 팔리는 게 진짜 수요(real demand)인지, 아니면 관세 부담을 피하려는 선제적 구매인지 아직 확실치 않다는 것이다. 반도체 시장의 현 상황은 좋아 보이지만 앞으로 관세라는 변수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작용할지가 무척이나 큰 변수다. 만약 올해 하반기 미국 인플레이션 지수가 크게 올라가면 소비가 많이 줄어들 것이다. 그런 점에서 올해 하반기에는 여전히 불안감을 안고 시장을 봐야 한다.”

    미·중 관세전쟁이라는 글로벌 정치·경제의 높은 파고에도 엔비디아의 AI 미래 기술 로드맵은 착착 진행되고 있다. 3월 열린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 ‘GTC 2025’에서 엔비디아가 발표한 고대역폭메모리(HBM) 성능 및 용량의 지속적 확대, AI 추론 인프라 대규모 확장, 로봇 개발 플랫폼 공개 등이 대표적이다. 이에 대해 이 센터장은 “GTC 2025에서 2028년까지 로드맵이 나왔는데 그만큼 엔비디아의 타임 허라이즌(time horizon)은 여느 업체들과 달리 굉장히 길다는 점을 시사한다”며 “엔비디아 주가가 단기적으론 140달러를 넘기 어렵겠지만 지금도 AI 관련주 중에서는 가장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로봇주(株)’로서 엔비디아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는데. 

    “만약 로봇 관련주에 투자하고 싶다면 엔비디아를 추천한다. 휴머노이드 로봇의 핵심 기술 역시 AI이기 때문이다. 로봇과 관련된 AI 기반의 제어 소프트웨어 같은 기술이 점차 발전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로봇에 피지컬(physical) AI 모델을 통해 물리 데이터를 학습시키는 것도 준비하고 있다. 다른 로봇 경쟁사보다 월등한 비전을 가졌다고 본다. 현재 관련 기술을 보면 예상보다 빠르게 로봇 상용화 시대가 올 수도 있다. 따라서 앞으로는 로봇 섹터에 투자하는 게 굉장히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특정 기업 투자가 어렵다면 ROBO, BOTZ 등 로봇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에 발을 담그는 것도 좋은 투자 방법일 수 있다.”

    자산시장에서 최대 변수는 미·중 관세전쟁이 현재진행형이며 그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 센터장과 인터뷰 이후인 4월 16일(미국 시간 15일) 트럼프 대통령은 엔비디아의 저가 제품 H20의 대중(對中) 수출을 사실상 금지하고 나섰다. 전날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미국 내 5000억 달러(약 711조3000억 원) 투자 계획을 발표하며 대중 수출 규제가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진 터였다. 엔비디아는 대중 수출 규제로 1분기(2∼4월) 55억 달러(약 7조8000억 원)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치를 내놨다. 이에 대해 이 센터장은 4월 17일 추가로 진행한 서면 인터뷰에서 “55억 달러는 1분기 엔비디아 예상 이익의 20% 수준으로, 대중 수출 규제로 시장 예상보다 이익이 대폭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과의 교역 이슈가 해소되기 전까지 AI 관련 반도체 주가 상승은 제한적이겠지만 일단 해결된다면 엔비디아가 계속 주도권을 유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당장 트럼프발(發) 관세가 부과된 후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등 경제지표가 어떻게 나올지에 도 관심이 쏠린다. ‘중국 때리기’가 도리어 미국 경기 악화로 이어진다면 제아무리 트럼프 대통령도 정책을 수정할 수밖에 없다.   

    “美 하반기 인플레이션 우려, 증시에 상당한 부담”

    미국의 인플레이션 확산 가능성은. 

    “미국의 2월 CPI가 지난해 같은 달 대비 2.8% 올랐고 3월에도 2.4% 상승하는 데 그쳤다. 최근 국제유가 하락 등 영향으로 5월까지는 CPI가 3월보다 낮게 나올 가능성도 있다. 문제는 관세 부과 영향이 현실화하는 6월 이후다. 연말이 되면 미국 CPI가 4% 이상을 기록할 가능성이 있다. 만약 그렇다면 시장이 큰 충격을 받게 된다. 당초 시장에선 미국 물가가 좀 오르더라도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가 금리를 낮추면 헤지할 수 있다고 봤다. 그런데 인플레이션 지표가 4% 이상으로 오르면 상황이 어려워진다. 인플레이션이라는 변수가 올해 하반기 증시에 상당한 부담이 되지 않을까 싶다.”

    투자 관점에서 미·중 관세전쟁 결과를 예상하자면. 

    “당초 미국과 중국이 경제적으로 격돌하면 당연히 중국이 밀릴 것이라고 봤다. 그런데 지금 상황을 보면 잘 모르겠다.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담당 고문 등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참모들이 예상한 것보다 더 급격하게 달러가 약세로 가고 있다. 이렇게 되면 미국 당국 입장에선 물가상승을 헤지하기가 어려워진다. 그런 상황에서 금리마저 오르고 있어 미국으로선 만만찮은 상황이다. 딥시크 쇼크 이후 중국 테크 기업들의 기술력이 상당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주가 밸류에이션을 비교해보면 미국 빅테크 주가가 많이 빠졌음에도 중국 테크 기업들의 밸류에이션이 여전히 훨씬 낮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빅테크 투자만 고집할지, 아니면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릴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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