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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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끓는 물속 개구리’ 된 한국

한반도 전개된 美 B-1B 폭격기론 ‘확장억제’ 어려워

  •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

    입력2023-02-25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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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이 2월 18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5형 고각발사에 성공했다며 공개한 사진. [뉴시스]

    북한이 2월 18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5형 고각발사에 성공했다며 공개한 사진. [뉴시스]

    ‘끓는 물속 개구리’ 이야기가 한때 널리 회자됐다. 변온동물인 개구리는 외부 온도에 맞춰 체온을 조절할 수 있기에 물이 서서히 뜨거워지면 위기를 모른 채 죽는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여러 연구에서 증명된 것처럼 이는 낭설이다. 만에 하나 고온의 물에 들어가더라도 개구리는 어떻게든 살기 위해 발버둥 친다. 사람에 비해 지능이 낮은 개구리도 물이 뜨거워지면 위기를 느끼고 살고자 이리 뛰고 저리 뛰기 마련이다. 그런데 눈앞의 위협을 보고도 그 위협이 자신을 해칠 것이라고 인지조차 못 하는 고등생물이 있다. 바로 ‘한국인’이다.

    이동식 발사차량(TEL) 대거 보유한 北

    북한은 오래전부터 남한을 공격하기 위해 다양한 유형의 탄도미사일과 포병 무기를 개발해왔다. 핵탄두는 물론, 생물·화학무기를 투발할 수 있는 스커드 계열 탄도미사일을 대량으로 배치하고, 수도권 전방에 장사정포와 대구경 방사포를 깔아놓았다. 북한이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위협한 게 1994년 일이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한국인은 북한의 서울 불바다 위협이 나오면 라면과 쌀을 사재기하려고 시장으로 내달렸다. 북한이 동해상으로 미사일이라도 쏘는 날에는 당장 전쟁이 날 것처럼 주가가 요동치고 사람들은 불안에 떨었다.

    2000년대 이후 한국인은 더는 북한 미사일과 포병 무기에 공포를 느끼지 않게 됐다. 군은 실제 그런 능력을 갖췄는지 의심스러운 상황에서 “개전 1시간 만에 적 장사정포 90% 격멸”이라는 허장성세를 부리며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기 시작했다. 일각에선 “북한이 설마 동족에게 그런 무기를 쏘겠느냐”며 북한의 위협을 우려하는 이들을 ‘불안 조성자’나 ‘전쟁광’으로 몰아갔다. 일부 정치인은 미사일을 미사일이라고 부르지 못하게 하면서 ‘미상 발사체’ ‘불상 발사체’ 같은 황당한 단어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우리 사회는 북한이 정확히 한국을 겨냥해 개발한 대구경 방사포와 전술 탄도미사일 위협에 무뎌졌다. 북한의 미사일·방사포 발사 도발은 일상이 됐다. 대다수 언론조차 북한의 무력 도발을 비중 있게 다루지 않는다. 국민은 이제 북한이 어떤 무기를 개발해 무력시위를 하든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북한이 2월 18일 감행한 ICBM 발사에 쓰인 이동식 발사차량(TEL)에 ‘공화국 영웅 메달’로 추정되는 마크(원 안)가 부착돼 있다. [뉴시스]

    북한이 2월 18일 감행한 ICBM 발사에 쓰인 이동식 발사차량(TEL)에 ‘공화국 영웅 메달’로 추정되는 마크(원 안)가 부착돼 있다. [뉴시스]

    북한의 무력 도발에 한국인이 무덤덤해진 사이 북한은 중국의 지원 속에서 지난 몇 년간 ‘퀀텀 점프’ 수준의 미사일, 포병 전력의 발전을 이뤘다. 발사 준비에 1시간 가까이 걸리고 명중률도 형편없는 스커드 계열 미사일은 이제 2선급 전력으로 밀려났다. 그 빈자리를 고정밀 탄도미사일이 대량 배치돼 채우고 있다. 7~10분 안에 기습 발사할 수 있고, 변칙 기동을 통한 미사일방어(MD) 회피 능력과 m 단위 명중률을 보유한 미사일들이다. 북한은 과거 스커드 미사일 발사차량 4~6대 몫을 1대가 할 수 있는 이동식 발사차량(TEL)도 배치했다. 남한 전역에 언제든 대량 핵공격을 퍼부을 준비를 마친 셈이다. 2월 18일 화성-15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와 20일 단거리탄도미사일 발사 등 북한의 최근 위협을 간과해선 안 되는 이유다.

    韓美 공군기지 노린 北 단거리탄도미사일

    북한은 화성-15형 ICBM 발사에 이어 초대형 방사포 발사 무력시위를 벌인 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나서 “적대적인 것에 매사 상응하고 매우 강력한 압도적인 대응을 실시할 것”이라거나 “형편없는 풋내기들이 지지벌거리는 소리를 곧이곧대로 믿어봤자 실제 미국과 남조선이 직면한 위기가 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위협했다. 북한의 이런 위협에 동요하거나 관심을 갖는 국민은 거의 없었다.



    한국인이 자신의 턱밑까지 칼날이 들어온 상황을 위협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마당에, 지구 반대편 미국인이 이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일 거라고 보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미국조차 자국 본토에 전혀 위협이 되지 않는 북한의 단거리탄도미사일과 초대형 방사포 발사에 사실상 무관심으로 대응한 지 오래다. 일부 정치인이나 관료가 정례 브리핑 때 유감을 표명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제재를 지키라고 촉구하고 만다. 미국 본토를 위협할 수 있는 ICBM 시험발사가 이뤄지면 그제야 유엔 안보리를 소집하지만 기껏해야 규탄 결의안이나 비판 성명을 내는 정도에서 그친다.

    미국은 북한이 화성-15형을 발사한 이튿날인 2월 19일 B-1B 폭격기를 한반도 상공으로 전개시켰다. 이들은 군산에서 출격한 미 공군 F-16, 청주와 대구에서 출격한 한국 공군 F-35A, F-15K 전투기들과 교대로 편대 비행한 후 괌으로 돌아갔다. 국내외 언론은 북한 ICBM 도발에 미국이 전략폭격기를 띄워 즉각 대응했다고 호평했다. 한국 정부와 군 당국도 “미 확장억제 전력의 적시적이고 즉각적인 한반도 전개로 한미연합방위태세를 보여줬다”면서 “미국의 철통같은 한반도 방위 공약 이행 의지를 확인했다”고 선전했다. 그러나 필자는 우리 정부와 군의 분석이 오답이라고 본다.

    확장억제(extended deterrence)는 말 그대로 비핵(非核) 동맹국이 제3국으로부터 핵 공격 위협을 받을 경우 미국이 자국 핵전력을 동맹국으로까지 확장해 대응하겠다는 개념이다. 즉 북한이 핵투발 자산으로 한국을 겨냥한 무력시위나 위협을 벌이면 미국도 핵투발 자산으로 대응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 정부가 ‘확장억제 공약 자산’이라고 부른 B-1B 폭격기는 엄밀히 말해 ‘전략폭격기(strategic bomber)’가 아니다. 미 공군 B-1B는 미국-러시아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 발효 이후 기존 B61과 B83 핵폭탄 운용 능력이 제거돼 통상폭격 자산으로 운용되고 있다.

    B-1B는 폭격기치고는 레이더 반사 면적이 대단히 작긴 하다. 하지만 레이더에 전투기 정도 규모로는 포착되기에 한반도 공역 진입과 거의 동시에 북한이 접근한 사실을 인지할 수 있다. 적 수뇌부와 전략 자산이 대피할 시간이 생기는 것이다. B-1B가 평양 상공에 직접 진입하든, 한반도 서남 해역에서 공대지미사일을 날리든 30~40분 대응 여유 시간이 있는 셈이다. 결국 북한에 별다른 위협을 주지 못할 공산이 크다. 그런 점에서 B-1B 무력시위 이튿날인 2월 20일 북한의 단거리탄도미사일 도발에 주목해야 한다. 이때 북한이 쏜 미사일 사거리를 고려하면 오산, 청주, 군산 공군기지를 겨냥한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B-1B를 호위한 전투기들이 출격한 기지에 대량의 초대형 방사포를 투발하는 시나리오에 따라 훈련을 벌인 것으로 의심된다.

    러시아엔 B-2A 스텔스 폭격기 보내는데…

    한국과 미국 공군이 2월 19일 한반도 상공에서 북한 ICBM 도발에 대응해 연합공중훈련을 실시했다. [뉴시스]

    한국과 미국 공군이 2월 19일 한반도 상공에서 북한 ICBM 도발에 대응해 연합공중훈련을 실시했다. [뉴시스]

    미국이 정말 확장억제 공약을 이행하고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고자 했다면 B-1B가 아니라 B-2A가 왔어야 한다. 현재 일본 가데나 기지에 전진 배치된 알래스카 주둔 F-35A 전투기도 B61-12 전술핵폭탄 통합 작업을 마친 기체다. 이들을 보내 군산 앞바다의 직도 사격장에 B61-12 훈련용 모의탄을 투하하는 무력시위를 보여줄 수도 있었다. 그럼에도 미국은 이번 사태를 포함해 최근 몇 년간 ‘확장억제 공약 이행 의지’를 명확히 보여주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핵투발 능력을 갖춘 B-2A 스텔스 폭격기가 러시아 인근 공역까지 날아가 무력시위를 벌이는 것과 크게 대조되는 모습이다.

    북한은 최근 ‘남조선 불바다’ ‘미 본토 타격’을 거론하며 단거리탄도탄과 방사포를 마구 쏴대고 ICBM까지 발사하고 있다. 그럼에도 미국이 사실상 ‘전술 폭격기’ 정도만 한반도에 보내는 이유는 뭘까. 북한이 미국 본토를 위협하지 못한다는 현실적 판단 때문이다. 화성-15형, 화성-17형은 액체연료 방식의 미사일이기 때문에 발사 준비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미국은 북한이 2월 중순 ICBM 도발에 나서리라는 것을 일찌감치 파악해 탄도탄 정찰 자산을 배치해 대비했다. 상업용 위성, 정찰기 항적 분석으로 안보 동향을 파악하는 공개출처정보(OSINT) 전문가들도 하루 이틀 정도의 시간차가 있을 뿐, 대부분 북한의 화성-15형 발사 준비 동향을 사전 예측했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쏠 것인지 몇 주 전부터 파악 가능한 미사일은 미국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발사 준비 단계에서 제압할 수 있다. 미국 입장에선 화성-15형 따위의 도발에 호들갑을 떨 이유가 전혀 없다는 얘기다.

    북한의 단거리탄도탄과 방사포는 어떨까. 더더욱 미국엔 별다른 위협이 되지 않는다. 미 본토에 전혀 위협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유사시 북한이 주한미군 주둔지에 이들 무기를 쏘더라도 미군은 이를 막을 수 있다. 주한미군은 사전에 발사 징후를 파악해 서해상 MD 자산이나 이동식 아이언돔 포대, 패트리엇 PAC-3 등을 오산·군산·평택에 집중 배치해 단거리탄도탄과 방사포를 상당 수준 방어할 수 있다. 기술적으론 미국이 방공 자산을 주한미군에 추가 배치해 한국 측 전략 거점도 지켜줄 수 있을 것이다. 지난 몇 년간 한국은 대북·대중 정책에서 미국과 엇박자를 냈다. 미국이 대중 군사동맹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길 꺼리는 나라에 수준 높은 방어 시스템을 제공할 리 만무하다.

    북한이 지난해 12월 공개한 600㎜ 초대형 방사포. [뉴시스]

    북한이 지난해 12월 공개한 600㎜ 초대형 방사포. [뉴시스]

    북한 미사일 위협 더 진화할 것

    미국은 북한이 고체연료 ICBM을 완성해 미 서부 해안을 향해 쏘기 전까진 미사일·방사포 도발을 지금처럼 사실상 손 놓고 지켜보기만 할 것이다. 북한의 미사일·방사포 위협에 직면한 당사자인 한국이 심장을 겨눈 적의 비수에도 무덤덤해하는 판국이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북한은 더욱 자신감을 갖고 미사일·방사포 전력을 가다듬을 것이다. 한국인의 심장을 겨눈 칼날은 더욱 날카롭고 치명적인 무기로 진화할 수밖에 없다. 우리를 겨냥한 북한의 위협을 제대로 인지해 대책 마련에 온힘을 기울여야 할 때다. “안보 불안을 조성하지 마라”는 일부 세력의 볼멘소리에 적기를 놓치면 대한민국은 언제까지고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냄비 속 개구리만도 못한 위기 감각을 가진 국가와 국민은 생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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