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황교안, 안철수, 천하람, 김기현 당대표 후보(왼쪽부터)가 2월 21일 대전 동구 대전대 맥센터에서 열린 대전·세종·충북·충남 합동연설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양대 노총·북한, 전당대회에 영향
첫 번째 변수는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다. 윤 대통령이 당대표 경선에 개입하는 양상이 이어지고 있다. 차기 당대표가 책임져야 할 22대 총선도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중요할 것이다. 최근 윤 대통령 지지율은 상승세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이 2월 14일부터 사흘간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35%로 나타났다(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1%p. 이하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직전 조사 대비 3%p 오른 수치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미디어트리뷴 의뢰로 2월 13일부터 닷새간 전국 성인 남녀 250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국정수행 지지율 결과에서도 직전 조사 대비 3.5%p 오른 40.4%로 나타났다. 여러 모로 ‘윤심 인증’을 받은 김기현 후보에게 유리한 상황이다.대내외적 요인이 윤 대통령의 지지율 상승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임박한 더불어민주당(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사법 처리와 양대 노총의 회계자료 제출 거부가 대표적이다. 국정 성과를 낸 결과라기보다 반사이익을 본 셈이다. 북한이 2월 18일, 20일 각각 동해상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을 발사한 점도 지지율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일시적 요인일 수 있으나 전당대회 일정까지는 유효할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 변수는 김기현 후보의 정치력이다. 여론조사 민심 1위 후보였던 유승민 전 의원은 당원투표 100% 전대룰 개정으로 배제됐다. 여론조사에서 당원들의 지지를 가장 많이 받았던 나경원 전 의원도 대통령실과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이 압박을 가해 불출마 선언을 하게 만들었다. ‘윤안연대’를 강조하던 안철수 후보에 대해서는 “국정운영의 적”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선을 그은 상태다.
그럼에도 김 후보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과반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당무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작용했을 테지만, 정치력을 발휘해 대통령실과 윤핵관의 행보를 조율하고 세력을 결집할 수도 있었다. 김 후보와 주변 사람들의 구설이 아쉬운 이유다. 김 후보 후원회장을 맡았던 신평 변호사는 안 후보가 당대표가 되면 윤 대통령이 탈당할지도 모른다는 발언으로 논란을 빚었고 이후 후원회장을 그만뒀다. 김 후보도 대권 주자인 안 후보가 당대표가 되면 탄핵이 우려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논란을 일으켰다.
세 번째 변수는 후보자 간 연대다. 결선투표 전 후보 단일화를 하는 경우다. 김기현 후보와 황교안 후보, 안철수 후보와 천하람 후보의 단일화 가능성이 있다. 김 후보는 그동안 비윤석열(비윤)계 흡수에 주력해왔다. 나경원 전 의원과 ‘김나연대’, 조경태 의원과 ‘김조연대’를 성사시켰고, 바른정당 출신 전직 당협위원장 30여 명의 지지 선언도 이끌어냈다.
김 후보 입장에서 향후 가장 중요한 단일화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꾸준히 10% 지지율을 획득하고 있는 황 후보와 단일화다. 황 후보의 지지율을 온전히 흡수할 수만 있다면 산술적으로는 지지율 50% 획득이 가능하다. 결선투표에 갈 필요가 없어지는 것이다. 황 후보가 TV토론에서 김 후보의 울산 KTX 역세권 땅 투기 의혹을 집중 공격하면서 단일화가 물 건너갔다는 설도 나온다. 하지만 이를 공천 지분 확보 차원의 벼랑 끝 전술로 본다면 단일화가 임박한 신호로도 볼 수 있다.
안철수-천하람 단일화 이룰까
안 후보는 천 후보와 단일화를 시도할까. 아직은 뚜렷한 움직임이 포착되지 않는다. 천 후보는 결선투표 진출을 자신하는 분위기다. 그는 2월 20일 한 방송에 출연해 “이미 당원들의 구도는 천하람 대 김기현으로 굳어졌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는 2월 18일 “(천 후보가) 안 후보에 비해 (지지율이) 2% 정도 우위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전 대표의 바람이 담긴 전망이지만 추세적으로 천 후보가 안 후보의 지지율을 잠식해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천 후보는 2월 21일 안 후보에게 동행을 요청하기도 했다. 대전대에서 열린 대전·세종·충북·충남 합동연설회 직후 “안 후보에게 함께하자고 제안했다”고 밝힌 것이다. 천 후보는 “가능하면 안 후보와 금주 중으로 이태원을 방문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 후보 측은 다음 날 “전당대회 중 특정 후보끼리만 모여 이벤트를 하는 것은 누가 봐도 억지”라며 선을 그었다.
네 번째 변수는 돌발 악재다. 김 후보의 울산 KTX 역세권 땅 투기 의혹이 대표적이다. 지역 합동연설회와 TV토론에서도 해당 의혹을 둘러싼 후보 간 공방이 치열하다. 이 전 대표조차 “정치권력을 이용한 투기라고 보기에는 시기적으로나 방법론적으로 개연성이 떨어지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지만 끝까지 방심할 수 없는 사안이다.
기현상도 나타났다. 천 후보와 이 전 대표가 의혹 제기에 제일 열심인 황 후보를 격려하는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천 후보는 “(김기현-황교안 후보의) 단일화가 물 건너갔다”고 주장하지만 이것 역시 희망일 뿐이다. 단일화는 누구도 마지막까지 확신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