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1 번호 신규 가입이 중단된 이후 ‘011 번호값’이 치솟고 있다.
1월1일부터 시행된 번호이동성 제도의 여파로 ‘011 값’이 치솟고 있다. 011번호를 독점해왔던 SK텔레콤이 지난해 말 골드번호를 신규 가입자들에게 공개, 일시적으로 ‘인기 번호’의 공급이 늘었지만 011번호를 원하는 시중 수요가 계속 늘고 있는 것. 일부 011 골드번호가 수백만원에 이르는 고가에 거래되고 있는 것은 2004년부터 이동통신 신규 가입자는 모두 010번호를 받게 돼 기존 가입자의 번호를 사는 방법 외엔 011번호를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011번호 거래가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는 곳은 경매사이트 옥션(www.auction.co.kr)이다. 세 자리 국번의 골드 번호, 즉 연속번호(011-xxx-5555)나 메시지가 있는 번호(011-xxx-2424)는 보통 가격이 100만원에 이르고, 일반 번호의 경우엔 10만~20만원 선에서 낙찰자가 정해진다. 011-XXX-456X을 내놓은 김모씨(33)는 “요즘 심심풀이로 011번호 중개업을 하고 있다”면서 “이동전화의 대명사격인 011번호, 그중에서도 국번이 세 자리인 번호는 용산 전자상가 등 오프라인에서도 활발하게 거래된다”고 전했다.
한 경영전문 월간지의 조사에 따르면 011은 CEO 100명당 85명이 가입해 있을 정도로 우량 가입자가 많은 번호로 통한다. “011에 골드번호까지 얻는다면 그야말로 ‘럭셔리 넘버’가 된다”는 거래에 나선 사람들의 얘기가 반쯤은 맞는 셈이다. 011번호의 인기는 “번호의 자부심이 다르다”는 이미지 전략으로 011의 브랜드 이미지를 관리해온 SK텔레콤의 마케팅이 주효했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이 후발업체들의 공격적인 마케팅에 맞불을 놓으면서도 프리미엄 이미지 유지에 힘쓰고 있는 것도 011의 브랜드 이미지만큼은 계속 유지하고 싶어서다.
한편 011의 럭셔리 이미지를 구축한 SK텔레콤으로선 배아픈 일이지만 5일간의 설 연휴 기간에도 SK텔레콤 가입자 7179명이 KTF로, 1272명이 LG텔레콤으로 이동통신회사를 옮겨 총 8451명이 011 번호를 갖고 타 서비스업체로 이동한 것으로 집계됐다. 1월1일 번호이동성제도가 시행된 이후 모두 24만4000여명이 SK텔레콤을 버리고 후발업체를 선택한 것. 1월25일 현재 그중 3분의 2가 넘는 16만6000여명이 KTF로 이동한 것으로 드러나 KTF에서 SK텔레콤으로의 이동이 가능해지는 7월1일까지의 1라운드 전쟁의 승자는 이변이 없는 한 KTF가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번호이동성제도가 쉽게 자리를 잡은 것에도 ‘주인 없는’ 011의 브랜드 파워가 영향을 미쳤음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