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공대지 순항미사일 천룡 이미지. LIG넥스원 제공
北 조기경보기, 통제 기능 없는 ‘빛 좋은 개살구’
이 조기경보기가 러시아 기술과 부품을 그대로 가져왔다면 그나마 최소한의 성능은 보장됐을 것이다. 하지만 기체 형상과 레이돔 크기, 형상을 뜯어보면 이 조기경보기는 러시아나 중국의 현용 조기경보기 구성품을 그대로 사용하지 않은 듯하다. 러시아의 기술 지원을 받긴 했으나 러시아제 구형 수송기에 러시아가 원산지인 구형 레이더를 붙여 하늘에 띄워놓은 ‘공중 레이더 기지’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게다가 북한이 참고했을 러시아 A-50U 조기경보기도 미국이나 유럽에 비하면 기술 성능이나 운용 전술 면에서 뒤떨어진 퇴물로 평가된다.
북한 조기경보기는 그들이 기존에 갖고 있던 S-300P 방공시스템용 교전통제레이더인 30N6 또는 5N63 ‘플랩 리드(Flap Lid)’ 수동위상배열(PESA) 레이더, 아니면 A-50U에 사용되는 ‘베가 시멜(Vega Shmel)-M’ 회전식 위상배열레이더의 파생형을 달았을 개연성이 크다. 이 레이더들은 카탈로그 데이터로는 당대 최고 성능을 가졌다. 하지만 이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형편없는 성능이 들통났다. 러시아 A-50U가 우크라이나의 저속 장거리 자폭 드론을 제대로 탐지하지 못한 것처럼 A-50U의 ‘열화(劣化)’ 버전인 북한 조기경보기도 유사시 한국이 날려 보내는 미사일이나 전투기에 제대로 대응 못 할 가능성이 크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북한 조기경보기는 한국이나 미국 등 선진국이 사용하는 AWACS 또는 AEW&C 같은 공중조기경보통제기가 아닌, 공중 지휘소 능력이 없는 AEW, 즉 단순 공중조기경보기로 만들어졌다. 북한이 조기경보통제기가 아닌 조기경보기를 만든 이유는 간단하다. 이 항공기에 ‘통제’ 기능을 넣어봤자 무선 네트워크로 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는 방공무기나 전투기가 없기 때문이다. SA-5 또는 SA-2 등 북한의 주력 지대공미사일이나 MIG-19/21/23 계열 전투기는 조기경보기와 데이터 통신이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북한 조기경보기는 공중에서 탐지한 표적 데이터를 지상 관제소로 전송하거나, 인접한 방공부대에 음성 통신으로 표적의 좌표·고도·속도를 불러주는 역할만 할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 이 조기경보기는 평양 지도부에 한미연합군의 미사일이 접근 중이라는 사실을 지상 배치 레이더보다 몇 분 일찍 알려줄 수 있는 정도의 구실을 하는 데 그칠 전망이다.
이 조기경보기가 막으려는 대상은 한미연합군의 순항미사일이다. 한국군은 지상 발사 현무-3 시리즈, 해상 발사 해성-II, 공중 발사 SLAM-ER, 타우러스 KEPD 350, 미군은 해상 발사 토마호크, 공중 발사 JASSM/JASSM-ER 등 순항미사일을 대량 보유하고 있다. 이 미사일들은 관성항법시스템(INS)·위성항법시스템(GPS)은 물론, 디지털 영상 대조 항법(DSMAC) 등 다양한 항법장치를 사용해 지면에 바짝 붙어 비행하면서도 매우 높은 명중 정밀도를 구현한다. 특히 DSMAC 기술을 사용하면 지형을 인식해 산맥이나 건물 등을 타고 넘듯이 비행할 수 있다. 이처럼 10~15m 초저공으로 비행하는 미사일은 북한의 지상 배치 구형 레이더로 탐지하는 게 불가능에 가깝다.

한국 FA-50 경전투기. 천룡은 각종 경전투기에도 탑재 가능한 순항미사일이다. 공군 제공
유사시 평양 쇄도할 한미 순항미사일
특히 미군이 대량 도입하고 있는 JASSM 계열 미사일은 북한 지도부에 악몽과도 같은 무기다. 주한미군의 F-16 전투기에서도 운용 중인 JASSM은 사거리 370㎞ 기본형과 900㎞ 사거리 연장형이 있다. 기본형은 일찌감치 생산이 종료됐고 현재 운용 중인 모델은 대부분 사거리 연장형인 JASSM-ER이다. 이 미사일은 800㎞/h의 비교적 느린 속도로 비행하지만 명중 정밀도가 매우 뛰어나다. 또한 스텔스 설계가 도입돼 토마호크 등 기존 순항미사일보다 탐지·대응이 어렵다. 게다가 관통탄두까지 탑재해 파괴력이 대단하다. 이 때문에 JASSM-ER은 북한이 매우 두려워하는 무기 중 하나지만 한국군은 이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한국군은 과거 JASSM 기본형을 도입하려다가 기술적 이슈로 독일제 타우러스 KEPD 350을 도입했다. 사거리 500㎞ 이상에 강화콘크리트 6m를 뚫을 수 있는 타우러스 KEPD 350도 분명 강력한 무기지만 한 가지 치명적 단점이 있다. 발사중량이 1.4t에 달해 F-15K에서만 운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군에 F-15K가 59대밖에 없는 상황에서 이 미사일의 고중량 이슈는 상당히 큰 문제였다. 이 때문에 한국군은 타우러스 KEPD 350을 참고해 우리 상황에 맞게 변형한 신형 공대지 순항미사일 개발에 나섰다. 이른바 ‘한국형 타우러스’로 불리는 천룡 미사일이다.
최근 폴란드의 유력 군사 전문매체 ‘디펜스24’는 폴란드 공군 FA-50 전투기의 무장으로 천룡이 채택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천룡은 최대이륙중량 13.5t의 경전투기에서도 발사할 수 있는 장거리 타격용 무장이라는 점에서 개발 초기부터 여러 나라의 관심을 받았다. 앞서 언급한 타우러스 KEPD 350은 충분한 엔진 추력과 덩치를 가진 중대형 전투기에서나 운용이 가능하다. 현재 타우러스 KEPD 350을 통합해 운용 중인 전투기는 37t짜리 F-15K, 27t짜리 토네이도 IDS, 24t짜리 유로파이터 타이푼과 F/A-18A 등이다. 다른 장거리공대지 순항미사일인 JASSM-ER, 스톰섀도, 팝아이도 사정은 비슷하다. 미사일 제조사는 최대이륙중량 16.5t급인 그리펜 E/F에서도 타우러스 KEPD 350 운용이 가능하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 무기체계로서 통합된 사례는 없다.
제원상 2~4t 무장이 가능하다고 알려진 소형 전투기가 1t 이상 고중량 미사일을 탑재하지 못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카탈로그 제원상 무장 탑재량 2~4t은 최소한의 연료를 싣고 6~8개 무장 장착대에 각각 수백㎏씩 무기를 분산 장착했을 때의 최대 탑재 능력을 뜻한다. 이를 무시하고 고중량 미사일을 장착할 경우 추력 부족과 무게 밸런스 붕괴로 비행 안정성이 급격히 떨어진다. 날개가 작고 구조 강도가 상대적으로 약한 기종의 경우 공중기동 중 날개가 부러지는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다.

북한이 최근 공개한 신형 조기경보기. 뉴스1
공대지 순항미사일 딜레마 해결한 천룡
이 때문에 전투기에서 발사하는 공대지 순항미사일은 모든 공군이 탐내는 무기지만 쉽게 가질 수 없는 그림의 떡인 경우가 많다. 그런 미사일은 필연적으로 무거워 운용하려면 중형급 이상 전투기가 필요한데, 이 경우 전투기 가격이 대당 1억~2억 달러(약 1470억∼2940억 원)를 가볍게 넘기 때문이다. 이 같은 공대지 순항미사일의 문제를 천룡 미사일은 보란 듯이 해결했다.
최근 노출된 천룡 미사일 테스트 모습으로 추정되는 사진을 보면 FA-50 전투기에 천룡 2발이 장착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해당 기체는 150갤런 용량의 보조연료탱크와 2발의 AIM-9M 사이드와인더 공대공미사일을 함께 장착하고 있다. FA-50의 최대이륙중량은 13.5t으로 이 중 순수 기체 중량이 6.5t, 최대 내부 연료 중량이 2.5t이다. 여기에 150갤런 연료탱크 1개(460㎏)와 사이드와인더 2발(200㎏) 무게를 고려하면 약 3.8t의 여유 중량이 생긴다. 천룡의 기본 발사중량은 900㎏ 정도로 알려졌다. FA-50이 2발의 천룡과 보조연료탱크, 공대공미사일을 모두 장착해도 공중기동에 큰 과부하가 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천룡이 타우러스 KEPD 350에 비해 발사중량이 크게 줄어든 것은 대대적인 설계 변경과 함께 연료량을 조절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천룡은 최대 연료를 탑재했을 때 800㎞급 사거리를 자랑한다. 연료량을 조절해 350~500㎞ 수준으로 사거리를 줄이면 FA-50에 천룡 2발을 탑재할 수도 있다. 350㎞ 정도 사거리만 확보해도 중국과 러시아의 어지간한 중장거리 방공무기 사거리 밖에서 미사일을 쏠 수 있다.
천룡에는 높은 수준의 스텔스 설계도 적용됐다. 스텔스 설계 덕분에 레이더 반사 면적이 기존 타우러스 KEPD 350에 비해 크게 줄었다. 나아가 독자 개발한 전파 흡수 도료까지 칠해 스텔스 성능을 극대화했다. 추진체 역시 기존 타우러스보다 더 우수한 신형 터보팬 엔진을 달아 순항속도를 800㎞/h에서 마하(음속) 1, 즉 1224㎞/h 이상으로 높였다. 서울 상공에서 발사하면 평양 중심부를 10분 안에 타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 타우러스 KEPD 350 기술을 참고한 이중관통탄두까지 적용돼 관통력도 동급 최고 수준이다.
한국 공군은 기존에 도입한 타우러스 KEPD 350이 260발에 불과해 소요량에 크게 못 미친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천룡을 대량 도입해 부족분을 채울 예정이다. 최소 200발의 천룡을 발주하고 궁극적으로는 400발 이상이 생산될 전망이다. 천룡이 대량 배치되면 기존 F-15K뿐 아니라, KF-16이나 FA-50까지 장거리공대지 순항미사일 발사 플랫폼이 될 수 있다. 현실화한다면 한국군의 공대지 화력 투사 능력은 크게 강화될 전망이다. 북한이 한미연합군의 순항미사일을 막으려고 조기경보기를 도입하는 시기에 맞춰 한국군은 해당 조기경보기가 탐지할 수 없는 공대지 순항미사일을 대량 도입하는 것이다.

미국 B-1B 전략폭격기가 JASSM-ER 공대지 순항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록히드마틴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