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20

..

천식을 감기 취급 ‘치명적 오해’

천식 환자 자가진단 절대 금물 … 해열진통제 잘못 먹으면 ‘천식 발작’ 부를 수도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입력2004-01-29 15:23: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천식을 감기 취급 ‘치명적 오해’

    감기나 독감 증세와 다를 때는 천식일 가능성이 높으므로 전문의와 상담하고 검사를 받아야 한다. 기관지 확장제와 스테로이드제의 기능을 동시에 갖춰 천식질환자의 사랑을 받고 있는 천식질환 치료제 세레타이드(아래).

    주부 안순예씨(55)는 4년 전 천식 진단을 받은 이후 흡입제를 사용하고 있는 천식 질환자다. 얼마 전 감기에 걸린 안씨는 천식 치료를 중단한 채 약국에서 구입한 감기약만 복용했다. 그러자 감기가 낫기는커녕 오히려 천식 증상이 더욱 심해지면서 숨이 차고 ‘쌕쌕’ 소리까지 나 결국 병원 응급실로 실려갔다. 천식 치료를 중단하고 감기약만 복용해서 벌어진 일이다.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독감과 유행성 감기가 기승을 부린다. 이즈음이면 천식 환자들의 기침 소리도 더욱 요란해진다. 하지만 천식은 독감, 감기와 증상이 비슷해 진단과 치료에 어려움이 많다. 특히 천식 환자가 감기약을 먹는다며 천식 치료제를 임의로 끊거나, 자신이 천식 환자인 줄 모르고 약을 잘못 복용할 경우 치명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10년 전 천식 진단을 받은 뒤 적절한 흡입제 치료로 생활에 불편을 느끼지 않았던 사업가 이병환씨(63)는 최근 해열진통제를 잘못 먹어 응급실 신세를 졌다. 감기·몸살 증세를 가라앉히기 위해 먹은 해열진통제가 천식 발작을 일으킨 것. 그가 먹은 해열진통제는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인 아스피린이었다. 확인 결과 이씨는 아스피린 과민성 천식 환자로 밝혀졌다.

    비슷하게 보이지만 치료법 달라

    안씨처럼 감기에 걸렸다고 감기약만 먹고 천식 치료를 끊는 경우 상황은 더욱 심각해진다. 환절기의 차고 건조한 공기는 천식을 악화시키는 주요 요인이자 감기 바이러스를 불러오는 주인공. 문제는 감기 바이러스가 천식 환자의 기도에 심각한 염증을 일으킨다는 사실이다. 엎친 데 겹친 상황인데도 대개의 천식 환자들은 감기가 천식과 비슷하다고 생각해 임의로 천식 치료를 중단한다. 이럴 경우 치명적인 천식 발작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경고다.



    중앙대 의대 알레르기 호흡기내과 최병휘 교수(한국천식협회 자문위원)는 “천식 환자들이 감기에 걸렸을 때 아스피린이나 소염진통제를 먹으면 특이체질 반응으로 급성 천식발작, 두드러기, 혈관부종 등 부작용이 생길 수 있으며 심할 경우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천식협회(이하 협회)가 최근 겨울철 천식 환자들이 건강관리를 위해 지켜야 할 7가지 건강수칙과 천식, 독감, 감기 구별법(표 참조)을 발표한 것도 모두 이 같은 맥락에서다. 협회는 천식 환자들이 겨울철에 유의해야 할 수칙으로 △감기에 걸리지 않기(독감 예방주사 맞기와 손 자주 씻기) △감기약 복용시 각별히 주의하기(아스피린이나 비스테로이드계 소염제 복용 금지) △감기 치료시 흡입제 등 천식치료제를 지속적으로 복용하기 △외출시 응급장비 휴대를 생활화하기 △달리기 등 새벽운동 피하기 △주기적으로 실내 환기하기 △섣부른 자가진단은 하지 않기 등을 제시했다.

    서울대 의대 호흡기내과 김유영 교수(한국천식협회 이사장)는 “천식, 감기, 독감은 비슷한 질병처럼 보이지만 그 증상과 치료법이 모두 다르다”며 “천식 환자가 임의로 자가진단을 내리고 천식 치료를 게을리 할 경우 치명적인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천식은 전 세계적으로 어린이에서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모든 연령층에서 나타나는 질병이다. 전체 인구의 5~ 10%인 1억5000만명이 천식을 앓고 있으며, 1년에 18만명이 기관지 천식으로 목숨을 잃을 정도로 위험하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천식을 심한 감기 정도로 생각해 “천식은 그냥 놔두면 좋아지는 병”이라고 생각하거나, 반대로 “치료해봤자 낫지도 않는 병”이라고 잘못 인식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런 인식이 불성실 또는 부적절한 치료로 이어져 천식 환자에게 큰 경제적 손실을 입히거나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게 하는 결과를 낳는다. 실제로 1980년대 초 3~4%에 불과하던 소아천식의 유병률이 2배 이상 늘어나는 등 연령층에 따른 유병률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으며 매년 3000~4000명이 천식으로 사망하고 있는 실정이다.

    천식은 기도에 만성적인 알레르기 염증이 생겨 기도의 과민성이 증가된 상태를 말한다. 때문에 천식 환자는 기도가 예민해져 쉽게 자극받고, 또 자극을 받으면 기도 안쪽이 붓고 객담(가래)이 생기며, 기관지 근육이 수축해 기도가 좁아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천식의 일반적인 증상은 기침, 흉부 압박감, 호흡곤란, 천명(숨쉴 때 쌕쌕거리는 소리). 하지만 천식으로 인한 기침은 일반적인 감기, 또는 기관지염으로 나타나는 기침과 달리 한번 시작하면 연속적으로 나오고 목이 간질간질하며 밤이나 새벽에 악화되는 양상을 보인다. 호흡곤란을 동반하는 경우도 많은데 가벼울 경우에는 목에 가래가 걸린 듯 답답하고 흉부 압박감을 느낄 뿐이지만 심하면 기침과 천명을 동반하고, 최악의 경우 숨을 전혀 쉴 수 없어(호흡부전) 생명을 잃는다. 이 같은 천식 증상은 밤에 더욱 심해지고 정신적인 스트레스, 감기, 기온과 기압 변화에 따라 악화되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기관지천식은 감기나 폐렴처럼 얼마간 앓은 후에 완치되는 질환이 아니다. 한번 발병하면 평생 지속되지만 정기적인 진료를 통해 올바로 치료하면 정상인과 다름없이 생활하고 정상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다. 때문에 자신에게 맞는 천식치료제를 선택하는 일은 삶의 질을 결정할 만큼 중요하다. 천식치료제는 그 작용에 따라 크게 기관지 확장제와 스테로이드제(항염증제)로 구분한다. 기관지 확장제는 좁아진 기관지를 넓혀주는 역할을 하는 약물로 기관지에 직접 작용하기 때문에 짧은 시간에 강한 효과를 나타내지만, 천식의 근본 문제인 기관지의 알레르기 염증을 없애지 못하므로 항염증제를 규칙적으로 함께 사용해야 한다. 최근에는 기관지 확장제와 스테로이드제 두 가지 기능을 동시에 갖춘 약물(세레타이드 등)이 개발돼 간편하고 효율적으로 천식 질환을 관리할 수 있게 됐다. 흔히 스테로이드제제는 부작용이 많고 위험해 무조건 사용하지 말아야 하는 것으로 잘못 알려져 있으나 천식 약에 사용되는 흡입성 스테로이드제제는 전신에 흡수돼 거의 부작용을 일으키지 않을 뿐만 아니라 천식이 조절돼 큰 도움이 된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