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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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단골 배경 … 화성인이 있다면 적인가? 친구인가?

  • 이명재/ 자유기고가 minho1627@kornet.net

    입력2004-01-30 11: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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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속 단골 배경 … 화성인이 있다면 적인가? 친구인가?
    미국의 화성 탐사로봇 ‘스피릿’이 보내오는 화성의 풍경은 인류의 오랜 호기심을 새삼 일깨운다. 행성 가운데 지구와 가장 가까운 화성은 거리만큼이나 지구인에겐 익숙한 존재다. 화성은 그래서 어느 별보다 자주 영화나 소설의 소재가 돼왔다. ‘화성침공’에서부터 최근엔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라는 엉뚱한 책 제목에 이르기까지 그 이름을 빌려줄 정도다. ‘스피릿’의 사진에서 화성은 아직 생명체의 흔적을 찾기 힘든 황량한 붉은빛 사막으로 돼 있다. 그러나 화성에 대한 높은 관심은 무엇보다 생명체, 특히 고도의 지능을 가진 ‘화성인’이 살 것이란 기대감에서 출발했다.

    화성인에 대한 꿈꾸는 듯한 상상은 1877년 스키아파렐리라는 이탈리아의 천문학자가 화성 표면에서 발견했다는 줄들을 프랑스 학자가 인공의 운하라고 잘못 번역하면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에 과학적인 근거가 전혀 없었던 건 아니다. 지구와 비슷하게 24도 기울어져 있어 계절의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추정 등이 제시되면서 ‘화성인 존재설’은 상당한 설득력을 갖고 유포돼왔다. 만약 화성에 생명체가 산다면 이들의 지능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인간 수준의 지능, 또는 인간 이상의 지능을 가질 수도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그들은 지구를 어떻게 대할까? 이는 단지 화성인뿐만 아니라 드넓은 우주에서 인간이 언젠가 마주할지 모르는 다른 생명체들에 대한 기대와 상상이기도 했다. ‘미지의 이웃’에 대한 꼬리를 무는 상상은 영화와 소설에서 두 갈래의 이미지로 나뉘었다. 침략자 또는 친구의 얼굴로. 그러나 대체로 지구인들의 생각은 지금까지 가상의 침략자에 대한 불안과 공포 쪽에 더 가까웠다. B급 영화의 명장 브라이언 드 팔마가 우주로 공간을 옮겨 찍은 영화 ‘미션 투 마스’는 이 같은 양면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서기 2020년을 배경으로 한 이 영화 초반부에서 지구의 우주비행사 3명은 화성을 탐사하다가 괴상한 돌풍에 희생된다. 이 영화에서 화성이 적대적인 얼굴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그 이전부터 형성돼온 화성에 대한 공포감을 다시 한번 반복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 같은 공포의 뿌리는 상당 부분 영국 작가 웰스가 19세기 말 발표한 ‘우주전쟁’에서 비롯됐다. 문어 모양의 화성인이 지구를 침략한다는 이 소설은 지구인들에게 화성인의 이미지를 끔찍한 악당으로 심어주었다. 첫선을 보인 데뷔작의 배역이 악역이었던 셈이다. 이 ‘첫인상’의 여파는 길고도 깊어 이후 지금까지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1938년 미국에선 오손 웰스가 만든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화성인이 지구를 침략한다는 내용의 방송을 내보내자 이를 현실로 착각한 사람들로 인해 대소동이 빚어지기도 했다. 1996년에 만들어진 팀 버튼 감독의 ‘화성침공’은 ‘우주전쟁’ 뒤 100년이 지나서도 화성인에 씌워진 악한 이미지가 여전히 남아 있음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 영화에서 화성인들은 “우리는 평화를 위해 왔다”고 말하면서 비둘기와 사람들을 광선총으로 쏘아 죽이는 살인광으로 나온다. 지구인들은 이들을 우호적으로 대하려고 화해를 시도하지만 화성인들은 사람들을 마구잡이로 죽여 마침내 지구는 멸망의 위기에 빠진다. 결국 한 소년이 화성인들을 물리칠 비장의 무기를 발견하는데 그건 우습게도 흘러간 팝송 가락이었다.

    ‘미션 투 마스’의 경우 초반부는 100여년을 이어온 전통을 잇는 듯했지만 후반부로 접어들면서 화성인의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생존자를 구하러 화성에 급파된 구조단원들이 만난 화성인은 이들에게 지구의 생명 기원이 화성에 있었음을 보여준다. “화성인과 우린 결국 같은 사람들이었어.” 화성인과의 동질성을 발견한 주인공은 이렇게 말하면서 지구로 돌아오지 않고 화성인들을 따라간다. ‘침략자에서 친구로’. 그러나 사실 바뀐 건 화성인이 아니라 과학의 진보가 바탕이 된 인류의, 미지의 생명체에 대한 자신감일 것이다.



    영화의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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