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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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선 티켓 줄게, 입당 어때”

얼굴 알려진 외부 인사들 영입 경쟁 … 공천 개혁과 논리 위배 ‘교통정리’가 관건

  •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입력2004-01-29 10: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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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선 티켓 줄게, 입당 어때”

    한선교, 김강자, 박영선 (왼쪽부터)

    ”불법 대선자금 수사팀의 현직 간부가 월경, 한나라당에 비공개 공천신청을 한 것 같다. 당사자가 누구인지 확인하라.”

    설 연휴를 앞둔 1월 중순, 검찰 등 일부 정보기관 관계자들에게 떨어진 상부의 ‘오더’ 내용이다. 정보기관 관계자들은 설 연휴 동안 확인작업을 벌였지만 신원 파악에는 실패했다. 한나라당 공천심사위 관계자는 “만약 그 사람이 공천을 신청했다면 전구구든 지역구든 원하는 자리를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에는 30여명의 비공개 공천신청자 명단이 있다. 비공개 신청자들은 공직이나 정치활동에 선뜻 나서기 어려운 ‘조직’에 몸담고 있는 인사들이 대부분이다. 이 비공개 신청자들 가운데 상당수는 경쟁력을 갖춘 인물들로 알려졌다. 김문수 공천심사위원장도 1월19일 “깜짝 놀랄 인물이 6~7명에 이른다”고 말했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공천전쟁의 포성이 들리지 않는 안전한 지역에 배치될 가능성이 높다.

    대다수 출마 후보들이 공천경쟁에 시간을 보내는 현실과 달리 당 지도부로부터 러브콜을 받거나 대접을 받아가며 ‘본선’을 준비 중인 사람들도 의외로 많다.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는 설 연휴 전 모 방송국 기자의 이름을 거론하며 “삼풍사고 때 방송하는 것을 봤는데 꽤 괜찮은 것 같더라”고 말했다. 공천심사위 관계자는 “만약 이 기자가 OK사인만 보냈으면 전국구 또는 지역구를 받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깜짝 놀랄 비공개 공천신청자 얼마나 있나



    이번 선거는 TV 등 각종 매체를 통해 얼굴이 알려진 인물들의 발탁이 두드러진다. 열린우리당(이하 우리당)은 1월13일 MBC 전 앵커 박영선씨를 영입했다. MBC 전·현직 앵커인 이인용, 엄기영씨 영입에도 공을 들였지만 불발에 그쳤다. 이에 한나라당은 방송인 이계진 한선교씨를 영입하며 맞섰다. 선거가 점차 미디어, 특히 TV의 영향에 좌우되면서 벌어지는 현상으로 이들은 공천전쟁에서 비켜난 그룹들이다. 당 관계자들은 “이들의 얼굴이 선거에 필요한 만큼 일정 부분 예우를 해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세 과시용 영입인사들도 공천 티켓을 쉽게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당 정동영 의장은 취임 첫날인 1월12일 밤 10시가 넘어 문희상 대통령비서실장과 단둘이 만났다. 늦은 밤 정의장이 문실장을 찾은 이유는 총선 올인작전과 관련, 청와대와 담판을 하기 위한 것. 이 자리에서 정의장은 문실장에게 자신이 만든 청와대 리스트를 보여주며 “모두 데리고 함께 입당해달라”고 강하게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실장은 완강히 반대했지만 점차 수긍하는 분위기로 돌아서고 있다는 게 우리당측의 주장이다. 정의장의 리스트에는 정찬용 인사, 유인태 정무, 박주현 참여혁신수석비서관과 정만호 의전비서관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강철 우리당 외부인사영입추진단장은 1월21일 대구 사무실에서 기자에게 “최근 여론조사를 해보니 강금실 법무부 장관은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와 붙어도 이기는 것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강장관을 영입하면 당지지도가 3%포인트 올라간다”며 강장관 입당을 확신했다.

    ‘DJ(김대중 전 대통령)맨’들도 공천전쟁에서 비켜나 한가로운 표정을 짓는다. DJ정권에서 고위직을 지낸 인사들 가운데 상당수는 호남 패권을 놓고 일전을 벌이는 우리당과 민주당 양쪽 모두로부터 영입제의를 받고 있다.

    국민의 정부에서 민정수석과 정책기획수석, 문화관광부 장관을 역임한 김성재씨는 1월12일 민주당 입당과 동시에 총선기획단장의 중책을 맡았다. 최인기 전 행정자치부 장관, 이태복 전 보건복지부 장관, 박준영 전 청와대 대변인, 조순용 전 정무수석 등이 상종가를 치는 DJ맨들. 이들의 민주당 입당으로 ‘김심’의 무게추가 민주당으로 기울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인재 영입은 나무랄 일이 아니지만 각 당이 벌이고 있는 영입경쟁은 오로지 표를 얻기 위한 몸부림에 불과하다는 비난도 만만치 않다. 특히 각 당이 내세우는 공천개혁과 영입경쟁 사이에 논리가 맞아떨어지지 않는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각 당이 외부인사를 영입하면서 지역구나 비례대표를 입도선매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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