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도
2004년 가장 주목할 신예 기사로 ‘송아지 트리오’가 단연 첫 손가락에 꼽힌다. 1985년생 소띠 동갑내기인 최철한 6단, 박영훈 5단, 원성진 5단. 이들은 지난해 국내·외 무대에서 괄목할 만한 성적을 거둔 까닭에 이제는 ‘황소 트리오’로 불릴 정도다. 이 가운데 최철한 6단은 갑신년 바둑계를 여는 ‘열쇠말’이다. 지난해 천원 타이틀 획득을 비롯해 65승 12패로 다승 1위, 승률(84.42%)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온 연승기록이 16승. 비호지세란 이런 최철한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러나 마지막 관문이 남았다. 이창호 9단! 파죽지세로 치고 올라왔지만 이창호의 관문을 뚫지 못하면 결국 그도 무대 뒤로 나앉아야 했던 수많은 도전자들과 다를 바 없는 신세가 될 것이다. 역사는 2인자를 기억해주지 않는다.
최철한이라는 기사가 대승부사로 올라서느냐, 아니면 그대로 주저앉느냐를 가름하는 대(對) 이창호 9단전이 새해 벽두 펼쳐지고 있다. 국수 이창호에 도전장을 던진 데 이어 기성전에서도 도전자 결정전에서 류재형 6단에 선승, 도전권을 바라보고 있어 이창호 9단과 도합 10번기를 벌일 가능성이 높다. 이 바둑은 그 1회전.
참고도
까지 막상막하의 접전이 펼쳐지고 있다. 그야말로 ‘눈 터지는’ 미세한 형세. 천하의 이창호를 상대로, 그것도 백을 쥐고 이처럼 박빙의 승부를 벌이고 있는 최철한 6단도 정말 대단한 기사다. 그러나 역시 ‘끝내기의 이창호’였다. 흑1의 껴붙임이 멋진 굿바이 안타. 최철한 6단은 고민 끝에 백2를 하나 선수한 뒤 4로 두었으나 흑5~9까지 중앙 백집이 다 지워지고 말았다(다음 흑 ‘A’도 선수).
그렇다고 흑 ▲에 백1로 나가는 것은 흑2가 준비된 수. 그리고 흑4·6으로 두게 되면 당장 흑A의 젖힘이 눈엣가시로 남는다. 284수 끝, 흑 1집 반 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