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의 카드’ 기뢰 부설로 호르무즈해협 봉쇄 나선 이란

세계 경제에 치명적인 강력한 비대칭 무기… 국제유가 배럴당 200달러 전망도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입력2026-03-16 14:0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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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국 화물선이 3월 11일(이하 현지 시간) 호르무즈해협 항해 도중 피격됐다. 뉴시스

    태국 화물선이 3월 11일(이하 현지 시간) 호르무즈해협 항해 도중 피격됐다. 뉴시스

    이란이 보유한 기뢰가 미국과의 전쟁에서 가장 치명적인 무기가 되고 있다. 기뢰는 선박을 파괴하거나 항로를 마비시킬 목적으로 소형 선박이 2~3개씩 설치하는데, 넓은 바다보다 좁은 해협에서 훨씬 위협적이다. 기뢰는 1개당 최저 1500달러(225만 원) 수준으로 다른 무기들보다 저렴하지만 위력은 막강하다. 

    이란은 계류형, 해저형, 부유형 등 각종 기뢰 6000여 개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계류형은 돌기가 있는 원형 폭탄을 사슬에 묶어 바닷속에 닻으로 고정시키는 방식이다. 이란이 보유한 대표적인 계류형 기뢰로는 마함-1이 있다. 해저형은 해저에 가라앉아 있다가 선박 엔진의 소음이나 자기장에 기폭 장치가 작동하는 방식이다. 이란은 마함-2라는 해저형 기뢰도 보유하고 있다. 부유형은 해류를 타고 떠다니다가 선박에 부딪치면 폭발하는 기뢰를 말한다. 이란은 또 잠수부가 직접 배에 설치하는 흡착 기뢰도 보유하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란이 보유한 기뢰는 세계 경제에 막대한 혼란을 야기할 수 있는 단순하지만 가장 강력한 무기”라고 지적했다. 말 그대로 기뢰는 가성비가 높은 비대칭 무기라고 볼 수 있다.

    호르무즈해협 수로 폭 9㎞에 불과

    호르무즈해협은 전 세계에서 기뢰를 부설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다. 이란과 아라비아반도 사이 해협의 가장 좁은 곳은 폭이 39㎞밖에 안 된다. 그나마 수심이 얕고 섬이 많아 수십만 톤급 초대형 유조선이 안전하게 통항할 수 있는 실제 수로의 폭은 9㎞ 정도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들어오는 쪽 3㎞, 나가는 쪽 3㎞, 중앙분리대 역할을 하는 중앙의 3㎞로 나뉘어져 있다. 유조선들의 충돌을 막기 위해 ‘통항분리방식’을 적용해 수로를 쪼갠 것이다. 초대형 유조선 두 세척이 기뢰에 충돌해 침몰할 경우 호르무즈해협은 마비될 수 있다. 데이비드 페트레이어스 전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호르무즈해협에 기뢰 몇 개만 설치해도 선박 운항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호르무즈해협에선 평상시에는 유조선과 화물선, 컨테이너선 등을 모두 합쳐 하루 평균 138척이 통과해 왔다. 외국 선박들의 주요 목적지는 중국과 인도, 일본, 한국, 동남아 등 아시아 국가들이다. 국제 에너지 전문가들은 해협 봉쇄가 7주 이상 지속될 경우 자칫하면 1930년대 대공황에 맞먹는 극심한 글로벌 경기침체가 닥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란은 미국과의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최후의 카드’인 기뢰 부설에 나서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정보기관 관리를 인용해 미군이 기뢰 부설에 사용될 수 있는 이란 대형 함정을 파괴했지만, 이란 혁명수비대는 3월 12일(이하 현지 시간)부터 소형 함정들을 이용해 기뢰를 깔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미군은 그동안 호르무즈해협 봉쇄를 막기 위해 이란의 기뢰 부설함 30여 척을 격침하는 등 총력전을 벌여왔다. 하지만 혁명수비대가 미군 감시망을 쉽게 피할 수 있는 소형 선박을 동원해 게릴라식으로 기뢰를 부설한다면 완벽하게 차단할 수 없다. NYT는 혁명수비대가 소형 선박을 수백 척, 심지어 수천 척까지 투입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혁명수비대는 소형 고속정들을 대량 보유하고 있으며 민간 선박들도 동원할 수 있다. 혁명수비대는 호르무즈해협을 지나려는 선박을 모두 불태워 버리겠다면서 걸프 지역에서 단 1리터의 석유 수출도 허용하지 않겠다고 경고해 왔다. 



    기뢰 부설로 인한 호르무즈해협 봉쇄는 세계 경제에 타격을 가하게 된다. 이를 통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압박하려는 이란은 더욱 강력한 지렛대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이란의 새로운 국가최고지도자로 선출된 아야톨라 세예드 모즈타바 하메네이는 3월 12일 국영TV를 통해 발표한 첫 공식 성명에서 “적(미국·이스라엘)을 압박하는 수단으로서 호르무즈해협 봉쇄라는 지렛대를 계속 사용해야 한다”면서 국제유가를 무기 삼아 결사항전을 이어가라는 명령을 내렸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란이 보유한 기뢰는 세계 경제에 막대한 혼란을 야기할 수 있는 단순하지만 가장 강력한 무기”라고 지적했다. 뉴시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란이 보유한 기뢰는 세계 경제에 막대한 혼란을 야기할 수 있는 단순하지만 가장 강력한 무기”라고 지적했다. 뉴시스

    “석유 시장 역대 최대 공급 차질”

    이란의 전략은 세계 에너지 수송의 요충지인 호르무즈해협을 사실상 봉쇄하고 걸프 산유국들의 유전과 정유 등 에너지 시설을 드론과 미사일로 공격해 국제유가를 폭등하게 만드는 것이다. 에너지 컨설팅 업체 우드 맥켄지의 사이먼 플라워스 수석 애널리스트는 “국제유가가 2026년에 배럴당 200달러에 도달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경고했다. 이 경우 걸프 산유국들은 물론 각국이 미국에 전쟁 중단을 요청할 수밖에 없고 미국 국민들의 전쟁 반대 목소리도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휘발유 값이 폭등할 경우 11월 중간 선거를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은 정치적으로 엄청난 궁지에 처한다. 이번 중간선거의 최대 이슈는 ‘생활비 부담(affordability)’으로, 휘발유 값 등 생활물가 상승은 중간선거 판세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이란이 호르무즈해협 봉쇄 위협을 계속 하도록 내버려 둔 채 전쟁에서 빠져나올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한 셈이다.

    실제로 혁명수비대는 주로 호르무즈해협을 지나는 외국 선박들을 집중 공격하면서, 걸프 산유국들은 물론 페르시아만 전역의 유조선과 에너지 시설 등을 겨냥한 사실상의 ‘해상 테러’ 방식으로 공격을 감행하고 있다. 혁명수비대는 3월 12일 쿠웨이트와 인접한 이라크의 바스라 항구에 정박한 유조선 2척을 무인 수상정(해상 드론)으로 공격해 상당한 피해를 입혔다. 바스라 항구는 페르시아만의 가장 깊숙한 곳으로 호르무즈해협과는 무려 800㎞나 떨어져 있다. 혁명수비대는 또 자폭 드론으로 오만의 살랄라 항구의 연료 탱크를 타격했다. 살랄라 항구는 호르무즈해협 밖에 있는 아라비아해의 주요 거점으로, 이란이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할 경우 대체 경로로 활용할 수 있는 곳이다. 살랄라 항구는 호르무즈해협에서 900㎞ 떨어져 있다. 그런가 하면 혁명수비대는 3월 14일 호르무즈해협을 대체할 원유 수출 경로인 아랍에미리트연합(UAE) 푸자이라 항구를 자폭 드론으로 공격했다.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봉쇄와 걸프 산유국들의 에너지 시설 공격으로 국제유가가 폭등하자 국제에너지기구(IEA)는 3월 11일 미국 주도로 긴급 이사회를 열고 총 4억 배럴 규모의 전략 비축유를 방출하기로 결정했다. IEA의 전략비축유 방출은 역사상 6번째로, 이번 방출 규모는 역대 최대다. 기존 최대치는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당시 1억8200만 배럴이었다. 평상시 호르무즈해협 하루 통과량 2000만 배럴 중 전쟁으로 인해 1500만 배럴이 묶였다고 계산할 경우, 4억 배럴로는 26일분을 상쇄할 수 있다. 세계 일일 사용량 기준으로는 4일분이다. 국가별 방출 물량은 IEA 32개 회원국 전체 석유 소비량에서 개별 국가가 차지하는 소비량에 비례해 산정했다. 미국은 43%에 해당하는 1억7200만 배럴, 한국은 5.6%에 해당하는 2246만 배럴을 각각 방출한다. 하지만 국제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넘는 등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IEA는 월간 보고서에서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글로벌 석유 시장 역사상 최대 규모의 공급 차질을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한국 등 7개국에 호르무즈해협 파병 요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3월 13일 메릴랜드주 앤드류스 합동기지에서 에어포스 원에 탑승하기 전 기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3월 13일 메릴랜드주 앤드류스 합동기지에서 에어포스 원에 탑승하기 전 기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트럼프 대통령은 3월 13일 호르무즈해협의 자유롭고 안전한 통행을 보장하라며 이란 경제의 핵심 지역인 하르그 섬 일부를 폭격하라고 명령했다. 호즈무즈해협에 있는 하르그 섬은 이란 전체 원유 수출 물량의 90%를 처리하는 핵심 수출 터미널로서 이란의 전쟁 자금줄 역할을 하고 있는 전략 요충지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미군은 원유와 관련된 시설을 제외하고 하르그 섬의 군사시설들을 공습해 파괴했다. 혁명수비대는 하르그 섬을 비롯해 아부무사 섬 등에 지대함 미사일과 드론 등을 배치해 호르무즈해협을 지나는 외국 선박들을 공격해 왔다. 미국의 하르그 섬 군사시설 폭격은 호르무즈해협에 대한 이란의 봉쇄 시도를 저지하기 위한 군사적 압박 조치라고 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일본에 배치돼 있던 강습상륙함 트리폴리호와 제31해병원정대 소속 병력 2500명을 중동 지역으로 이동할 것을 명령했다. 지상 작전까지 가능한 이 병력은 현재 배치된 미군 5만 명과 합류해 호르무즈해협 일대에 있는 이란의 지대함 미사일 제거 등을 수행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동맹국을 비롯한 제3국에 이란을 향한 군사작전에 동참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3월 14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한국·일본·영국·프랑스·중국 등 5개국에 호르무즈해협으로 군함 파견을 요구한 데 이어 다음 날 기자들에게 7개국에 호르무즈해협 호위 연합 참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호르무즈해협에서 석유의 흐름을 막는 조치를 취하면, 미국은 이란이 국가로서 재건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들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미국과 이란의 전쟁 승패가 호르무즈해협 통제권과 국제유가에 달려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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