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자폭 드론 루카스(LUCAS: 저비용 무인 전투 공격 시스템). 미국 중부사령부 제공
소련 핵 타격용으로 개발된 토마호크 미사일

이란에 대한 ‘장대한 분노’ 작전이 시작된 2월 28일(현지 시간) 미국 해군 이지스 유도 미사일 구축함 델버트 D. 블랙에서 토마호크 미사일이 발사되고 있다. 미국 전쟁부 제공
지상 기반 레이더는 산이나 건물 같은 전파 방해 물체를 피하기 위해 높은 곳에 설치된다. 이때 전파의 조사(照射) 방향은 하늘이다. 이 때문에 지상 레이더에는 사각지대가 생긴다. 그래서 하늘 위 레이더 기지인 조기경보기가 널리 보급되기 전에는 지상 레이더의 사각지대를 이용해 적진으로 침투하는 저공 침투 전술이 유행했다. 이 시기 등장한 B-1B 폭격기나 F-111 전투기, 유럽의 토네이도 등이 날개가 접히는 가변익 구조를 채택한 것도 저고도 고속 침투를 위해서다.
F-111 전투기는 60m 낮은 고도에서 고속 침투 비행이 가능해 ‘죽음의 휘파람’이라는 별명으로 불릴 정도로 소련에 위협적인 무기였다. 그런데 토마호크는 F-111보다 훨씬 작아 레이더에 잘 잡히지 않는 데다 전투기보다 더 낮은 고도로 날 수 있다. 과거 소련을 포함한 그 어떤 나라의 방공망으로도 효과적인 대응이 불가능했다. 심지어 토마호크는 명중률도 매우 우수해서 미터(m) 단위 정밀도로 표적을 타격할 수 있었다. 여기에 핵탄두까지 장착할 수 있는 토마호크는 미국 입장에선 강력한 회심의 한방, 소련에는 공포의 대상이었다.
이처럼 냉전 당시 토마호크는 퍼싱-II 미사일과 함께 소련에 엄청난 전략적 압박을 가한 무기였다. 그래서인지 토마호크 배치 후 소련은 미국에 군축 협상을 요청했다. 서독에 배치된 지상 발사 토마호크는 모스크바를 사정권에 두고 있었다. 미국과 달리 조기경보기 전력이 매우 취약한 소련은 이 미사일에 대응할 방법이 없었다. 탄도미사일인 퍼싱-II에 대응하려면 미사일 방어체계, 순항미사일인 토마호크를 잡으려면 저고도 방공체계를 새로 구축해야 했다. 1980년대 들어 경제가 무너지고 있던 소련으로선 그럴 여유가 없었다. 이에 미국은 소련과 중거리핵전력조약(INF)을 체결하는 성과를 거뒀다. 유럽을 위협하던 소련 중거리 핵미사일을 모두 없애는 조건으로 핵탄두 탑재 토마호크를 퇴역시킨 것이다.
물론 미국은 뛰어난 성능의 토마호크를 포기하지 않았다. 핵탄두 대신 재래식 탄두를 달고 전술적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토마호크를 만들었다. 그렇게 배치된 재래식 탄두 토마호크는 걸프전 당시 세계 최고 밀집도를 자랑하던 이라크 바그다드의 방공망을 가루로 만들었다. 페르시아만에서 미군 군함이 이라크를 향해 토마호크를 발사하는 장면은 CNN을 통해 생중계됐다. 이후 토마호크는 미국의 개전을 알리는 효시(嚆矢)로 대중의 뇌리에 각인됐다.
미국, 이란 전쟁 사흘 만에 토마호크 4년 생산량 사용

지난해 10월 영국 런던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이란핵반대연합(UANI)’ 기자회견에 전시된 러시아군 샤히드-136 드론. 뉴시스
미국은 토마호크를 대량 생산해 사용했고 이 과정에서 생산 가격도 낮아졌다. 1990년대 초반 생산된 토마호크 미사일은 1발에 80만~120만 달러(약 12억∼18억1000만 원)였다. 2010년대 이후 등장한 블록 IV 모델 가격은 60만 달러(약 9억 원)까지 가격이 내려갔다. 장거리 타격용 미사일 중에는 상당히 저렴한 편이다.
다만 미국이 실전에서 막대한 양의 토마호크를 소모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미국은 1991년 사막의 폭풍 작전 때 297발의 토마호크를 썼다. 미국 입장에선 걸프전에 비하면 저강도 전쟁이었던 1999년 코소보 공습 때도 240발을 썼다. 2003년 이라크 침공 작전 초기 ‘충격과 공포’ 작전에서는 무려 725발을 쐈다. 국지 공습 작전이던 2011년 리비아 오디세이 새벽 작전에선 112발, 2017년과 2018년 시리아 공군기지·화학무기 생산 시설 공습에는 한 번의 일제 공격 때마다 59~66발을 퍼부었다. 최근 이란과의 전쟁에서 미국은 개전 3일 만에 400발을 쐈다. 지난 20년간 토마호크 미사일의 생산율은 매년 최대 100발이었다. 이번 이란 전쟁에서 미국은 전쟁 초반 사흘 만에 4년 치 생산량을 쓴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은 설비를 늘려 토마호크 생산량을 연간 1000발로 확대할 예정이다. 문제는 높은 가격이다. 현재 생산되는 표준 모델인 토마호크 블록 V 가격은 1발에 250만 달러(약 37억7000만 원)이고, 다목적용으로 개량한 블록 Va 모델은 1발에 400만 달러(약 60억4000만 원)가 넘는다.
이런 미사일을 쏴서 파괴하는 대상이 이란 고위 지휘관이 숨은 지휘소나 대당 수천만 달러가 넘는 탄도미사일 발사대라면 아깝지 않다. 반면 내부에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없는 막사나 창고를 때릴 때는 비용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특히 평지가 많은 중동에선 토마호크가 접근하는 것을 미리 알고 기관포나 보병 휴대용 지대공 미사일로 요격하는 게 크게 어렵지 않다. 이 때문에 미국이 발사한 토마호크 중 적지 않은 수가 격추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눈길을 끈 것이 이란의 샤히드 시리즈 드론이다. 2022년부터 이란이 러시아에 대량 수출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악명을 떨친 샤히드-136은 토마호크보다 긴 사거리를 가졌음에도 비교 불가능할 정도로 저렴한 새로운 타격 무기다. 이란은 샤히드-136을 첨단 무기처럼 선전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우크라이나가 격추해 분해한 결과 샤히드-136은 중소기업이나 가정집 차고에서도 만들 수 있을 만큼 단순한 기계장치였다.
샤히드-136는 큰 양력을 낼 수 있도록 유리섬유로 된 큰 날개와 작은 동체를 가졌다. 여기에 레저용 초경량항공기나 경비행기에 들어가는 저가형 2행정 4기통 휘발유 엔진, 인터넷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비행 제어용 칩과 위성항법장치를 조종계통과 결합됐다. 이렇게 만든 샤히드-136의 생산 비용은 2만 달러(약 3000만 원)였다. 여기에 전자광학카메라나 양방향 위성통신 장치 등이 결합된 고가형 모델 가격은 8만 달러(약 1억2000만 원)까지 오른다. 다만 50㎏ 탄두를 싣고 2500㎞를 날아가 터지는 단순 비행 폭탄 형태의 오리지널 모델은 여전히 2만 달러대다.
미국 루카스 대당 가격 5300만 원
이런 자폭 드론이 무서운 이유는 가격과 생산성 때문이다. 구조가 단순하고 생산비가 저렴한 샤히드-136은 현재 러시아에서 ‘게란-2’라는 이름의 복제형이 매월 6000대 이상 생산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매일 적게는 100대, 많게는 800대에 이르는 게란-2 드론 공격을 받고 있다. 물론 우크라이나도 비슷한 드론을 대량 생산해 러시아에 똑같이 갚아주고 있다. 두 나라가 매일 수백 대의 장거리 자폭 드론 공방전을 벌이는 모습을 본 미국은 지난해 5월 자폭드론 ‘루카스(LUCAS)’를 만들어 드론 물량전에 뛰어들 태세를 갖췄다. 우크라이나에게서 받은 샤히드-136을 바탕으로 설계한 미국판 샤히드였다.루카스는 ‘저비용 무인 전투 공격 시스템’(Low-cost Uncrewed Combat Attack System)이라는 이름답게 최대한 저렴하게 전투를 수행할 목적으로 개발된 드론이다. 외형만 보면 샤히드-136과 똑같지만 크기를 다소 줄이고 모듈화 설계로 범용성을 높였다. 루카스는 동체부터 엔진, 항법장치까지 모두 상용 제품을 썼다. 그 덕분에 미국에서 소량 생산됐음에도 초도 물량 가격을 대당 3만5000달러(약 5300만 원)까지 낮출 수 있었다. 토마호크 최신 버전인 블록 Va 가격 400만 달러와 비교하면 114분의 1 수준이다.
미국은 올해 1월 베네수엘라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체포 작전 때 루카스를 처음 사용했다. 이어서 이번 이란 전쟁에서도 루카스를 쓰고 있다. 해당 드론을 사용해 본 미군은 극찬을 쏟아낸다. 이란 전쟁을 지휘하는 브래드 쿠퍼 미국 중부사령관은 “루카스는 없어서는 안 될 무기”라면서 “저렴한 가격과 빠르고 간편한 생산성이 최대 강점”이라고 호평했다. 팀 호킨스 중부사령부 대변인은 “루카스는 대당 3만5000달러에 불과한 저비용 확장형 시스템으로, 비슷한 효과를 내는 다른 장거리 타격 시스템에 비해 매우 저렴한 동시에 더 많은 능력을 갖췄다”고 말했다.
루카스는 샤히드-136과 비슷하지만 엔진 출력이 조금 향상됐고 모듈식 구조를 쓴다. 머리 부분이 모듈화돼 폭발성 탄두 모듈이나 방해 전파를 쏘는 전자전 모듈을 붙일 수 있다. 루카스는 18㎏ 모듈을 달고 180~200㎞/h 속도로 800㎞를 날아갈 수 있다. 최근 이란·이라크의 무기나 기지를 루카스가 타격하는 사진 및 영상도 공개됐다. 이를 분석해보면 루카스의 파괴력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 18㎏ 탄두중량은 연평도 포격 도발 때 북한이 쓴 122㎜ 방사포탄과 비슷한 수준이다.
물론 루카스 같은 장거리 자폭 드론이 만능은 아니다. 800~900㎞/h급 속도를 내는 토마호크보다 훨씬 느리고 탄두 중량은 9분의 1에 불과하다. 적의 재밍이나 대공포에도 취약하다. 그럼에도 미국이 루카스를 극찬하는 것은 미국 중부사령관이 밝힌 것처럼 매우 싼 가격과 엄청난 생산성 때문이다. 러시아만 해도 정부 재정난과 국제사회의 제재에도 매달 6000대의 게란-2를 찍어내고 있다. 풍족한 재정은 물론 뛰어난 생산 역량을 갖춘 미국이 유사한 무기를 작정하고 만들면 하루 수천 대도 생산할 수 있다. 게다가 이런 자폭 드론은 공터나 일반 선박 갑판, 심지어 건물 옥상과 픽업트럭에서도 발사할 수 있다.
그러나 제아무리 장거리 자폭 드론도 토마호크나 JASSM과 같은 순항미사일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는 게 필자의 견해다. 드론이 수백 ㎏에 이르는 탄두와 센티미터(㎝ ) 단위 정밀도를 바탕으로 하는 첨단 순항미사일의 고유 역할을 대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미국은 토마호크의 연간 생산량을 현재의 10배인 1000발, JASSM 계열의 연 생산량을 2200발 수준으로 높이고 있다. 루카스 같은 장거리 자폭 드론을 순항미사일과 섞어서 쏘는 전략을 짠 것이다. 자폭 드론은 정밀·고위력 순항미사일로 적의 숨통을 끊어놓기에 앞서 상대를 그로기 상태로 만드는 수단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