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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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색 최강자 ‘구글’ 발톱을 세우다

2001년 한국 상륙 이어 최근 법인 설립 준비 … 이르면 올해부터 마케팅 ‘시장 공략 본격화’

  •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입력2004-01-29 13: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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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색 최강자 ‘구글’ 발톱을 세우다

    미국 기업들은 구글 검색에서 상위에 오르는 방법을 조언하는 전문 컨설턴트를 고용하는 등 구글 검색목록에서 상위에 오르려고 안간힘을 쓴다.

    대학원생 이재윤씨(30)는 요즘 색다른 내기에 푹 빠져 있다. 이씨가 실험실 동료들과 함께하는 내기 놀이의 이름은 구글웨이킹, 게임 도구는 검색엔진 ‘구글’(www.google. com)이다. 미국에서 유래된 것으로 즐기는 방법은 간단하다. 단어 하나를 정한 뒤 참가자들이 정해진 단어와 함께 임의로 선택한 단어를 구글 검색창에 적어넣는다. 2개의 단어를 검색엔진에 입력해 검색결과가 가장 적게 나온 이가 판돈을 가져가는 것이다.

    이씨와 그의 동료들이 게임 도구로 이용하는 구글은 누구나 한번쯤은 ‘정체가 무엇일까’ 하는 의문을 가졌을 베일에 가려진 검색엔진이다. 기업을 공개하지 않은 터라 고향인 미국에서도 구글의 이모저모는 구체적으로 알려진 게 별로 없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소비자들이 제품의 매력에 흠뻑 빠져 사랑을 느끼고 목말라한다면 그 제품은 틀림없이 대박을 터뜨리게 마련인데, 게임 도구로까지 이용되는 구글이 바로 그렇다는 점이다.

    ‘빠르고 정확’ 강점 … 상업성도 배제

    검색 최강자 ‘구글’ 발톱을 세우다
    2001년 3월 한국어 서비스를 시작한 구글은 한국어를 비롯해 80여개의 언어로 전 세계에 제공된다. ‘구글’이란 고유명사가 영어권 국가에선 형용사 동사로 쓰일 만큼 구글은 검색의 최강자로 통한다. ‘I googled it’은 인터넷으로 검색해봤다는 뜻이고, ‘to google’은 특정인을 만나기 전 검색엔진에서 그와 관련된 정보를 찾아봤다는 뜻이다. ‘google dance’는 덩실덩실 춤을 출 정도로 기쁘다는 관용어구로 사용되는데, 구글의 검색순위가 상승한 기업주들이 기뻐 날뛰는 모습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숱한 마니아들을 몰고 다니며 인터넷 세상을 배회하는 구글은 유령을 닮았다. 한번 구글을 만난 사람은, 검색서비스 하나로 폼 나는 광고 한번 없이 입소문만으로 힘을 키운 소스라치게 강한 이 유령의 마력에서 헤어나기 어렵다. 가수 예진의 일을 돕고 있는 양석원씨(28)는 상업화에서 한발 비켜선 듯 보이는 구글의 신비주의에 매료된 구글 마니아 중 한 사람. 그는 구글 로고가 박힌 검정색 티셔츠를 입고 구글을 통해 날마다 변하는 세상을 본다. 그는 “나를 끊임없이 구글거리게 만드는 구글이 좋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구글을 들락거리는데 늘 흡족해하며 돌아온다. 특히 구글의 로고를 사랑한다”고 했다.



    양씨가 구글과 첫선을 본 것은 3년 전. 침이 마르도록 구글을 칭찬한 영국의 한 일간지의 기사를 읽고 처음 들어가 본 구글의 생김새는 썰렁하기 그지없었다. “에이, 이게 뭐야.” 보이는 것이라곤 덩그러니 앉혀진 검색창과 구글 로고뿐이었으니 그럴 법도 했다. 하나 실망은 잠시, 그가 구글의 로고에 흠뻑 빠져드는 데는 단어 서너 개를 검색창에 쳐넣는 시간이 필요했을 뿐이었다.

    구글은 웹사이트에 올려놓은 PDF나 DOC 같은 문서를 긁어낼 정도로 힘이 좋다. 구글 마니아인 웹디자이너 최정목씨(34)는 “구글은 빠르고 정확하다. 내가 찾으려고 했던 정보를 찾아주는 것은 물론이고 내가 원하던 것보다 훨씬 유용한 정보를 그보다 앞서 찾아준다”고 말했다. 모 회사에서 6000여명의 고객 개인정보 명단이 유출됐다, 모 병원에서 환자정보가 유출됐다는 등 최근 사회 문제가 되고 있는 개인정보 유출 사건의 대부분이 구글에 의해 정보가 긁혀진 것이다.

    구글 검색능력의 핵심은 돈을 낸 순서가 아닌 구글의 법칙에 따라 결과가 일목요연하게 나열된다는 점이다. 대중적이고 유용한 페이지일수록 다른 곳에 연결된 링크가 더 많을 것이라는 가정 아래 5억개의 변수를 이용한 정밀한 공식에 따라 구글은 웹 페이지의 순위를 매긴다. 각 기업들이 구글 검색에서 상위에 오르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은 구글이 이처럼 공정성을 검증받았기 때문이다.

    검색 최강자 ‘구글’ 발톱을 세우다
    막대한 광고수익을 거두면서도 ‘상업성이 배제된 듯한’ 검색서비스를 제공해 구글은 소비자들에게 사용자 중심의 검색서비스를 구현하고 있다는 이미지를 심었다. 한국산 검색엔진에서 가장 윗자리는 당연히 돈을 가장 많이 낸 업체가 차지한다. 한국에선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검색엔진에 등록 심사비 또는 급행비를 지불하는 관행 아닌 관행이 굳어졌다. 광고로 판매된 자리는 튀는 색으로 테두리를 치거나 눈에 잘 띄는 위치에 배치해 일반적인 검색결과와 확실히 구별하는 구글의 방식과는 크게 대비되는 대목이다.

    그런데 문제는, 또 흥미로운 점은 구글의 한국시장 진출이 코앞으로 다가왔다는 점이다. 지난해 여름 포털업계에 구글이 가을께 한국에 지사를 설립한다는 소문이 퍼졌다. 결국 사실무근으로 밝혀졌지만 한동안 업계는 호떡집에 불난 듯했다. 랭키닷컴에 따르면 구글 한국어는 이렇다 할 마케팅 한번 없이 검색엔진 부분 5위(1월21일 현재)를 기록하고 있으며 영문 구글도 9위에 올라 있다.

    구글은 미국에서 발톱을 숨긴 유령이었다. 여러 분야에 사업 영역을 넓히지 않고 검색엔진만 특화해 미래 경쟁업체들의 이목을 피한 것. 최근 구글에 대해 반격에 나선 야후, MSN, AOL, 아마존, e베이 등 대다수 인터넷 업체들이 순진하게 독자기술 대신 구글의 검색엔진을 구입해 사용해온 것은 구글이 직접 사업을 벌이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그러나 유령은 신비주의 마케팅을 통해 네티즌들을 구글에 직접 접속하게 만들더니 마침내 발톱을 드러내면서 사업방향을 확대하기 시작했다.

    구글의 한국시장 공략 역시 소리 소문 없이 유령처럼 이뤄지고 있다. 구글의 한국시장 진출은 지난해 1월 구글이 국내 최대 포털업체인 다음과 제휴해 웹검색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이미 시작됐다. 겉으로는 야후가 그랬던 것처럼 다음이 구글을 하청업체로 선정한 것처럼 보였지만, 실상은 한국 진출을 위한 교두보로 구글이 다음을 선택했다고 보는 게 더 정확하다. 구글측은 수천억원대 시장으로 성장한 한국의 검색광고 시장에서 단물을 빼먹는 것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구글은 이르면 2004년 중 한국에서 본격적으로 마케팅을 벌일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법인 설립을 준비하고 있는 최모씨는 “언제 마케팅을 시작할지, 어떻게 진출할지에 대해선 노코멘트”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구글은 한국에서도 신비주의 마케팅의 위력을 발휘하며 경쟁업체들의 ‘공동의 적’이 될 수 있을까. 고객이 원하는 것보다 더 정확한 것을 더욱 빠르고 정확하게 또 공정하게 전해준다는 구글의 미덕이 한국의 검색엔진들을 끼니때 지난 청요릿집 신세로 추락시킬 수 있을까. 한 포털업체의 검색본부장은 “솔직히 조금은 두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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