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뉴시스
“이미 오랫동안 전개돼온 미·중 갈등에서 최근 새로운 현상은 ‘관세 주고받기’ 게임에 감정적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서로 기다렸다는 듯 관세를 높여 보복하는 형국이다. 이는 세계의 시선을 의식한 두 나라가 헤게모니 경쟁에서 굴복하는 인상을 주면 안 된다고 판단한 결과다.”(한국국제경제법학회장을 지낸 이재민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중국 빼고 관세 유예” 트럼프의 관세 갈라치기
미국발(發) ‘관세전쟁’이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4월 9일(이하 현지 시간) 대중국 관세를 125%로 올리는 초강수를 뒀다. 하루 전 50% 추가 관세로 중국에 관세 104%를 부과한 데 이은 조치다. 중국이 보복 차원에서 대미 관세를 84%로 올리고 미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추가 제소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125% 관세’로 중국을 압박한 것이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트루스소셜 계정에 “중국도 미국 및 다른 국가를 착취하는 시대가 더는 지속가능하거나 용납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길 바란다”며 중국을 정조준했다. 그러면서 그는 “(중국을 제외한) 75개 이상 국가는 내가 강력히 권고한 바와 같이 미국에 어떤 방식으로든 보복하지 않았다”며 “이 사실에 근거해 나는 (이들 국가에 대한 상호관세를) 90일간 유예한다”고 덧붙였다. 주요 타깃인 중국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는 동시에 나머지 국가에는 협상 여지를 두는 ‘관세 갈라치기’로 풀이된다.
관세 치킨게임을 벌이는 미국과 중국이 감수해야 하는 경제적 부담은 상당하다. 중국산 소비재 의존도가 높은 미국은 대중국 관세 폭탄이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중국의 관세 보복이 직격한 농축산물 농가와 물가상승에 취약한 저소득층의 민심 이반은 큰 부담이다. 중국도 경제성장 둔화, 내수 부진, 부동산시장 침체 장기화에 시달리는 와중에 미국과의 관세전쟁은 감내하기 어려운 대외 악재다. 특히 개혁·개방 이후 초유의 장기집권이라는 호랑이 등에 올라탄 시진핑 국가주석 입장에서는 불경기에 따른 민심 동요가 정치적 치명타로 이어질 수도 있다.
관세전쟁에서 미국과 중국 어느 나라가 더 큰 경제적 타격을 입을지를 놓고는 평가가 엇갈린다. 허윤 교수는 “중국이 미국과의 관세 치킨게임에서 상당히 꼬리를 내렸다고 보는데, 미국의 관세 부과에 대한 중국 측 조치는 아직 비대칭적”이라면서 “최근 중국 정부는 청년실업, 지방정부 재정 파탄, 개인투자자들의 부동산·주식 손실에 따른 불만을 정치적 통제 강화로 막고 있는 실정”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허 교수는 “이런 상황에서 미국과 관세전쟁까지 벌일 경우 국민의 피해를 정치적으로 감내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은 “관세전쟁에 따른 일시적 경제 충격은 중국이 훨씬 크지만 향후 6개월에서 1년이 지나면 미국 경제가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며 “저렴한 중국 제품이 사라지면 미국 물가가 높아지고 금리도 덩달아 올라 금융 부문까지 피해를 입는다. 금리인하로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정책이 꽝이 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중 관세전쟁, ‘결정적 선’ 아직 안 넘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파상 공세에 중국은 ‘84% 맞불관세’를 4월 10일 발효하는 등 물러서지 않고 있다. 미·중 간 관세 치킨게임이 격화되는 양상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다만 두 나라가 관세전쟁을 치르면서도 아직 ‘결정적 선’은 넘지 않았다는 시각도 있다. 관세율만 놓고 보면 두 나라의 갈등이 첨예하지만 아직 ‘핵폭탄’급 경제 보복은 없다는 것이다. 가령 중국은 대미 관세 인상과 위안화 평가절하 등을 통해 반격에 나서면서도 미국 국채 대량 투매 등 경제 전면전으로 이어질 ‘전략 무기’는 아직 꺼내 들지 않았다. 이재민 교수는 “미국과 중국이 서로에 부과한 관세만 보면 갈등이 격화되는 듯하지만 여전히 결정적 선은 넘지 않았다”며 “헤게모니 경쟁을 관리 가능한 선에서 유지한다는 두 나라의 큰 그림 자체는 이어지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교수는 “양국은 관세 갈등을 이어가다가 적절한 시점에 절충점을 찾아 타협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대미 무역흑자 규모를 줄이라’는 요구를 중국이 받아들이는 방식이 될 공산이 크다”고 전망했다.
그렇다면 미국과 중국이 서로에게 어떤 보복을 취할 때 관세전쟁이 경제 전면전으로 치달을까. 허 교수는 미국의 ‘자국 내 중국 자산 동결’과 중국의 ‘회토류·핵심 광물 금수조치’를 레드라인으로 꼽았다.
“미국뿐 아니라 서방 전체가 우려하는 중국의 최대 경제 무기는 희토류와 핵심 광물이다. 만약 중국이 이들 품목 수출을 철저히 봉쇄한다면 세계경제에 어마어마한 타격을 줄 수 있다. 미국 입장에서는 대만 문제를 건드리거나 1917년 적성국교역법(TWEA)에 따라 자국 내 중국 자산을 동결하는 카드가 있다. 양국이 이 같은 레드라인을 넘는다면 사실상 공멸이고, 세계정세는 제2차 세계대전을 앞둔 1930년대로 돌아갈 것이다. 아직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지는 않지만 미·중 경제 갈등이 레드라인을 넘어설 경우 콜드워(cold war·냉전)가 아닌, 핫워(hot war·열전)로 비화할 수도 있다.”
김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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