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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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유럽에서 번지는 테슬라 매장 방화

트럼프 관세전쟁 향한 분노를 물리적 공격으로 표출

  • 조진혁 자유기고가

    입력2025-04-22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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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18일(이하 현지 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 있는 테슬라 수리센터 앞에 불탄 테슬라 차량이 놓여 있다. 현지 경찰은 이날 새벽 테슬라 수리센터가 방화 공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뉴시스

    3월 18일(이하 현지 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 있는 테슬라 수리센터 앞에 불탄 테슬라 차량이 놓여 있다. 현지 경찰은 이날 새벽 테슬라 수리센터가 방화 공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뉴시스

     테슬라가 최근 한국에 출시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Y 주니퍼의 인기가 뜨겁다. 하지만 미국과 유럽 소비자 사이에서는 찬바람이 불고 있다. 정치적 논란 때문이다. 

    지난해 말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하고,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정부효율부(DOGE) 수장에 임명되기 전까지만 해도 테슬라는 세계적으로 미래를 상징하는 기업이었다. 전기차, 자율주행, 우주로 뻗어나가는 비전이 테슬라 엠블럼에 담겨 있었다. 

    FBI, 테슬라 공격 대응 TF 구성

    최근 분위기는 전혀 다르다. 1~2월 독일과 프랑스에서 테슬라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71%, 44% 감소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전쟁에 대한 유럽인의 분노가 커지면서 테슬라 불매를 넘어 물리적 공격까지 나타나는 분위기다. 3월 31일(이하 현지 시간) 이탈리아 로마 외곽에 자리한 테슬라 매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차량 17대가 전소했다. 그 이틀 전 독일 북서부 오테르스부르크에서는 테슬라 매장 앞에 주차돼 있던 차량 7대가 불탄 채 발견됐다. 현지 경찰 당국은 두 사건 모두 방화에 의한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내 상황은 더 심각하다. 테슬라 매장 방화가 전국 곳곳에서 벌어져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태스크포스(TF)를 만들었을 정도다. 트럼프 대통령은 3월 11일 백악관에서 자신이 구매한 테슬라 플래그십 세단 모델S에 탑승하며 “테슬라 대리점에 폭력을 저지르는 사람은 테러리스트로 간주하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자동차 브랜드가 이처럼 사회적 논쟁을 야기하고 광범위한 불매운동 대상이 된 게 처음은 아니다. 2018년 트럼프 집권 1기에 미·중 무역전쟁이 벌어졌을 때도 중국에서 반미 여론이 거세져 포드와 제너럴모터스(GM) 등 미국 자동차 브랜드가 직격탄을 맞았다. 당시 포드는 판매량 급감 탓에 생산 라인을 줄였고, GM은 상하이GM이라는 합작 브랜드를 세워 활로를 모색했다.



    한국 자동차 브랜드도 불매운동의 대상이 된 바 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여파로 한중 갈등이 격화했던 2017년 상반기 현대자동차의 중국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42% 급감했다. 2019년 한일 외교 갈등이 고조됐을 때는 도요타, 혼다, 닛산 등 일본차 브랜드가 한국시장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불매운동이 정치적 배경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2000년대 초반 미국에선 거대한 군용 차량을 연상케 하는 자동차 ‘허머’가 논란의 대상이 됐다. 환경단체들이 낮은 연비에 따른 환경 피해를 문제 삼았고, 결국 허머는 시장에서 퇴출됐다. 최근 GM이 동명의 전기트럭을 출시하며 부활의 날갯짓을 하고 있기도 하다. 

    3월 29일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한 테슬라 매장 앞에서 일론 머스크 정부효율부(DOGE) 수장 겸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뉴시스

    3월 29일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한 테슬라 매장 앞에서 일론 머스크 정부효율부(DOGE) 수장 겸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뉴시스

    환경 파괴하는 저연비 승용차 퇴출

    돌아보면 2000년대 초에는 석유 에너지 고갈과 기후변화에 대한 불안이 가득했다. 영국 런던 등 유럽 주요 도시 거리에 대형 차량을 세워두면 “SUV는 기후 악당”이라는 내용의 스티커가 붙곤 했다. 특히 레인지로버로 대형 프리미엄 SUV 시장을 개척한 랜드로버가 환경단체의 주된 표적이었다. 

    2015년에는 폭스바겐이 자사 차량의 배출가스를 조직적으로 조작해온 사실이 발각 거대한 불매운동 대상이 됐다. 당시 환경을 생각하는 소비자들의 분노가 집단소송으로 이어졌고, 수십억 달러 배상금이 브랜드를 덮쳤다. 폭스바겐은 이후 전기차 개발 쪽으로 사업 방향을 전환했다. 

    특정 자동차 브랜드에 대한 보이콧은 소비자들이 목소리를 내는 방식이고, 그 자체로 시대 변화를 보여주기도 한다. 자동차 산업의 크기와 영향력 등을 감안할 때 앞으로도 정치적·환경적·문화적 이유가 배경이 된 자동차 보이콧은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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