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치동에 주식 학원 등장… 이제는 투자도 조기교육 시대

[김성효의 주식탐사대] 워런 버핏부터 레이 달리오까지 전설적 투자자의 공통점은 ‘빠른 시작’

  • 김성효 글로벌사이버대 재테크·자산관리학과 교수

    입력2026-06-12 07: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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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식투자도 머지않아 영어와 수학, 코딩처럼 조기교육의 한 분야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시각이 있다. 챗GPT 생성 이미지

    주식투자도 머지않아 영어와 수학, 코딩처럼 조기교육의 한 분야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시각이 있다. 챗GPT 생성 이미지

    어느 분야에서든 남보다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면 된다. 골프를 잘하고 싶다면 남들보다 오래 연습해야 하고, 춤을 잘 추고 싶다면 더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한다. 공부도 마찬가지다.

    이런 맥락에서 조기교육이 발전했다. 남들보다 앞서가기 위한 선행학습도 일상이 됐다. 너무 어린 아이들에게 어려운 문제를 풀게 하는 데 대한 비판도 있지만, 어느새 조기교육은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초등학생 때 고교 교과 과정을 배우는 아이도 있다. 한국 학생들은 학교보다 학원에서 더 많이 공부하고, 학교에서는 부족한 잠을 보충한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사교육 시장도 이에 맞춰 진화했다. 영어유치원 입학시험이 ‘4세 고시’, 유명 학원 입학시험이 ‘7세 고시’로 불릴 정도다. 급기야 이를 규제하는 법안까지 등장했다. 미국도 크게 다르지 않다. 뉴욕과 실리콘밸리 상류층 가정의 만 4~5세 아이는 명문 사립유치원 입학을 위해 과외와 컨설팅을 받는다. 중국 역시 베이징과 상하이를 중심으로 만 3~5세 아이들에게 수학과 코딩을 가르치는 학원이 성행했다.

    조기교육은 투자에서도 통한다

    조기교육 문화는 대중문화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최근 아이돌 평균 데뷔 연령이 만 17세 안팎이지만, 그룹의 막내 멤버는 만 13~14세인 경우도 흔하다. 이 나이에 데뷔하려면 초등학생 때부터 연습생 생활을 시작해야 한다. 일본 역시 주니어 시스템을 통해 만 10~12세 학생들을 연습생으로 선발한다. 미국에서는 브리트니 스피어스, 크리스티나 아길레라, 저스틴 팀버레이크 등이 어린 시절 미키마우스클럽(MMC)에서 보컬과 댄스 훈련을 받았다.

    프로 스포츠 분야도 다르지 않다. 타이거 우즈는 걸음마를 떼기 전부터 골프채를 잡았고, 리오넬 메시는 만 4세 때 축구를 시작했다. 코비 브라이언트는 만 3세부터 농구를 배웠으며, 라파엘 나달 역시 만 3세에 처음 테니스 라켓을 잡았다. 김연아도 만 5세부터 피겨스케이팅을 시작했다. 세계적인 선수들의 공통점은 남들보다 훨씬 일찍 시작했다는 것이다.



    주식도 예외가 아니다. 워런 버핏은 주식 중개인이던 아버지를 따라 만 11세에 첫 주식을 샀다. 존 템플턴의 아버지는 대학 등록금을 절반만 내줄 테니 나머지는 주식투자로 벌라고 등을 떠밀었다. 레이 달리오의 아버지는 달리오가 만 12세 때 월스트리트 금융인들이 단골로 가는 골프장 캐디 아르바이트를 시켰는데, 이때 달리오는 거기서 주워들은 정보로 노스이스트 항공 주식을 매수했다. 한국 전업투자자 홍인기 역시 만 11세에 주식형 펀드에 가입하고 만 14세에 첫 주식을 샀다.

    이는 일부 전설적인 투자자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최근 코스피 상승과 함께 투자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미성년 자녀에게 주식 교육을 시키려는 수요도 늘고 있다. 서울 대치동에는 주식투자 교육을 커리큘럼에 포함한 학원이 등장했고, 주식 레슨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문가 매칭 플랫폼도 있다. 서울 강남 일부 지역에서는 학부모들이 비용을 모아 투자 전문가를 초빙해 자녀들을 위한 주식 강의를 진행하기도 한다. 기존 금융 교육이 저축과 소비 습관 형성, 자산배분 등에 초점을 맞췄다면 최근에는 종목 분석과 상장지수펀드(ETF) 선택 방법처럼 좀 더 실전적인 내용으로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부모보다 먼저 투자하는 세대

    이들이 그리는 미래는 명확하다. 부모는 본업에 집중해 소득을 만들고, 자녀는 어릴 때부터 투자 교육을 받아 가계 자산 운용을 담당하는 구조다. 부모는 생업 때문에 투자 공부에 충분한 시간을 쓰기 어렵지만, 자녀는 상대적으로 여유가 많다. 이를 활용해 가족 전체의 자산을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부의 대물림 방식을 바꾸는 전략이기도 하다. 의사를 예로 들어보자. 부모가 병원을 운영하지 않는 이상 자녀는 의대에 진학해도 처음부터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 하지만 투자는 다르다. 자녀가 실력을 쌓는다면 부모가 축적한 자산을 바탕으로 더 큰 규모의 자금을 운용할 수 있다. 인간의 두뇌 능력이 20대 중반을 정점으로 점차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를 근거로, 자녀가 일찍 투자 교육을 받아 자산 운용을 맡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그래서 많은 부모가 직접 투자를 배우기보다 자녀에게 투자를 교육시키는 데 더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공부든, 스포츠든, 투자든 공통점이 있다. 전문가 다수는 어린 시절 부모의 권유 또는 강한 개입으로 해당 분야에 뛰어들었다는 점이다. 아이들은 스스로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는지 판단하기 어렵다. 그래서 부모가 먼저 다양한 경험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주식투자도 머지않아 영어와 수학, 코딩처럼 조기교육의 한 분야로 자리 잡게 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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