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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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장거리 드론, 전세 역전 ‘게임 체인저’로 부상

1100㎞ 날아가 푸틴 고향 타격… 5월 모스크바 공습이 ‘터닝 포인트’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입력2026-06-17 10:4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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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크라이나군은 6월 3일과 6일(이하 현지 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주요 석유 수출 터미널과 크론슈타트의 해군기지 및 산업시설 등을 공격해 타격을 입혔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총참모부 페이스북

    우크라이나군은 6월 3일과 6일(이하 현지 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주요 석유 수출 터미널과 크론슈타트의 해군기지 및 산업시설 등을 공격해 타격을 입혔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총참모부 페이스북

    크론슈타트는 러시아 제2의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로부터 서쪽으로 32㎞ 떨어져 있다. 러시아 발트함대의 핵심 거점이자 해군 기지 중 하나인 이곳은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해상 방어 역할을 한다. 우크라이나군은 6월 3일과 6일(이하 현지 시간) 자국 국경에서 무려 1100㎞나 떨어진 크론슈타트 해군 기지를 장거리 드론 수백 대로 두 차례나 타격하며 상당한 피해를 입혔다.

    당시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선 ‘러시아판 다보스 포럼’이라 불리는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경제포럼(SPIEF)이 열리고 있었다. 우크라이나 일간지 키이우포스트는 “장거리 드론들이 크론슈타트 해군 기지와 탄약고를 타격했다”면서 “위성사진 분석에 따르면 해군 무기고에서 5000t의 탄약이 연쇄 폭발했다”고 보도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도 “당시 공격은 러시아의 전쟁 수행을 뒷받침하는 주요 에너지 수출 거점 가운데 하나인 상트페테르부르크를 겨냥한 공격 중 최대 규모였다”며 “우크라이나는 3월에도 이 지역에 대한 드론 공격으로 러시아에 최소 9억7000만 달러(약 1조4600억 원)의 손실을 입혔다”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군은 당시 공격으로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주요 석유 수출 터미널과 크론슈타트의 해군기지 및 산업시설 등이 타격을 입었다고 밝혔다.

    상트페테르부르크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고향이다. 푸틴 대통령이 이곳에서 국제경제포럼을 개최한 이유는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경제의 건재함을 과시하려던 것이었다. 하지만 해군 기지는 물론 도심 곳곳이 화재로 시커먼 연기로 뒤덮이자 푸틴 대통령은 자존심에 상당한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었다. 알렉산드르 베글로프 상트페테르부르크 시장은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처음으로 시민들에게 실내 대피령을 내렸다.

    모스크바 공격으로 전쟁 터닝 포인트 입증

    우크라이나가 크론슈타트 해군 기지를 집중적으로 공격한 이유는 발트함대의 작전 능력을 마비시키고 러시아의 전쟁 자금줄에 치명적인 타격을 주려는 것이었다. 실제로 크론슈타트 해군 기지에 정박 중이던 보이키호는 드론 공격으로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보이키호는 러시아가 서방의 제재를 피해 석유를 밀수출하는 유조선 등 이른바 ‘그림자 선단’을 호위하는 함정들 중 핵심 전력이다. 발트함대 소속 함정들은 그동안 러시아의 그림자 선단을 호위하는 임무에 적극 나서왔다. 하지만 발트함대의 지휘관들은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크론슈타트 해군기지가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는 점을 깨닫게 됐다.

    우크라이나군 병사들이 장거리 드론을 날릴 준비를 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 제공

    우크라이나군 병사들이 장거리 드론을 날릴 준비를 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 제공

    우크라이나군이 연일 장거리 드론으로 러시아 본토의 깊숙한 곳까지 공습을 감행하면서 5년째 접어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새로운 변수가 되고 있다. 특히 서방 군사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군이 5월 17일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를 최대 규모의 장거리 드론들로 공습하면서 전쟁의 ‘터닝 포인트(turning point·분기점)’를 만들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당시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에서 가장 촘촘한 방공망을 갖춘 모스크바를 뚫었을 뿐만 아니라 드론의 장거리 공격 능력을 입증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군은 수도 키이우에서 750㎞ 떨어진 모스크바를 역대 최대 규모의 장거리 드론들을 동원해 공습했다. 이 공격으로 모스크바의 주요 군사·정유 인프라 시설에 화재가 발생하고 주거용 고층 빌딩이 파손되는 등의 피해가 발생했다. 마이크로칩과 반도체를 생산하는 군수 산업의 핵심 기지인 모스크바 인근 젤레노그라드에 있는 정밀 무기 부품 공장에도 불이 났으며 카포트냐 모스크바 정유공장, 솔네치노고르스크 석유 저장시설도 피해를 입었다. 또 모스크바 위성도시인 크라스노고르스크와 이스트라의 고층 아파트에도 드론과 파편이 충돌했다.



    우크라이나군 총참모부는 모스크바를 공격하는 데 독자 개발한 장거리 드론인 ‘바르스 RS-1’ ‘바르스-SM 글래디에이터’ ‘파이어 포인트 FP-1’이 사용됐다고 밝혔다. 바르스 RS-1은 제트 추진식 장거리 자폭 드론으로 최대 작전 거리가 700~800㎞에 달한다. 바르스-SM 글래디에이터는 극비리에 운용해 온 최신형 장거리 공격용 드론으로 당시 처음 존재가 공개됐다. 파이어 포인트 FP-1은 최대 비행 거리가 무려 1600㎞에 달한다.

    약점이 된 러시아의 광대한 영토

    우크라이나는 최근 들어 러시아 본토와 점령지 후방의 군수·에너지 시설을 겨냥한 장거리 드론 공격을 대폭 확대하고 있다. 올렉산드르 시르스키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은 “우크라이나가 심층 타격 작전을 통해 5월 한 달 동안 러시아의 군수산업, 에너지 및 연료 기반 시설 목표물 111곳을 타격했다”면서 “러시아에 입힌 직간접적 경제적 손실은 10억5800만 달러(약 1조6000억 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우크라이나군은 장거리 드론으로 러시아 전역의 석유 관련 시설을 끈질기게 공격하고 있다. 지금까지 우크라이나군이 파괴한 러시아 정유시설의 처리 용량은 하루 23만8000t 규모로 전체의 25% 수준이다. 게다가 우크라이나군은 5월 한 달 동안 러시아군이 점령한 것보다 더 많은 영토를 되찾았는데, 이는 우크라이나가 2023년 반격에 나선 이후 러시아가 순 영토 손실을 기록한 첫 번째 사례이다. 러시아군은 5월 기준으로 우크라이나 영토 130㎢를 점령하고 있는데 4월보다 150~160㎢보다 줄어든 수치다. 우크라이나군은 같은 기간 250㎢에 달하는 지역에서 러시아군 진지를 탈환하거나 무력화했다. 이에 따라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군보다 120㎢의 영토를 더 확보한 셈이다. 우크라이나군이 이처럼 전세 주도권을 잡은 이유는 장거리 드론의 맹활약 덕분이다.

    러시아의 거대한 영토는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가장 큰 자산이었다.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의 프랑스, 아돌프 히틀러의 나치 독일이 러시아를 침공했지만, 광활한 영토에 압도당해 결국 패퇴하고 말았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의 장거리 드론 작전은 러시아를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인 애틀랜틱카운슬은 “우크라이나의 장거리 드론이 러시아의 광대한 영토를 오히려 약점으로 바꾸고 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로선 우크라이나의 장거리 드론으로부터 드넓은 후방 지역을 방어하려면 방공무기 등 상당한 자원을 배치해야 한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장거리 드론의 타격은 러시아의 전쟁 수행 자원을 고갈시키는 수단”이라고 밝혔다. 심지어 우크라이나 군사정보국(GUR)은 최대 3500㎞까지 도달 가능한 드론 시스템을 운용하고 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는 우랄산맥 너머 러시아 내륙 중심부에 있는 크라스노야르스크까지 도달 가능한 거리다. 미국 블룸버그는 “러시아 전체 국토의 4분의 1과 인구의 70% 이상이 우크라이나 장거리 드론의 공격 범위에 들어가게 됐다”고 지적했다.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최신 보고서에서 “장거리 드론의 공격이 러-우 전쟁을 새로운 단계로 진입시키고 있다”면서 우크라이나의 성공적인 중·장거리 드론 공격 작전은 러시아군의 물자 보급 등 병참 능력을 제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장거리 드론이 러-우 전쟁의 전세를 뒤집을 수 있는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5월 28일 스웨덴 웁살라의 F-16 공군 비행단 기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최근 우크라이나군은 장거리 드론의 활약으로 전세 주도권을 쥐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뉴시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5월 28일 스웨덴 웁살라의 F-16 공군 비행단 기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최근 우크라이나군은 장거리 드론의 활약으로 전세 주도권을 쥐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뉴시스

    물류 봉쇄 작전으로 러시아군 연료 부족

    우크라이나군은 또 전선 병사들의 전투가 벌어지는 ‘킬존’(kill zone·살상구역)과 전선 후방의 물류망도 드론으로 타격하고 있다. 이 같은 공세는 △전선 킬존(근거리) △물류 봉쇄(중거리) △에너지 시설과 군수 공장 타격(장거리) 세 축이 동시에 작동하는 구조다.

    특히 우크라이나군의 물류 봉쇄 작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작전은 우크라이나군이 개량 엔진·배터리와 위성 통신, 인공지능(AI) 표적 식별 기능을 탑재한 중거리 드론으로 전선 후방의 비장갑 수송 트럭과 열차 등을 집중 타격하는 것이다. 드론을 운용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무인시스템군(USF)은 러시아가 점령한 크림반도·루한스크·자포리자 등에서 방공 미사일 시스템과 무기고, 군수물자 창고, 열차, 트럭 등을 드론으로 공격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이 영상을 보면 드론이 달려오는 기관차와 정면으로 부딪치는 장면도 나온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우크라이나군의 물류 봉쇄 작전으로 러시아군에 연료 부족이 발생하고 병력 교대도 어려워지면서 전선 활동이 줄어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군은 최근 들어 물류 봉쇄 작전 등을 포함해 매달 5000여 회의 중·장거리 드론 공격을 감행하고 있다.

    그런가하면 우크라이나군은 자체 개발한 장거리 순항미사일 ‘FP-5 플라밍고(Flamingo)’도 투입했다. 이 미사일은 6월 10일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1000㎞ 떨어진 러시아 체복사리의 군수시설을 타격했다. 이 미사일은 최대 사거리가 3000㎞에 달하고 탄두 중량이 미국의 토마호크 미사일의 2배가 넘는 1.1t에 최고 시속은 900㎞나 된다. 우크라이나는 올해 국방 예산을 347억 달러(약 52조3900억 원)를 증액해 사상 최대치인 972억 달러(약 146조8800억 원)로 편성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우크라이나는 러시아를 타격할 장거리 드론과 미사일 개발과 생산에 박차를 가할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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