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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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상병 후송부터 적 공격까지… 우크라이나 전쟁 양상 바꾼 로봇 병사

바퀴나 무한궤도로 주행하는 로봇이 드론과 합동으로 러시아군 체포

  • 이일우 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입력2026-06-16 07: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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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크라이나군이 전장에 투입한 로봇. 데브드로이드 제공

    우크라이나군이 전장에 투입한 로봇. 데브드로이드 제공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90만 명 넘는 우크라이나군을 이끌고 있는 최고사령관은 군 경력 40년의 올렉산드르 시르스키 대장이다. 소련-아프가니스탄 전쟁과 돈바스 전쟁에서 실전 경험을 쌓은 그는 러시아 침공 직후부터 방어 작전을 성공적으로 지휘했다. 그런데 시르스키 대장 위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전체를 지휘하는 국방장관은 군 경험이 없는 1991년생 미하일로 페도로프라는 인물이다. 페도로프 장관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발탁된 이유는 그가 이번 전쟁의 판도를 바꾼 주역이기 때문이다. 

    스마트폰‐드론‐위성 시스템 결합

    페도로프는 2019년 28세 나이로 디지털전환부 장관으로 취임해 우크라이나의 ‘스마트폰화’를 주도했다. 그는 ‘스마트폰 속 국가’를 제창하며 모든 정부 민원 서비스를 100% 온라인으로 처리하고, 업무 대부분을 스마트폰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구축했다. 우크라이나 정부의 스마트폰 네트워크는 전쟁이 터지자 엄청난 위력을 발휘했다. 시민들은 러시아군의 이동 상황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해 우크라이나군에 직접 제공했다. 스마트폰을 가진 시민 모두가 뛰어난 정찰병이 된 셈이다. 그 덕에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군이 오는 길목에 미리 매복하거나 러시아군에 집중 포격을 가할 수 있었다. 

    페도로프는 스마트폰 네트워크를 활용해 전장에 드론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우크라이나군이 사용하는 1인칭 시점(FPV) 드론은 대부분 기성품을 개조하거나 상용 부품을 활용해 만든 것이다. 이런 드론을 조종하는 데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등 평범한 모바일 기기가 쓰인다. 페도로프는 전쟁 발발 직후부터 스마트폰과 드론, 스타링크 위성 통신 시스템을 결합해 우크라이나군을 재무장하는 데 성공했다. 그 공로로 2023년 3월 부총리를 겸직하게 된 페도로프는 드론 산업 육성을 총괄하며 우크라이나군의 환골탈태를 지원했다. 올해 1월 페도로프가 우크라이나 전시 내각의 실세인 국방장관에 오른 배경이다. 

    페도로프는 국방장관 취임 직후 “매달 러시아군 5만 명을 제거하는 것이 목표”라는 충격적인 메시지를 내놓았다. 그리고 그 일환으로 2023년 시범 도입한 ‘드론군 보너스(Army of Drones Bonus)’ 제도를 전군에 확대 시행했다. 이는 롤플레잉게임(RPG)과 유사한 전과(戰果) 보상 제도다. 게임에서 적을 사냥하면 그 대가로 경험치나 게임머니, 아이템 등을 받듯이 러시아군 타깃을 제거하면 포인트를 차등 지급하는 게 뼈대다. 예를 들어 적 병사를 사살하면 1~2점, 생포하면 10점을 준다. 값비싼 방공무기를 부수면 80~100점, 전차는 모델에 따라 40~50점, 차량도 차종 및 적재물을 기준으로 20~30점을 준다. 일선 부대가 드론으로 촬영한 영상 자료를 바탕으로 전과를 상신하면 국방부가 이를 취합해 판독하고 점수를 준다. 각 부대는 이렇게 쌓은 점수를 ‘브레이브 1 마켓(Brave 1 Market)’에서 신형 장비와 교환할 수 있다. 게이머가 더 좋은 게임 아이템을 갖고자 밤새 게임을 하는 것처럼 우크라이나군 장병들은 우수한 무기를 확보하기 위해 전력투구하는 분위기다.

    미국 스타트업이 개발해 우크라이나군에 공급한 팬텀 MK1 휴머노이드 로봇. 파운데이션 제공

    미국 스타트업이 개발해 우크라이나군에 공급한 팬텀 MK1 휴머노이드 로봇. 파운데이션 제공

    조종 신호 끊겨도 움직이는 AI 드론

    최근 우크라이나군 장병들과 일선 부대에서 가장 보급받기를 원하는 무기가 있다. 바로 인공지능(AI) 드론과 로봇이다.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다양한 드론이 널리 쓰이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AI가 적용된 최신 드론이 적극 활용되고 있다. AI 드론은 조종 신호가 끊겨도 스스로 주변 사물을 탐색하고, 미리 입력된 적 전차나 장갑차, 화포와 비슷한 형상의 사물을 식별해 공격할 수 있다. 지상에는 로봇도 등장했다. 바퀴나 무한궤도가 달린 차체에 임무용 모듈을 얹어 만든 로봇은 미리 입력된 정보에 따라 자율적으로 주행한다. 로봇 병사가 하는 임무도 다양하다. 포탄이 빗발치는 전장 한복판에서 보급품이나 부상병을 나르는 것은 물론, 전자광학 카메라나 적외선 센서를 달고 정찰 임무도 수행한다. 기관총, 유탄발사기, 대전차 로켓 등을 이용해 직접 적과 싸우기도 한다.



    지난해 7월 우크라이나 전장에선 인간 병사가 로봇에 항복하는 초유의 사건도 있었다. 당시 우크라이나군 제3돌격여단은 드론·로봇 부대를 앞세워 하르키우 인근 동부전선에 있는 러시아군 방어 진지를 공격했다. 이때 공격에 나선 우크라이나 부대에는 인간 전투원이 1명도 없었다. 그 대신 FPV 드론과 지상 주행 궤도형 로봇이 러시아군을 밀어붙였다. 드론은 러시아군이 진지를 구축한 건물을 난타했고, 로봇들이 기관총을 쏘며 건물을 포위해 들어갔다. 얼마 뒤 무기를 버린 러시아군은 두 손을 들고 건물 밖으로 나왔다. 러시아 병사들은 로봇에 체포돼 그들의 감시를 받으며 우크라이나군 진지로 걸어갔고, 그곳에서 비로소 인간 모습을 한 적을 만날 수 있었다. 이 사건 이후 인간 병사가 로봇에 사살되거나 항복하는 사례가 점차 늘기 시작했다.

    다만 현재 전장에서 쓰이는 로봇에는 몇 가지 제약이 있다. 우선 바퀴 또는 무한궤도로 주행하기 때문에 계단이나 급경사, 장애물 등 지형지물 변수에 취약하다. 이런 약점을 극복하고자 4개 다리로 걷는 견마형 로봇이 나왔지만 미흡한 점이 많다. 건물 잔해 사이를 이동하거나 담이나 사다리를 오르는 등 시가전 환경에 제대로 대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전장에서 로봇을 제대로 활용하려면 두 다리로 걷거나 뛰는 동시에 두 팔을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필요한 실정이다. 

    미국이 일선 부대에 보급하고 있는 ‘스매시 2000’ 사격통제장치가 장착된 소총. 스마트슈터 제공

    미국이 일선 부대에 보급하고 있는 ‘스매시 2000’ 사격통제장치가 장착된 소총. 스마트슈터 제공

    AI 로봇, ‘자율 무기 사용’ 명령어만 입력하면…

    사람을 닮은 휴머노이드 로봇에 대한 개념은 20세기 초 등장했지만 100년 넘게 실용화에는 이르지 못했다. 하지만 2010년대 이후 로봇공학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상황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로봇 크기는 점점 작아져 사람과 비슷해졌고, 걷거나 뛰는 것은 물론 험지에서 스스로 균형을 잡는 로봇도 등장했다. 최근에는 사람보다 날렵한 움직임으로 공중제비를 돌거나 격투 시범을 하는 로봇까지 개발됐다. 현대차그룹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아틀라스’나 테슬라 ‘옵티머스’, 중국 기업들이 시판 중인 가정용 로봇을 보면 그 자연스러운 동작에 놀라게 된다. 

    이처럼 로봇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는 가운데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장에 미국산 휴머노이드 로봇 ‘팬텀 MK1’이 실전 투입돼 테스트 중이라는 사실이 알려졌다. 미국 스타트업이 개발한 팬텀 MK1의 덩치는 성인 남성과 비슷한 신장 180㎝, 중량 80㎏이다. 이 로봇은 20㎏ 무게의 각종 장비를 휴대하고 인간 보병의 평균 행군 속도보다 약간 빠른 시속 6㎞로 걸을 수 있다. 주변 360도를 전자광학·적외선 센서로 동시에 인식하는데, AI가 이를 바탕으로 로봇이 어떻게 움직일지 판단한다. 

    실험 단계에서 이미 팬텀 MK1은 소총과 산탄총, 권총 등 무기를 파지·견착·휴대할 수 있음이 입증됐다. 다만 AI 자체 판단으로 인간에게 총기를 격발하도록 허용하는 것은 법적·윤리적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아직 ‘자율 무기 사용’ 명령어는 입력되지 않은 상태다. 바꿔 말하면 오늘날 휴머노이드 로봇 기술은 명령어 몇 줄만 입력하면 자유자재로 총기를 다루고 살상 행위를 할 수 있는 수준까지 도달한 것이다. 그리고 그런 로봇이 이미 전장에서 움직이고 있다. 

    인간처럼 두 팔과 손을 쓰고 걷기와 달리기, 점프, 공중제비까지 가능한 휴머노이드 로봇이 무기마저 자유자재로 사용한다면 그 전투 능력은 막강할 것이다. 이미 미군에는 ‘스매시 2000’처럼 총기와 결합해 백발백중 명중률을 내는 소총용 사격통제장치가 보급되고 있다. 최근 빠르게 발전하는 휴머노이드 로봇에 스매시 2000 같은 사격통제장치까지 결합된다면 영화 ‘터미네이터’에 나오는 전투 로봇이 현실화되는 것도 먼 미래 일은 아닐 것이다. 

    그동안 휴머노이드 병사의 등장을 가로막은 장벽은 크게 기술과 비용, 윤리 문제였다. 이 중 기술 장벽은 사실상 무너졌고 대량생산이 이뤄질 경우 비용 문제도 해결될 것이다. 이번에 팬텀 MK1은 우크라이나군에 판매가 아닌 임대 형태로 공급됐다. 제조사는 1년 임대 비용으로 10만 달러(약 1억5400만 원)를 책정했다. 미 육군은 팬텀 MK1 도입을 위한 납품 계약을 추진하고 있는데, 업체 측은 연 5만 대 생산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미하일로 페도로프 우크라이나 국방장관. 뉴시스

    미하일로 페도로프 우크라이나 국방장관. 뉴시스

    로봇 군인 임대료 연 10만 달러

    이제 남은 것은 윤리적 장벽이다. 휴머노이드 병사 도입을 찬성하는 측은 “인간 병사가 전장에서 죽고 다치는 것보다 휴머노이드가 전쟁에 투입되는 게 윤리적”이라고 말한다. 반대 측에선 “AI가 사람을 살상할 수 있도록 하면 도덕적 문제는 물론이고, 인류적 재앙이 닥칠 것”이라고 경고한다. 최근 세계 여러 나라는 AI 휴머노이드 로봇의 높은 군사적 효용성이라는 매력을 거부하지 못하고 슬금슬금 윤리적 장벽마저 허무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어쩌면 영화 ‘터미네이터’ 속 디스토피아가 현실로 다가올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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