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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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스 더해 기존 틀 깨는 Z세대

[김상하의 이게 뭐Z?]불교는 힙하게… 앨범 홍보는 중고 거래 플랫폼으로

  • 김상하 채널A 경영전략실 X-스페이스팀장

    입력2025-04-23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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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검색창에 ‘요즘 유행’이라고 입력하면 연관 검색어로 ‘요즘 유행하는 패션’ ‘요즘 유행하는 머리’ ‘요즘 유행하는 말’이 주르륵 나온다. 과연 이 검색창에서 진짜 유행을 찾을 수 있을까. 범위는 넓고 단순히 공부한다고 정답을 알 수 있는 것도 아닌 Z세대의 ‘찐’ 트렌드를 1997년생이 알잘딱깔센(알아서 잘 딱 깔끔하고 센스 있게)하게 알려준다.
    Z세대에게는 정해진 틀이 없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일상을 올리는 것뿐 아니라, 마케팅까지 한다. 올해 만우절만 해도 그렇다. 브랜드들이 만우절을 맞아 X(옛 트위터) 공식 계정 이름을 바꿨다. 비비고는 햇반으로 이름을 바꿔 웃음을 줬다. 문제는 X 약관상 이름을 한 달에 한 번밖에 바꿀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정책을 모르는 브랜드들은 신나게 만우절을 보냈다. 결국 5월 1일까지 그 이름으로 지내야 해 바이럴이 됐다. 과연 이게 실수일까, 고도의 마케팅 전략일까. 이번 주는 Z세대가 틀을 깬 사례들을 살펴보자.

    불교박람회에서 판매한 키링. ‘neon’ X(옛 트위터) 계정 캡처

    불교박람회에서 판매한 키링. ‘neon’ X(옛 트위터) 계정 캡처

    #풀소유 불교박람회

    4월 3일부터 6일까지 서울국제불교박람회&붓다아트페어가 열렸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불교는 청빈하고 속세와 멀어져 있는 이미지에 가까웠지만, 이제는 ‘힙’하게 바뀌었다. 뉴진스님부터 ‘나는 절로’ 행사 등을 거치며 불교 이미지가 180도 달라졌다. 한 X 사용자 계정에 불교박람회 후기가 올라왔다. 여기에 “스불재(스스로 불러온 재앙이라는 신조어): 스님 불교 너무 재밌습니다”라는 센스 있는 문구도 추가해 센스가 돋보였다.

    불교박람회는 어떤 콘텐츠를 내세우기에 Z세대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것일까. 우선 음식부터 평소에는 자주 볼 수 없는 메뉴들이라 독특하다. 육류가 없는 두부김밥이나 스님들이 직접 농사지은 상품 등을 맛볼 수 있다. 굿즈도 목탁 같은 불교용품뿐 아니라, 다양한 작가들과 컬래버레이션한 작품이 많다. 공양미 쌀알을 닮은 고양이 캐릭터 ‘고냥미’ 상점, SNS에서 유행한 ‘깨닫다’ 티셔츠 등이 그 예다. 분명 불교는 무소유지만, 박람회만 가면 양손 가득 ‘풀소유’를 하고 돌아온다는 후기가 많다.

    특히 눈길을 끈 작품은 김성문 작가의 ‘미륵하생경변상도’ 모작이다. 불교미술을 전공하는 김 작가가 1년에 걸쳐 고려시대 불화를 모작해 완성한 과정이 담긴 영상이 온라인에서 화제가 됐다. 가로 140㎝, 세로 230㎝ 크기로 그린 이 그림은 연필 스케치에만 2개월, 붓으로 초안을 그리는 데만 1개월이 걸렸다. 이번 박람회에서 해당 작품을 실제로 볼 수 있었다. 의미를 놓치지 않고 재미도 챙기는 불교박람회, 이제 불교는 Z세대에게 완벽히 자리 잡았다.

    아이돌 그룹 NCT 멤버 마크가 당근 애플리케이션으로 새 앨범을 홍보하는 모습. 유튜브 채널 ‘tiurftsrifehtkram’ 캡처

    아이돌 그룹 NCT 멤버 마크가 당근 애플리케이션으로 새 앨범을 홍보하는 모습. 유튜브 채널 ‘tiurftsrifehtkram’ 캡처

    #팬심 저격한 당근 마케팅

    아이돌 덕질을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음 앨범을 기다리는 설렘을 느껴봤을 것이다. 요즘은 티저 영상과 뮤직비디오뿐 아니라, 다양한 방식으로 컴백을 예고한다. 그중 아이돌 그룹 NCT 멤버 마크의 앨범 프로모션이 화제다. 보통은 유튜브나 SNS를 활용하는데, 이번에는 중고 거래 플랫폼 당근을 선택했다.



    먼저 마크는 유튜브 채널 ‘tiurftsrifehtkram’에 영상을 올렸다. 이 글자들을 거꾸로 돌리면 마크의 앨범 이름 ‘mark the first fruit’이 된다. 영상에는 마크가 당근 애플리케이션(앱)을 사용하는 모습이 나온다. “사진 속 씨앗 사고 싶은데요”라는 채팅을 쳐 실제 중고 거래를 하는 것 같은 연출을 하거나 동네에서 영어 번역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식이다. 그러면서 책을 구하고 싶다거나 아끼는 팸플릿을 판매한다는 식으로 곧 나올 앨범을 스포한다. 중고 거래 플랫폼 당근으로 앨범을 홍보하는 가수는 아직 없었다. 앞으로 더 참신한 앨범 프로모션이 기대된다.

    미니 코지룸: Lo-Fi 사용 화면. 온라인 게임 플랫폼 스팀 홈페이지 캡처

    미니 코지룸: Lo-Fi 사용 화면. 온라인 게임 플랫폼 스팀 홈페이지 캡처

    #일하면서 방도 꾸미는 워크툴 등장

    Z세대는 노동요를 중시한다. 심지어 출근 전날 어떤 노래를 들을지 미리 플레이리스트를 만들기도 한다. 물론 회사마다 분위기가 다르고, 음악을 들을 수 있는 환경인지 여부는 다르겠지만, 일할 때 음악이 일의 몰입을 돕는다는 인식은 분명 존재한다.

    최근엔 이런 흐름에 딱 맞는 아이템이 온라인 게임 플랫폼 스팀(Steam)에 등장했다. 이름은 ‘미니 코지룸: Lo-Fi’다. 구매 후 바탕화면 사이드바에서 사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다. 이름처럼 로파이 음악과 백색소음 기반 사운드(새소리, 바람소리 등)를 들을 수 있으며, 여기에 할 일 정리 공간과 메모장 기능까지 함께 제공된다. 단순한 음악 플레이어를 넘어 투두리스트(to-do list)나 메모장 등 워크툴 기능까지 겸비한 점이 특징이다. Z세대의 흥미를 끄는 포인트는 따로 있다. 코지룸은 방 꾸미기 기능과 포인트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쓸수록 공간이 변화하고 성장하는 재미를 준다. 마치 게임과 같이 오래 사용할수록 성장하는 구조다.

    토스처럼 저축할수록 알이 자라고, 금융 앱에서 고양이를 키우는 기능들이 인기를 끌었듯이 업무 중에도 ‘성장 요소’를 느낄 수 있는 툴이 새로운 데스크테리어 아이템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단순히 일만 하는 환경보다 몰입도를 높이면서도 작은 재미까지 주는 워크툴이 Z세대에게는 더 매력적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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