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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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 이겨가는 Z세대 ‘디지털 품앗이’

[김상하의 이게 뭐Z?] 폐업 고민 자영업자 온라인 홍보… 해당 가게 방문해 매출 올려줘

  • 김상하 채널A 경영전략실 X-스페이스팀장

    입력2025-04-10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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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검색창에 ‘요즘 유행’이라고 입력하면 연관 검색어로 ‘요즘 유행하는 패션’ ‘요즘 유행하는 머리’ ‘요즘 유행하는 말’이 주르륵 나온다. 과연 이 검색창에서 진짜 유행을 찾을 수 있을까. 범위는 넓고 단순히 공부한다고 정답을 알 수 있는 것도 아닌 Z세대의 ‘찐’ 트렌드를 1997년생이 알잘딱깔센(알아서 잘 딱 깔끔하고 센스 있게)하게 알려준다.
     “저 사람도 한잔해보면 좋은 사람일지 몰라.”(일본 주류회사 산토리 위스키 광고 문구)

    “말할 수 없는 것이 더 많기에 사람은 쓰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일본 문구사 파이롯트(PILOT) 광고 문구)

    최근 Z세대 사이에서 화제가 된 일본 회사들의 광고 문구다. 소소한 물건 하나도 그냥 구매하는 법이 없는 Z세대다. 말 한마디, 문장 한 줄이 와 닿아야 움직인다. 꼭 감동적인 문구가 아니더라도 생각의 관점을 바꾸게 하고, 어디서 본 적은 없지만 상황과 맞닿은 ‘찰떡’ 같은 문장이라면 Z세대는 반응한다. 이번 주 Z세대를 움직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속 문장은 무엇인지 살펴본다.

    이북(e-book) 플랫폼 밀리의 서재가 재해석한 ‘로미오와 줄리엣’. 밀리의 서재 인스타그램 계정 캡처

    이북(e-book) 플랫폼 밀리의 서재가 재해석한 ‘로미오와 줄리엣’. 밀리의 서재 인스타그램 계정 캡처

    #‘감 다 살아 있는’ SNS 계정

    “네가 ‘자기야 나 안 죽었어’ 했잖아? 이딴 책 안 나왔어”에서 ‘이딴 책’의 제목은 무엇일까. 바로 ‘로미오와 줄리엣’이다. 누가 이런 생각을 했느냐고? 이북(e-book) 플랫폼 ‘밀리의 서재’가 3월 ‘세계 고전문학의 달’을 맞아 고전문학과 밈을 접목해 문학을 재해석한 SNS 게시 글을 올렸다. ‘춘향전’으로 ‘춘: 춘향이니? 향: 향단인데요’ 같은 2행시를 짓고, ‘열녀 never cry’ 같은 통통 튀는 밈을 올렸다. 이외에도 ‘위대한 개츠비’는 밈 ‘여주 꼬시려다 파산핑이 되’와 책 내용이 은근 잘 맞는다.

    책과 거리가 멀어 보이는 Z세대지만, 이들을 겨냥한 독서·서적 마케팅은 계속되고 있다. 좋아하는 것을 스스로 찾아나서는 Z세대 취향에 당연히 책이 포함돼 있다. 퇴근 후 필사를 하고, 예쁜 책갈피나 책 전용 색연필을 구매하는 등 책과 관련된 관심도 늘었다. 밀리의 서재처럼 눈길을 끄는 마케팅을 한다면 Z세대는 책을 더 가까이할 것이다.

    불경기에 ‘디지털 품앗이’를 요청한 X 사용자. 움냐? X(옛 트위터) 계정 캡처

    불경기에 ‘디지털 품앗이’를 요청한 X 사용자. 움냐? X(옛 트위터) 계정 캡처

    X 사용자 헤일메리가 디자인한 핼리 혜성 초와 촛대. 헤일메리 X(옛 트위터) 계정 캡처

    X 사용자 헤일메리가 디자인한 핼리 혜성 초와 촛대. 헤일메리 X(옛 트위터) 계정 캡처

    #어려운 시국에 서로 돕고 살자

    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자영업자의 곡소리도 계속해서 들려온다. 서민 음식으로 불리는 라면까지 줄줄이 가격이 인상되고 있다. 불경기가 심화하는 가운데 X(옛 트위터)에 새로운 ‘디지털 품앗이’가 등장했다. 한 X 사용자가 자신의 어머니가 운영하는 백반 가게를 소개한 것이 시작이었다. 어머니가 10년을 일해왔고 손맛도 좋은데, 원가가 너무 오르고 손님이 줄어 인건비조차 나오지 않아 폐업을 고민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 게시 글을 본 X 사용자들이 하나 둘 해당 가게에 방문했고, 가게는 활기를 되찾았다.

    자영업자 가족과 지인을 둔 X 사용자들도 뒤이어 게시 글을 남겼다. 쑥스럽지만 홍보를 부탁한다며 각자의 사연과 가게 위치, 가게만의 특색과 이야기를 알렸다. 음식점뿐 아니라 이사 용달, 케이크 가게, 꽃가게 등 다양한 가게가 나왔다. 이 가게들을 다 모아놓은 ‘트위터에서 보고 왔어요’ 지도도 생겼다. 어려운 시국에 서로 돕고 살자며 가게를 찾아가 매출을 올려주는 훈훈한 모습이 연출됐다. Z세대는 이렇듯 온라인으로도 서로를 챙긴다. 거리는 멀리 떨어져 있어도 정(情)을 주고받는다.

    #핼리 혜성 기다리는 Z세대

    좋은 집, 멋진 차에서 삶의 의미를 찾는 청년이 줄어들고 있다. 좋아하는 영화의 속편 개봉 날을 기다리고, 덕질하는 아이돌이 컴백하는 시기를 기다리며 살아간다. 누군가는 핼리 혜성을 기다린다. 이 혜성은 평균 76년 주기로 지구에 가까이 다가온다. 지난해 6월 말 반환점을 돌고 지구와 점점 가까워지는 중이다. 2061년 7월쯤 관측될 것으로 보인다.

    X 사용자 ‘헤일메리’는 이 핼리 혜성을 고대하며 작은 초와 혜성을 닮은 촛대를 만들었다. 그는 훗날 이 혜성을 눈으로 관찰할 때 “그땐 그랬지. 참 별거 아니었는데”라며 인생을 돌아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글을 썼다. 헤일메리의 글과 상품은 Z세대 사이에서 입소문이 났다. 단순히 인테리어 소품을 사는 게 아니라, 기다리는 시간을 사는 것 같은 느낌을 줘서다. 아무리 불경기라도 Z세대는 가격과 가성비만 따지지 않는다. 추억과 생각을 자극하는 작품을 구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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