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강남구 업비트 라운지에서 한 남성 고객이 비트코인 시세 그래프를 보고 있다. 동아DB
“관세 시행되고 코인은 일단 시즌 종료인가요. 주변에 큰돈 넣었던 사람들은 다 떠난 것 같아요.”
단순 조정 수준 넘어선 급락
최근 코인 투자자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들이다. 미국발(發) 상호관세 충격에 가상자산 시장도 폭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4월 10일 비트코인은 개당 8만1776달러(약 1억1973만 원)에 거래됐다(그래프 참조). 2024년 연말 고점(10만6147달러·약 1억5700만 원) 대비 약 20% 감소한 금액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하락세는 단순한 조정이 아니라 위험자산 전반에 퍼진 투자심리 위축의 결과라고 진단했다.
비트코인은 지난해 11월 미국 대선 이후 상승 가도를 달렸다. 암호화폐에 우호적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하면서 기대감을 한 몸에 받았다. 당선이 확정된 11월 6일(이하 현지 시간)에만 6만9374달러에서 출발해 7만5586달러까지 올랐다. 취임일이던 1월 20일에는 10만9228달러를 찍었다. 하지만 이후 약세를 보이더니 지금까지 고점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4월 9일 중국 외 나머지 국가들에 대한 상호관세를 90일간 유예하기로 발표하자 8만2428달러(약 1억2000만 원)로 반등했다.
나머지 4개 암호화폐 역시 가격이 하락했다. 시가총액 2위 이더리움은 3개월 전인 1월 고점(3380달러·약 500만 원) 대비 약 60% 하락했다. 4월 9일 이더리움은 1472달러(약 217만 원)에 거래됐다. 이더리움이 1500달러를 반납한 건 2023년 3월 이후 처음이다. 리플과 솔라나 등 주요 알트코인도 줄줄이 하락했다. 1월 대비 리플은 약 44%, 솔라나는 약 57%, 도지코인은 약 62%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이번 급락이 단순한 기술적 조정 수준을 넘어선 것이라고 분석한다. 가상자산거래소 코빗 산하 코빗리서치센터의 김민승 센터장은 “증시 하락과 함께 가상자산 시장에도 ‘패닉셀’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며 “2020년 3월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공포, 2022년 11월 FTX(당시 전 세계 3위권 암호화폐거래소) 파산 등으로 단기 급락한 적은 있지만 이 정도 규모의 패닉셀은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투심 얼어붙게 만든 ‘관세’
이번 가상자산 하락의 방아쇠를 당긴 건 관세전쟁이다. ‘강대강’으로 치닫는 무역 갈등은 투자심리를 급속히 위축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금융시장이 휘청거리는 가운데서도 고강도 관세정책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고 있다.
관세 부과는 가상자산과 주식 등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심리를 악화하는 대표적인 악재로 꼽힌다. 관세가 높아져 물가를 자극하면 금리인하 시점이 늦춰지고 경기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가상자산업계는 이런 정책 불확실성이 투자 위축으로 이어졌다고 보고 있다.
시장 불안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글로벌 가상자산 데이터 조사 업체 얼터너티브가 집계하는 ‘공포·탐욕 지수’는 4월 9일 15점을 기록하며 ‘극단적 공포(Extreme Fear)’ 수준에 진입했다. 이는 4월 2일 29점(공포)보다 하락한 수치다. 이 지수는 0에 가까울수록 극단적인 공포 상태를, 100에 가까울수록 낙관적 심리 상태를 나타낸다.
김승민 센터장은 “중국, 유럽 등에서 통화량 증가와 관련된 신호가 나온다면 비트코인 가격 반등이 가능할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공약했던 비트코인 전략 자산화 흐름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온체인 데이터 분석 플랫폼 크립토퀀트의 주기영 대표는 4월 6일 자신의 X(옛 트위터) 계정에 “비트코인 강세장은 종료됐다”면서 “과거 사례를 보면 추세가 전환되는 데 최소 6개월 이상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채원 기자
ycw@donga.com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윤채원 기자입니다. 눈 크게 뜨고 발로 뛰면서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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