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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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버턴, 데이비드 모이스 감독 부임 후 확 달라져

[위클리 해축] 놀라운 집중력으로 9경기 연속 무패 행진… 강등 위기 벗어나

  • 박찬하 스포티비·KBS 축구 해설위원

    입력2025-04-12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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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잉글랜드프리미어리그(EPL) 에버턴은 매 시즌 지긋지긋한 부진에 시달렸다. 과거 에버턴은 ‘영광스러운 시절’까지는 아니어도 중상위권을 넘보는 팀이었다. 부진의 시작은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이 2021년 레알 마드리드로 떠나고부터다. 돌이켜보면 에버턴을 중위권으로 이끈 안첼로티 감독도 좋은 평가를 받지는 못했다. AC 밀란, 첼시, 파리 생제르맹, 레알 마드리드, 바이에른 뮌헨, SSC 나폴리를 거쳐 에버턴에 부임한 그에게 여론은 냉혹했다. “감독으로서 커리어가 하락세다” “팀을 왜 유럽 대항전으로 이끌지 못하느냐”며 안첼로티 감독 책임론이 비등했다. 하지만 그때는 아무도 몰랐다. 그게 에버턴의 마지막 봄이었음을 말이다.

    잉글랜드프리미어리그(EPL) 에버턴의 데이비드 모이스 감독.  GETTYIMAGES

    잉글랜드프리미어리그(EPL) 에버턴의 데이비드 모이스 감독.  GETTYIMAGES

    안첼로티 떠나고 시작된 에버턴의 위기

    에버턴은 2021∼2022시즌 라파엘 베니테스 감독이 오면서부터 강등 위기와 잔류를 오가는 힘겨운 싸움을 반복했다. 베니테스 감독은 스페인 출신 명장이지만 이미 전성기가 한참 전에 끝났다는 평가를 받던 터였다. 결국 그는 에버턴에서 한 시즌을 채우지 못한 채 떠났고 뒤를 이은 프랭크 램파드 감독도 1년간 자리를 지킨 게 한계였다. 후임 숀 다이치 감독 체제에서 에버턴은 2022∼2023시즌 강등을 피했지만 감독의 기이한 축구 스타일로 고생했다. 2023∼2024시즌에도 팀은 하위권을 맴돌았다. 설상가상 에버턴은 EPL 규정 위반으로 ‘승점 8점 삭감’이라는 중징계까지 받았다. 그럼에도 팀이 EPL에 잔류한 것은 일찌감치 3개 팀이 강등 대상으로 결정됐기 때문이다. 2024∼2025시즌에도 구단주가 바뀌었을 뿐 에버턴은 하위권을 지켰다. 지독한 무승·무득점 행진과 무기력한 경기력에 시달리며 감독을 바꾸지 않고는 못 견딜 지경에 다다랐다. 이처럼 위기에 처한 에버턴은 올해 1월 데이비드 모이스 감독을 영입했다.

    모이스 감독은 과거 에버턴을 잉글랜드 무대에서 다시 경쟁력을 갖추도록 이끈 은인이다. 그는 2002년 3월 에버턴이 강등을 아슬아슬하게 피하고 있을 때 처음 리버풀(에버턴의 연고 도시)에 당도했다. 그리고 자신에게 주어진 9경기에서 4승 1무 4패를 기록해 EPL 잔류라는 1차 목표를 완수해냈다. 이후 2012∼2013시즌까지 11시즌 동안 활약하며 토머스 매킨토시, 해리 캐터릭을 잇는 에버턴 최고 감독 대열에 합류했다. 팀은 다소 기복을 보였지만 꾸준히 발전했고 유럽 대항전까지 나가는 위치에 올랐다. 같은 스코틀랜드 출신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의 앨릭스 퍼거슨 감독이 그를 후임으로 지명했을 때도 그럴 만한 능력을 갖췄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에버턴을 떠난 모이스 감독은 맨유부터 레알 소시에다드, 선덜랜드 AFC까지 연이은 실패로 명성에 큰 타격을 입었다. 반등 기회가 온 것은 2017∼2018시즌 웨스트햄 유나이티드를 EPL에 잔류케 하면서다. 약 6개월 동안 소방수 역할을 완벽히 해낸 그는 2019년 연말 다시 웨스트햄에 부임해 팀을 살리는 능력을 뽐냈다. 이어 웨스트햄에서 2022∼2023시즌 UEFA 유로파 컨퍼런스리그 우승이라는 업적까지 남겼다.

    웨스트햄이 능동적 축구 스타일로 변화를 꾀하며 모이스 감독과 작별한 게 에버턴으로선 절호의 기회였다. 모이스도 감독직에서 은퇴한 게 아니라 마지막 기회를 엿보던 터였다. 이제 좋은 결과만 만들어내면 에버턴과 모이스 감독 모두 최고의 해피엔딩인 셈이다. 모이스 감독은 에버턴이 익숙한 데다, 강등 위기 팀을 살리는 방법도 잘 알고 있다. 에버턴 부임 후 2번째 경기였던 EPL 22라운드 토트넘 홋스퍼와 경기를 승리로 이끌며 분위기 전환에 성공했다. 이어서 그는 브라이튼 앤드 호브 알비온, 레스터 시티를 연달아 잡아 리그 3연승을 질주했다. 그 전 6경기 중 5경기에서 무득점에 그친 팀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집중력이었다. 모이스 감독 부임 후 에버턴은 강등 위기에서 점차 멀어졌다. 30라운드 머지사이드 더비(잉글랜드 머지사이드주 리버풀에 연고를 둔 에버턴과 리버풀의 매치)에서 리버풀에 패하기 전까지 에버턴은 9경기 연속 무패를 이어가기도 했다.



    에버턴이 1월 19일(현지 시간) 잉글랜드 리버풀 구디슨 파크에서 열린 EPL 22라운드 경기에서 토트넘 홋스퍼를 3-2로 꺾었다. GETTYIMAGES

    에버턴이 1월 19일(현지 시간) 잉글랜드 리버풀 구디슨 파크에서 열린 EPL 22라운드 경기에서 토트넘 홋스퍼를 3-2로 꺾었다. GETTYIMAGES

    ‘머지사이드 더비’ 패배에도 변함없는 팬들의 지지

    4월 2일(현지 시간) 지역 라이벌 리버풀에 무득점으로 패했지만 모이스 감독과 에버턴을 비난하는 팬은 없었다. 오히려 경기 마지막까지 아낌없는 박수로 에버턴의 EPL 잔류 경쟁을 지지하는 모습이었다. 다이치 감독 시절 매 경기 팬들이 불만과 짜증을 보인 것과는 천양지차다. 당초 모이스 감독 복귀를 두고 ‘아름다운 추억’마저 망치게 되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는 에버턴 팬이 적잖았다. 31라운드 현재 에버턴 승점은 강등권과는 15점 차이다. 에버턴은 4월 중순 이후 맨체스터 시티, 첼시 등 강팀을 연달아 만나 쉽지 않은 승부를 펼칠 것이다. 하지만 빠르게 팀을 장악한 모이스 감독이 있는 한 강등 걱정은 잠시 덮어둬도 된다는 게 필자의 견해다. 데이비드 모이스, 그는 예나 지금이나 에버턴의 구세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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