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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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보다 학력은 좋은데 일자리 질은 낮은 여성

고학력 여성의 역설… 1980년대생부터 여성 대졸자 비율 남성 추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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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채원 기자

    ycw@donga.com

    입력2025-04-10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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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은 여성 지원자의 서류전형 통과율이 남성 지원자보다 높다고 느낍니다. 군대에 있었던 기간을 감안해도 여성 지원자가 남성 지원자보다 스펙이 좋은 경우가 많아요. 실무 면접 단계에 올라가는 남성 지원자가 줄어들어 남성 지원자에게 호의적으로 질문해도 제대로 답변하지 못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들었습니다. 결국 최종 단계까지 올라가는 남성 지원자가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한 대기업 인사팀 관계자가 최근 채용 동향에 관해 한 말이다. 그는 요즘 여성 지원자가 더 준비돼 있다는 인상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통계청도 같은 흐름을 포착했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1980년대생부터 여성의 고등교육 이수율이 남성을 추월했다. 그러나 학력 자본이 양질의 일자리로 이어지지는 않았다는 게 보고서와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생애과정 이행에 대한 코호트(공통된 특성을 가진 사람들 집단)별 비교 연구: 교육·취업’ 보고서에 따르면 1970년대생(46~55세)은 대학 이상 졸업자 비율에서 남성이 여성보다 높지만, 1980년대생(35~45세)부터는 역전된 것으로 나타났다(표 참조). 1990~1994년생이 만 26~30세일 때 기준으로 대졸 이상 비율은 남성 65.3%, 여성 78.5%였다. 남녀 모두 전반적으로 취업 시기가 늦어지고, 군복무로 남성의 졸업 나이가 더 늦다는 점을 감안해도 13.2%p 차이가 난다.

    고학력 갖춰야 일자리 갖는다는 심리

    전문가들은 여성의 고등교육 이수율이 높아지는 것은 세계적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주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는 “영국은 이미 30년 전부터 한국과 비슷한 현상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어 “남성은 군복무 후 비교적 안정적인 직장에 진입하거나, 일정 수준 이상 임금을 받는 제조업 직무 등에 접근할 기회가 있어 상대적으로 낮은 학력으로도 보상을 받을 수 있다”며 “반면 여성은 고학력을 갖춰야 비슷한 수준의 기회를 확보할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자연스럽게 고등교육 진학 비율 역전 현상이 생겼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여성 교육 수준은 높아졌지만, 이러한 변화가 노동시장 구조에 곧바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분석도 나온다. 통계청 보고서에 따르면 남성은 초기 청년기에 비정규직 비율이 높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정규직 전환 경향이 뚜렷한 반면, 여성은 20대 중반 이후에도 비정규직 비율이 남성보다 높은 수준에서 유지되는 양상을 보였다(그래프 참조).

    주 | 연령대는 각 출생 연도생의 해당 시점을 가리킴. 

자료 | 통계청 ‘생애과정 이행에 대한 코호트별 비교 연구: 교육·취업’ 보고서

    주 | 연령대는 각 출생 연도생의 해당 시점을 가리킴. 자료 | 통계청 ‘생애과정 이행에 대한 코호트별 비교 연구: 교육·취업’ 보고서

    더 공부하고, 정규직 전환은 더디고

    1985~1989년생(36~40세) 남자 표본에서 비정규직 비율은 20~24세 시점 46.2%, 25~29세 시점 24.5%, 30~34세 시점 19.4%로 나타났다. 반면, 1985~1989년생 여자 표본에서 비정규직 비율은 20~24세 시점 40.6%, 25~29세 시점 25.8%, 30~34세 시점 27.5%였다. 1990~1994년생(31~35세) 여자 표본에서 비정규직 비율은 20~24세 시점 41.3%, 25~29세 시점 29.6%였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경향이 임신, 출산, 육아 등 생애 과정 요인과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윤김지영 창원대 철학과 교수는 “최근에는 30대에 결혼하거나 임신하는 비율이 늘고 있다”며 “육아휴직 등으로 경력이 끊기거나 근속연수가 짧아지면 비정규직으로 재진입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같은 연령대의 남성은 경력을 이어가면서 관리자 직군으로 진입할 가능성이 있지만, 여성은 이 과정에서 이탈하거나 진입이 지연되곤 한다”고 덧붙였다.

    이주희 교수는 여성의 고학력화가 일정 부분 격차를 줄이는 데 기여할 수는 있어도, 이른바 ‘유리천장’ 문제를 해소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요즘은 비혼 여성이 늘었지만, 여성은 임신·출산 등으로 경력에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인식이 여전히 남아 있다”며 “영국은 우리보다 앞서 남녀 간 학력 역전 현상이 나타났으나, 여성의 고위직 진출이 비슷한 속도로 따라붙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성 임원 비율 확대나 성별 임금 격차 해소를 위한 단체교섭 등 제도적 개입이 유리천장 개선에 효과를 보인 사례들이 있다”고 덧붙였다.

    윤채원 기자

    윤채원 기자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윤채원 기자입니다. 눈 크게 뜨고 발로 뛰면서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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