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를 체포·압송한 뒤인 1월 4일(이하 현지 시간) 전용기 에어포스원 앞에서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그런데 이곳에서 생산되는 원유는 점도와 밀도가 반(半)고체에 가까운 초중질유(超重質油)다. 초중질유를 수출할 수 있도록 정제하려면 글로벌 석유 기업들의 기술과 자본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엑슨모빌과 코노코필립스 등 미국 대형 석유 기업들은 1990년대부터 오리노코 벨트에 적극 진출해 수백억 달러를 투자하며 원유 개발에 나섰다. 하지만 1999년 대선에서 승리한 우고 차베스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반미 좌파 기치를 내걸고 2007년 오리노코 벨트에 설치한 석유시설들을 일방적으로 국유화했다. 이 때문에 엑슨모빌과 코노코필립스 등 미국 대형 석유 기업들은 시설을 그대로 둔 채 철수해야만 했다.
148분 만에 무너진 마두로 정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월 3일(현지 시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니콜라스 마두로가 미 해군 이오지마함에 탑승 중이다”라며 사진을 게재했다. 도널드 트럼프 트루스소셜 계정
미국 육군 최정예 특수부대인 델타포스 대원들은 같은 날 오전 2시 1분 헬기를 타고 안전 가옥에 진입해 잠을 자던 마두로 대통령과 부인 실리아 플로레스를 체포하고 오전 4시 29분 카리브해에 있는 해군 강습상륙함 이오지마호로 이송을 완료했다. 이로써 2013년부터 베네수엘라를 철권 통치해온 마두로 정권은 148분(2시간 28분) 만에 무너졌다.
마두로 대통령 부부는 1월 5일부터 뉴욕 남부 연방지방법원에서 마약 테러 공모(narco-terrorism conspiracy), 코카인 미국 밀반입 공모 등 혐의로 재판을 받기 시작했다. 미국 정부는 마두로 대통령이 마약 밀매 관련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임을 강조하면서 이번 조치는 정권교체를 목적으로 한 군사 작전이 아니라서 국제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국제사회 일각에선 미국 정부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국제법 전문가들은 전쟁을 선포하지 않은 상태에서 제3국(미국)이 유엔 회원국(베네수엘라) 정상을 그 나라(베네수엘라) 영토 안에서 군사작전을 통해 체포한 뒤 해외로 이송한 행위가 주권 존중과 영토 보전을 핵심으로 하는 유엔 헌장 및 국제법을 어긴 것이라고 지적한다.
베네수엘라 원유, 활용도 높은 중질유

베네수엘라 푸에르토 카벨로에 있는 엘 팔리토 정유소 앞. 미국 에너지정보국(EIA)에 따르면 베네수엘라는 3030억 배럴의 원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전 세계 매장량의 5분의 1 수준이다. 뉴시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주장은 명분일 뿐이다. 실제로 미국에서 마약이 핵심 문제가 된 원인은 펜타닐이다. 멕시코 마약 카르텔은 그동안 중국 화학업체들이 밀수출한 전구체로 펜타닐을 대량 제조해 미국에 밀반입했다. 미국에선 매년 7만~10만 명이 펜타닐 과다 복용으로 사망하고 있다. 특히 18~49세 미국인의 사망 원인 1위는 펜타닐 중독이다. 블룸버그는 미국에서 펜타닐 사태 주범은 멕시코 카르텔과 중국산 원료임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베네수엘라를 목표로 삼은 점에 의문을 제기했다. 게다가 미국으로 유입되는 코카인도 대부분 콜롬비아산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속내를 그대로 드러냈다. 그는 “우리는 원래 가져왔어야 할 석유를 되찾았다”면서 “우리는 안전하고 적절하며 신중한 이행이 가능할 때까지 그 나라를 운영(run)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규모가 아주 큰 미국 석유 기업들이 베네수엘라에 들어가 수십억 달러를 들여 심각하게 파괴된 석유 인프라를 복구하겠다”며 “미국 석유 기업들이 현지에 진출해 원유 생산량을 늘리는 방법으로 과도 통치 및 국가 재건 자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에너지정보국(EIA)에 따르면 베네수엘라는 3030억 배럴의 원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전 세계 매장량의 5분의 1 수준으로 세계 1위다. 사우디아라비아(2670억 배럴), 이란(2090억 배럴), 캐나다(1630억 배럴), 이라크(1450억 배럴) 등 다른 산유국보다 훨씬 많다. 베네수엘라의 실제 생산량은 매장량에 비해 현저히 적은 수준으로 하루 100만 배럴이다. 이는 전 세계 원유 생산량의 0.8%에 불과하다. 마두로가 2013년 집권하기 전 생산량의 절반에도 못 미치고, 차베스 집권 이전 하루 350만 배럴을 생산할 때와 비교하면 비해 3분의 1도 되지 않는다. 따라서 미국 대형 석유 기업들이 베네수엘라에 진출하면 훨씬 많은 원유를 생산할 수 있을 것이 분명하다.
‘돈로 독트린’ 천명한 트럼프
베네수엘라산 원유는 미국산보다 활용도가 훨씬 크다. 미국산 원유는 주로 저유황 경질유라 휘발유로 사용된다. 반면 베네수엘라산 원유는 디젤이나 아스팔트, 중장비용 연료 등 특정 제품을 생산하는 데 필수적이다. 베네수엘라산 원유에 대한 미국 측 제재로 전 세계적으로 디젤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다. 미국의 주요 원자재 및 금융시장 분석 회사인 프라이스퓨처스그룹의 필 플린 선임 분석가는 “미국 내 정유시설은 대부분 베네수엘라산 중질유를 처리하도록 설계됐으며 미국산보다 베네수엘라산을 사용할 때 훨씬 효율적”이라면서 “세계는 더 많은 원유에 접근할 수 있어 가격 급등과 공급 부족 위험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트럼프 대통령의 의도는 미국 석유 기업들이 세계 최대 석유 보물창고에 다시 접근하도록 길을 열어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석유 기업들이 베네수엘라의 석유 생산량을 늘리는 데 1년 반도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베네수엘라 정부가 제재 대상이던 원유 3000만∼5000만 배럴을 미국에 인도할 것”이라면서 “판매 대금은 베네수엘라 국민과 미국 국민 모두에게 도움이 되도록 사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5000만 배럴 기준으로 시장가격은 최대 30억 달러(약 4조3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미국이 베네수엘라의 막대한 석유 자원에 대한 통제권을 확보한다면 서반구 패권 회복에도 큰 도움이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서반구 영향력 강화·유지가 이번 공격의 목표 가운데 하나라고 밝혔다. 그는 미 국방부가 지난해 12월 5일 발표한 국가안보전략(NSS) 보고서를 언급하며 “서반구에서 미국의 지배력이 다시는 의문시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작전의) 기원은 ‘먼로 독트린’으로 거슬러 올라간다”면서 “우리는 이를 뛰어넘었고 사람들은 ‘돈로 독트린(Donroe Doctrine)’이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돈로는 트럼프 대통령 이름인 ‘도널드’와 5대 대통령 제임스 먼로(1817~1825년 재임)의 성 먼로의 합성어다. 미국 ‘앞마당’인 중남미에서 중국과 러시아를 포함한 비(非)서반구 강대국의 영향력 확대를 묵과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中 일대일로 프로젝트 제동 걸리나

마두로 대통령(오른쪽)은 1월 2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특사인 추샤오치와 만났다. 마두로 대통령이 압송되기 불과 몇 시간 전이다. 마두로 대통령 페이스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