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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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어…오징어…똑똑한 생물?

  • 이서원 영화평론가

    입력2006-07-24 09: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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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어…오징어…똑똑한 생물?

    '괴물'(위)<br>'에일리언'(아래)

    영화사상 가장 유명한 수중 괴물은 역시 스티븐 스필버그의 ‘죠스’에 나오는 상어다. 새로 디자인한 괴물도 아니고 특수효과도 별것 없지만, ‘빠밤빠밤’ 하는 존 윌리엄스의 음악과 함께 상어가 등장하면 지금 봐도 긴장할 수밖에 없다. 그보다는 좀 떨어지지만, 범고래가 나오는 아류작 ‘오르카’도 있었다.

    하지만 텔레비전을 틀면 무시로 자연 다큐멘터리가 나오는 요즘, 상어나 범고래 같은 정상적인 생물을 주인공으로 영화를 만들면 뭔가 좀 심심하다. 약간의 디자인과 허풍이 요구되는 것이다.

    ‘죠스’보다는 먼저 만들어졌지만 개념만 따진다면 상어에서 발전한 생물형 괴물이 나오는 영화로는 제임스 메이슨이 네모 선장으로 나오는 ‘해저 2만리’가 있다. 이 영화의 절정은 거대한 대왕오징어와 노틸러스호가 사투를 벌이는 장면이다. 물론 쥘 베른 소설을 각색한 이 영화는 허풍이다. 실제로 대왕오징어는 존재하지만, 노틸러스호와 일대일로 싸울 만큼 큰 녀석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여기서 조금 더 발전하면 거대한 오징어형 바다괴물 크라켄이 나온다. 십중팔구 대왕오징어를 본 허풍쟁이 선원들이 과장된 상상력으로 만든 것이겠지만, 이야기를 만드는 데는 진짜 대왕오징어보다 낫다. ‘캐리비안의 해적 2-망자의 함’은 바로 그 괴물을 최대한으로 이용한 영화다. 바다의 악마 데이비 존스의 부하인 이 괴물은 진짜로 거대한 범선을 흡판 달린 거대한 다리들로 쥐어짜 박살낸다.

    이 단계를 넘어가면 오리지널로 창작된 괴물이 나온다. 개봉을 앞둔 봉준호의 ‘괴물’에 나오는 이름 없는 괴물이 바로 그런 부류다. 입은 꽃처럼 벌어졌고, 몸은 거대한 올챙이처럼 생겼으며, 육지에서는 두 다리로 뛰어다니는 이 알 수 없는 돌연변이는 한강 다리와 하수구에 숨어 살면서 가끔 지나가는 멍청한 인간들을 잡아간다.



    여기서 더 나아가면 기존 괴물들의 변형들이 존재한다. ‘에일리언 4’에서는 이전까지 육지에서만 활동하던 에일리언들이 갑자기 수중 생물로 변신한다. 긴 몸을 유연하게 움직이며 악어처럼 헤엄을 치는 놈들의 모습을 보면 왜 전엔 이런 장면을 넣을 생각을 안 했는지 궁금해질 정도다.

    수중 괴물의 절정은 제임스 카메론의 ‘어비스’가 될 것이다. 이 영화에 나오는 바다 괴물은 더 이상 사람을 잡아먹는 지능 낮은 짐승이 아니다. 바다 밑에 완벽한 기술문화를 건설한 아름답고 똑똑한 지성체다. 하긴 바다 심연 어딘가에 인간보다 똑똑한 생물이 살고 있지 말란 법도 없으니 말이다.



    영화의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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