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7·11 전당대회 결과는 당권주자 8명뿐만 아니라 전대에 촉각을 곤두세웠던 대선주자 빅3의 희비까지 갈라놓았다.
이날 전대에서는 박근혜 전 대표의 지원을 받은 강재섭 후보가 당 대표최고위원에 선출됐다. 전대 선거 기간 내내 이재오 후보에게 뒤지다가 막판에 이룬 역전승이었다. 이재오, 강창희, 전여옥, 정형근 후보가 뒤를 이어 최고위원직에 올랐다. 최고위원 5명 가운데 이재오 의원을 뺀 4명이 ‘친박(親朴)’ 성향의 후보로 볼 수 있다.
이런 결과는 전대 행사가 종반으로 가면서 대선주자들의 표정에서 어느 정도 감지됐다. 이날 박 전 대표는 붉은색의 화사한 옷차림으로 참석해 시종 환한 미소를 지었다. 마치 결과를 예감한 듯한 표정. 박 전 대표는 투표를 마친 뒤 여유 있게 자리를 떴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도 자리를 일찍 떴다. 그러나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전대 전날 이 전 시장 측은 낙승을 장담했다. 그러나 하룻밤 새 분위기는 역전됐고, 이 전 시장 측과 이 최고위원 측에서는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李 전 시장 측 “저쪽에서 장난쳐”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도 굳은 표정이긴 마찬가지였다. 다른 주자들과 달리 최종 결과가 발표될 때까지 자리를 지켰던 손 전 지사는 자리를 빠져나가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제 정치권의 관심은 박 전 대표와 이 전 시장의 ‘대권 대차대조표’에 쏠려 있다. 전대에서 한발 뺀 채 100일 민심대장정을 하고 있는 손 전 지사의 대차대조표는 아직 논외다.
이번 전대가 박근혜-이명박 간의 1차 대선레이스라면 1차전은 박 전 대표의 승리였다. 박 전 대표 측은 새 지도부가 쉽사리 ‘은혜’를 잊을 수 없을 정도로 확실하게 밀어줬다. 그동안 선거나 공천 등에 대해 ‘불개입’ 원칙을 천명했던 박 전 대표가 직접 전화를 걸어 지지를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표가 정치적 부담을 지면서까지 도운 만큼 최고위원들도 박 전 대표를 의식할 수밖에 없다. 새 지도부는 2007년 대선후보 경선 관리와 2008년 총선까지를 맡는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박 전 대표의 대표 경선 성적표는 상당한 흑자를 달성한 셈이다.
문제는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흑자 기조에 큰 허점이 발견된다는 점이다.
모든 것을 던져 만든 이번 전대 결과가 오히려 박 전 대표의 발목을 잡는 족쇄로 작용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먼저 너무 강하게 ‘박근혜의 힘’을 보여준 탓에 적이 많아졌고, 당내에 견제심리를 유도했다. 이는 전대 이틀 뒤 7월13일 원내대표 경선에서 현실로 드러났다. 김형오, 김무성 의원이 격돌한 이번 경선에서 대의원들은 친박 색깔이 덜한 김형오 의원을 원내대표로 선출했다. 김무성 의원이 우세할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는 결과였다. 박 전 대표의 영향력을 보여준 지 이틀 만에 나온 이 같은 결과는 당내에 ‘박근혜 경계론’이 그만큼 빨리 퍼져나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점이 흑자 뒤의 커다란 함정인 것이다. 한나라당 내 전략가로 분류되는 한 인사의 설명이다.
“영남권 일색에 민정당 색깔의 지도부가 들어선 데다 모든 언론이 옛날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하고 있다. 이런 마당에 전대 결과가 박 전 대표에게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박 전 대표는 당심은 얻었는지 몰라도 민심은 잃을 것이다.”
그는 이번 경선 결과를 박 전 대표의 실수로 분석했다.
박 전 대표의 정치 행태에 대한 비판도 부담이다. 박 전 대표는 지금까지 국가보안법을 둘러싼 국가정체성 문제, 사학법 문제 등 정책 문제로 비판을 산 적은 있지만 이번처럼 경선 등 당내 활동으로 비판의 초점이 된 것은 처음이다. 그동안 다른 정치인들과 차별화됐던 이른바 ‘무욕의 리더십’ 이미지가 상당 부분 훼손됐다.
‘대리전 원죄’ 짊어진 강 대표
이 전 시장의 득실 계산은 어떨까. 이번 전대 결과로 인해 대선후보 경선 공정관리에 빨간불이 켜졌다. 이 전 시장의 선택을 둘러싼 각종 설이 난무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선후보 경선 참여를 백지상태에서 고민할 거라는 분석에서부터 여당을 포함하는 정계개편 가능성까지 이 전 시장의 ‘다른 선택’을 전제로 한 무수한 설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정계개편 가능성은 제한돼 있다. 이 전 시장이 어떻게든 다른 선택을 하기 위해선 혼자가 아닌 집단으로 움직여야 한다. 그러나 국회의원들이 이 전 시장의 움직임에 장단을 맞춰줄지는 의문이다.
이들이 움직인다 해도 한나라당발(發) 정계개편 요소는 그중에서도 가장 적다. 이 점 또한 이 전 시장의 입지를 제약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정계개편의 수족이 되는 의원들의 판단 잣대는 2007년 대선보다 2008년 총선에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현재의 정치권 구도는 한나라당의 2007년 집권에는 도움이 안 될지 몰라도 2008년 총선에는 도움이 될 수 있다.
특히 영남권, 그중에서도 대구(TK)의 경우 2007년 집권 여부와 무관하게 ‘한나라당’이라는 간판만으로 2008년 총선을 보장받을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이 전 시장은 이런 점을 감안해 냉정하게 계산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런 셈법이 가능해지면 이 전 시장의 경선 대차대조표는 적자 구조를 탈피하게 된다. 당장은 불쾌하고 실이 많아 보이지만, 1년 반 이상 남은 대권을 놓고 보면 체력을 쌓을 기회로 활용할 수도 있다. 이 전 시장 측은 “박 전 대표 덕에 여권의 타깃에서 어느 정도 벗어난 것 아니냐”는 홀가분한 표정도 짓는다.
전략통인 윤여준 전 의원도 이런 분석에 동의한다. 그는 “지금이야 이 전 시장 측이 불쾌한 표정을 짓겠지만 여유 있게 국민적 메시지를 만드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측면에서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하나 주목할 것은 박근혜-이명박 기싸움에 새 당대표가 됐음에도 별다른 관심을 끌지 못하는 강 대표의 역할이다. 정말로 강 대표가 일각의 예상처럼 박 전 대표를 위해 총대를 멜지 여부는 이후 한나라당 후계구도는 물론 한나라당의 분열 가능성까지 재볼 수 있는 잣대가 된다.
일단 강 대표는 취임 일성으로 ‘공정한 대선경선 관리’를 외쳤다.7월14일에는 ‘음모론’을 제기하며 전남 선운사에 칩거 중인 이 최고위원을 찾아 유화 제스처를 취했다. 또 소장파를 당직에 적극 기용함으로써 당내 화합을 꾀하겠다는 의지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전대 중반부터 강 대표가 불씨를 당긴 대리전 논란으로 인해 강 대표의 좁아진 입지는 끝까지 그를 옭아맬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표에게 조금이라도 유리한 행보를 하면 공정성 논란이 제기될 것이고, 개인적으로도 ‘박근혜 꼬봉’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박 전 대표를 지나치게 외면했다가는 ‘배신자’로 몰릴 수 있어 강 대표는 이래저래 ‘대리전 원죄’를 짊어진 채 험로를 헤쳐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전대에서는 박근혜 전 대표의 지원을 받은 강재섭 후보가 당 대표최고위원에 선출됐다. 전대 선거 기간 내내 이재오 후보에게 뒤지다가 막판에 이룬 역전승이었다. 이재오, 강창희, 전여옥, 정형근 후보가 뒤를 이어 최고위원직에 올랐다. 최고위원 5명 가운데 이재오 의원을 뺀 4명이 ‘친박(親朴)’ 성향의 후보로 볼 수 있다.
이런 결과는 전대 행사가 종반으로 가면서 대선주자들의 표정에서 어느 정도 감지됐다. 이날 박 전 대표는 붉은색의 화사한 옷차림으로 참석해 시종 환한 미소를 지었다. 마치 결과를 예감한 듯한 표정. 박 전 대표는 투표를 마친 뒤 여유 있게 자리를 떴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도 자리를 일찍 떴다. 그러나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전대 전날 이 전 시장 측은 낙승을 장담했다. 그러나 하룻밤 새 분위기는 역전됐고, 이 전 시장 측과 이 최고위원 측에서는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李 전 시장 측 “저쪽에서 장난쳐”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도 굳은 표정이긴 마찬가지였다. 다른 주자들과 달리 최종 결과가 발표될 때까지 자리를 지켰던 손 전 지사는 자리를 빠져나가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제 정치권의 관심은 박 전 대표와 이 전 시장의 ‘대권 대차대조표’에 쏠려 있다. 전대에서 한발 뺀 채 100일 민심대장정을 하고 있는 손 전 지사의 대차대조표는 아직 논외다.
이번 전대가 박근혜-이명박 간의 1차 대선레이스라면 1차전은 박 전 대표의 승리였다. 박 전 대표 측은 새 지도부가 쉽사리 ‘은혜’를 잊을 수 없을 정도로 확실하게 밀어줬다. 그동안 선거나 공천 등에 대해 ‘불개입’ 원칙을 천명했던 박 전 대표가 직접 전화를 걸어 지지를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표가 정치적 부담을 지면서까지 도운 만큼 최고위원들도 박 전 대표를 의식할 수밖에 없다. 새 지도부는 2007년 대선후보 경선 관리와 2008년 총선까지를 맡는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박 전 대표의 대표 경선 성적표는 상당한 흑자를 달성한 셈이다.
문제는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흑자 기조에 큰 허점이 발견된다는 점이다.
모든 것을 던져 만든 이번 전대 결과가 오히려 박 전 대표의 발목을 잡는 족쇄로 작용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먼저 너무 강하게 ‘박근혜의 힘’을 보여준 탓에 적이 많아졌고, 당내에 견제심리를 유도했다. 이는 전대 이틀 뒤 7월13일 원내대표 경선에서 현실로 드러났다. 김형오, 김무성 의원이 격돌한 이번 경선에서 대의원들은 친박 색깔이 덜한 김형오 의원을 원내대표로 선출했다. 김무성 의원이 우세할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는 결과였다. 박 전 대표의 영향력을 보여준 지 이틀 만에 나온 이 같은 결과는 당내에 ‘박근혜 경계론’이 그만큼 빨리 퍼져나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점이 흑자 뒤의 커다란 함정인 것이다. 한나라당 내 전략가로 분류되는 한 인사의 설명이다.
7월11일 당대표에 당선된 강재섭 의원.
그는 이번 경선 결과를 박 전 대표의 실수로 분석했다.
박 전 대표의 정치 행태에 대한 비판도 부담이다. 박 전 대표는 지금까지 국가보안법을 둘러싼 국가정체성 문제, 사학법 문제 등 정책 문제로 비판을 산 적은 있지만 이번처럼 경선 등 당내 활동으로 비판의 초점이 된 것은 처음이다. 그동안 다른 정치인들과 차별화됐던 이른바 ‘무욕의 리더십’ 이미지가 상당 부분 훼손됐다.
‘대리전 원죄’ 짊어진 강 대표
이 전 시장의 득실 계산은 어떨까. 이번 전대 결과로 인해 대선후보 경선 공정관리에 빨간불이 켜졌다. 이 전 시장의 선택을 둘러싼 각종 설이 난무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선후보 경선 참여를 백지상태에서 고민할 거라는 분석에서부터 여당을 포함하는 정계개편 가능성까지 이 전 시장의 ‘다른 선택’을 전제로 한 무수한 설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정계개편 가능성은 제한돼 있다. 이 전 시장이 어떻게든 다른 선택을 하기 위해선 혼자가 아닌 집단으로 움직여야 한다. 그러나 국회의원들이 이 전 시장의 움직임에 장단을 맞춰줄지는 의문이다.
이들이 움직인다 해도 한나라당발(發) 정계개편 요소는 그중에서도 가장 적다. 이 점 또한 이 전 시장의 입지를 제약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정계개편의 수족이 되는 의원들의 판단 잣대는 2007년 대선보다 2008년 총선에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현재의 정치권 구도는 한나라당의 2007년 집권에는 도움이 안 될지 몰라도 2008년 총선에는 도움이 될 수 있다.
특히 영남권, 그중에서도 대구(TK)의 경우 2007년 집권 여부와 무관하게 ‘한나라당’이라는 간판만으로 2008년 총선을 보장받을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이 전 시장은 이런 점을 감안해 냉정하게 계산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런 셈법이 가능해지면 이 전 시장의 경선 대차대조표는 적자 구조를 탈피하게 된다. 당장은 불쾌하고 실이 많아 보이지만, 1년 반 이상 남은 대권을 놓고 보면 체력을 쌓을 기회로 활용할 수도 있다. 이 전 시장 측은 “박 전 대표 덕에 여권의 타깃에서 어느 정도 벗어난 것 아니냐”는 홀가분한 표정도 짓는다.
전략통인 윤여준 전 의원도 이런 분석에 동의한다. 그는 “지금이야 이 전 시장 측이 불쾌한 표정을 짓겠지만 여유 있게 국민적 메시지를 만드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측면에서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하나 주목할 것은 박근혜-이명박 기싸움에 새 당대표가 됐음에도 별다른 관심을 끌지 못하는 강 대표의 역할이다. 정말로 강 대표가 일각의 예상처럼 박 전 대표를 위해 총대를 멜지 여부는 이후 한나라당 후계구도는 물론 한나라당의 분열 가능성까지 재볼 수 있는 잣대가 된다.
일단 강 대표는 취임 일성으로 ‘공정한 대선경선 관리’를 외쳤다.7월14일에는 ‘음모론’을 제기하며 전남 선운사에 칩거 중인 이 최고위원을 찾아 유화 제스처를 취했다. 또 소장파를 당직에 적극 기용함으로써 당내 화합을 꾀하겠다는 의지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전대 중반부터 강 대표가 불씨를 당긴 대리전 논란으로 인해 강 대표의 좁아진 입지는 끝까지 그를 옭아맬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표에게 조금이라도 유리한 행보를 하면 공정성 논란이 제기될 것이고, 개인적으로도 ‘박근혜 꼬봉’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박 전 대표를 지나치게 외면했다가는 ‘배신자’로 몰릴 수 있어 강 대표는 이래저래 ‘대리전 원죄’를 짊어진 채 험로를 헤쳐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