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5년 재단법인화 이후 새롭게 오디션을 거쳐 선발된 단원들의 기량 향상이 두드러진다. 찾아가는 음악회를 통해 클래식 음악의 문턱을 낮췄고, 세계적인 작곡가 진은숙을 상주 작곡가로 위촉하는 등 깊이도 더했다. 음악감독 정명훈이 전면에 나서는 베토벤 교향곡 치클루스(전곡 연주회)도 호응이 뜨겁다.
모두 4차례에 걸쳐 연주하는 베토벤 교향곡 사이클 프로젝트 가운데 세 번째 공연이 7월28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다. 이전에 열렸던 두 차례 공연이 모두 전석 매진된 이후 이 공연도 매진을 눈앞에 두고 있기에 7월30일 역시 예술의전당에서 추가 앙코르 공연을 열기로 결정한 상태다.
서울시향을 향한 이 같은 인기의 원인은 무엇일까. 지휘자, 연주자의 기량 외에 레퍼토리에서도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음악의 모든 요소를 한꺼번에 맛볼 수 있는 ‘알짜’ 코스인 교향곡, 그 가운데 베토벤이 남긴 아홉 곡의 교향곡은 교향곡 중의 교향곡들이다. 클래식 음악의 진수를 가장 짧은 시간에 보여준다는 점에서 베토벤 교향곡의 실제 연주를 접하는 것은 클래식 음악과 친숙해지는 지름길이다.
이번 공연에서는 베토벤 교향곡 6번 ‘전원’과 교향곡 7번이 연주된다. 서울시향은 12월27일 교향곡 8, 9번을 연주하는 것으로 프로젝트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고려대 종합체육관에서 학생과 시민 약 7500명이 모인 가운데 ‘찾아가는 시민공연’(7월24일)도 준비했다.
베토벤이 유서를 썼던 하일리겐슈타트. 그는 그 절망의 현장에서 자연이 주는 평안함과 풍족함을 목격한다. 그 감명을 작품에 담은 것이 6번 ‘전원’이다. 폭풍우가 지난 뒤 비 갠 풍경 같은 피날레는 그 어떤 어려움에도 삶은 살아볼 가치가 있음을 보여주는 듯한 명곡이다. 이어지는 7번은 ‘댄스 컬렉션’. 리스트가 ‘리듬의 신격화’, 바그너는 ‘무도의 신격화’라고 칭했던 곡이다. 이 곡으로 인해 베토벤이 대중적으로 인기를 얻기 시작했을 만큼, 7번은 듣는 이를 몰입시키고 흥분시킨다. 술의 신 바커스가 빚은 듯한 교향곡 7번을 듣고, 험난한 세상을 살아갈 용기를 재충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