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죽어도 좋아\'의 한 장면과 발기부전 치료약 시알리스.
서울 성북구에서 10여 년째 병원을 운영하는 송모(48·여·가정의학)박사에겐 ‘할아버지 손님’이 많다. 하지만 이런 노인들 중 상당수는 특별히 아픈 곳이 있어서 병원에 오는 것이 아니다. 그들이 정기적으로 병원을 찾는 목적은 오로지 하나. 약국에서 비아그라, 시알리스 등 발기부전 치료약을 구입할 처방전을 받기 위해서다.
“노인 환자들 중에 ‘약’ 덕분에 만년에 새 삶을 찾았다고 말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개중엔 일주일에 한 알로는 부족하다고 투정하는 분들도 꽤 계세요.”
1998년 세상에 첫선을 보인 경구용 발기부전 치료약의 영향력은 실로 대단했다. 가장 큰 변화는 그때까지 남자들 세계에서 은밀하게 오가던 성(性)에 대한 온갖 고민과 비밀스런 처방들이 공론(公論)의 장으로 나오게 된 것. “이제는 노인들뿐 아니라 ‘자신 없는’ 남자들이 점점 더 거리낌 없이 의사를 찾게 됐고, 심지어는 아내가 남편 손을 이끌고 의사를 찾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고 송 박사는 설명한다.
차별적 효능과 성공 마케팅변화하는 세태에 따라가듯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도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2003년 시알리스와 레비트라가 출시됐고, 지난해엔 국내 모 제약회사가 독자적인 제품을 내놓았다. 이 중 다국적 제약기업인 일라이 릴리(Eli Lilly)가 벤처기업 아이코스(icos)와 손잡고 내놓은 시알리스는 ‘36시간 지속효과’ 등 차별화된 효능과 성공적인 마케팅으로 ‘비아그라 독점체제’를 빠르게 무너뜨리면서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시알리스는 2006년 4월 현재 세계 100여 개국에서 판매되고 있으며 프랑스, 쿠웨이트, 남아프리카공화국, 포르투갈, 베네수엘라 등 14개국에서는 비아그라를 추월해 판매고 1위에 올라섰다.
전통 경영학에 ‘최초로 시장에 진입한 자가 가장 높은 점유율로 시장을 지배한다’는 통설이 있다. 이른바 ‘선(先)진입자 우위이론(First Mover Advantage)’이다. 의약 마케팅 분야의 권위자인 영국 크랜필드 경영대학원의 브라이언 스미스 박사는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은 이러한 통설이 더 이상 맞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사례”라고 말한다. 시알리스는 소비자의 요구를 치밀하게 배려한 시장 세분화 및 차별화된 제품 포지셔닝 등을 통해 통설을 뒤집었다는 것.
지역별 소비자 요구 치밀하게 배려시알리스의 공격적인 마케팅은 한국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5월 대한남성학회가 시작한 ‘성(性)공부부 캠페인’에 한국릴리가 후원사로 나선 게 최근의 예. 한국릴리는 연예인 부부인 홍서범·조갑경을 ‘발기부전 홍보대사’로 위촉하고, ‘36자 사랑의 메시지 콘테스트’ 등의 행사를 통해 발기부전은 ‘숨겨야 할 일’이 아니라 ‘치료가 가능한 질환’이라는 인식을 심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인터뷰 일라이 릴리사(社) 글로벌 마케팅 담당 부사장 존 뱀포스 박사
“한국은 10대 시장 … 약보다는 발기부전 알리기 주력”
| 7월6일 미국 시카고에서 시알리스의 글로벌 마케팅을 총괄 담당하고 있는 존 뱀포스(John Bamforth) 박사(사진)를 만났다. 이날 일라이 릴리사가 후원하는 PGA 골프투어 ‘시알리스 웨스턴 오픈(Cialis Western Open)’이 시카고 인근 레몬트 시의 코그힐(Cog Hill) 골프클럽에서 개막되었다. 일라이 릴리는 타이거 우즈, 최경주 등 세계 톱 랭커들이 대거 출전한 이 대회를 3년째 후원해오고 있다.
- 발기부전 치료제의 시장 규모는 어느 정도이고, 앞으로 얼마나 성장할 것으로 보는가?
“세계적으로 1억9000만 명에 달하는 남성들이 발기부전으로 고생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따라 발기부전 치료제의 시장 규모도 크게 확대되고 있어서 북미에서는 4~5%, 세계적으로는 8~10%의 시장 성장률을 기록 중이다. 전체 발기부전 환자 중 의사와 상담하는 비율이 미국은 20%, 한국은 10%에 불과하다는 조사 결과 등을 볼 때 앞으로 시장 규모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또 발기부전의 가장 큰 요인으로 당뇨병을 꼽을 수 있는데, 세계적으로 당뇨 환자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도 이 시장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내다보는 이유 중 하나다.”
- 시알리스의 마케팅 전략을 소개한다면?
“2003년 시알리스 출시 전까지 5년간 먹는 발기부전 치료제는 단 한 제품밖에 없었다. 일반적인 마케팅 원칙으로 본다면 시알리스의 성공적인 시장 진입은 거의 기대하기 어려웠던 상황이다. 하지만 시알리스는 출시 3년 만에 세계 14개국에서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는 등 성공적인 마케팅으로 비아그라가 독점해온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그 배경에는 발기부전 질환의 특징과 환자 심리에 대한 철저한 분석, 문화적 차이를 고려한 홍보, 그리고 무엇보다 36시간 효능이 지속되는 제품의 우수성이 작용했다고 본다.”
- 한국의 경우, 지난해 로컬 제약회사가 발기부전 치료제를 출시하는 등 제2, 제3의 제품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같은 한국 시장에 대한 시알리스만의 전략이 있다면?
“한국에서는 전문의약품을 광고하는 것이 금지돼 있으므로 시알리스 자체보다는 질환을 알리는 방향으로 마케팅 활동이 이뤄지고 있다. 얼마 전 발기부전에 대한 인식 전환을 위해 연예인 홍보대사를 임명했고, ‘성(性)공부부’ 캠페인을 벌인 것이 그 예다. 한국은 시알리스가 판매되는 전 세계 110개국 가운데 10대 시장에 들어간다. 우리로선 매우 중요한 시장이다.”
- 시알리스가 PGA 골프대회를 후원하는 배경은?
“첫째, 핵심 소비자층이 일치한다는 점이다. 시알리스의 주된 타깃은 40~65세 남성들이며, 이들은 골프에도 높은 관심을 갖고 있다. 둘째, 제품 이미지 면에서도 시알리스와 골프는 잘 어울린다. 시알리스는 36시간 효능이 지속되는 ‘여유로운’ 제품이다. 이런 제품을 스피드가 강조되는 농구 같은 종목과 연결지을 수는 없는 일 아닌가. 골프는 중년의 편안함과 자유를 상징한다는 점에서도 시알리스와 공통점이 많다. 마지막으로 제품의 고급스러움을 강조한다는 측면에서도 골프 후원은 제격이다. 소비자들은 시알리스를 선택하면서 PGA가 펼쳐지는 푸른 잔디와 여유로움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