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하다’라는 표현은 자의식 강한 베이비붐 세대 중년층의 심리와 문화를 규정하는 형용사다. 소설가 박범신 씨가 2005년 펴낸 자전적 에세이 ‘남자들, 쓸쓸하다’에도 “우리가 큰소리치고는 있었지만 사실 이렇게 외로웠다”라고 말하는 중년 남성들의 토로가 가득하다. 저자는 약간의 엄살이 섞인 솔직하고 구체적인 고백을 통해, 특히 어떤 한국적 상황들이 중년을 막다른 길로 몰아가는가를 지적하고 있다. ‘남자들, 쓸쓸하다’를 덮고, 이 중년의 소설가에게 ‘여자들도 쓸쓸하다’라고 말했다. 쓸쓸하지 않은 중년이란 가능한 것일까.
-중년의 남자들은 왜 쓸쓸해졌을까.
“이전엔 가부장제가 남자들의 권력 행사를 가능하게 했다. 지금 집집을 들여다봐라. 원천봉쇄다. 가부장제는 긍정적이진 않았지만, 형식적으로 가족 구성원이 되도록 강제했다. 그러나 지금 남자들은 가족으로부터 버림받았다. 남자들을 무장해제하려면 가족들이 노력해야 한다. 사회에서도 ‘실패한’ 남자는 살아남기 어려워졌다. 전근대에 여성의 지위가 낮아서 가정이 불행했던 것과 똑같은 이치다.”
-여성주의자들로부터 비난도 꽤 들었을 것 같다.
“글을 꼼꼼히 읽은 분들은 공격할 필요가 없다고 느끼는 것 같더라. 결국 남자들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말이니까.”
-어떤 변화인가.
“가부장제 교육을 받은 남자들은 겉으로만 강한 것이 문제다. 상대에게 질까, 손해 볼까 덜덜 떨면서도 강한 척한다. 가족과 함께 식당에 가서 종업원이 굽신대지 않으면 자존심이 상한다. 큰소리를 쳐야 가족 앞에서 쪽팔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얼마나 피곤한 인생들인가. 어려서부터 어머니가 아들을 최고라고 기르며,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한다고 가르쳤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여자랑 실력으로 붙으면 못 당하니 아예 얼이 빠져 있거나, 더 독재적으로 행동하기도 한다.
중년 남자들은 힘을 빼야 행복해진다. 질 수도 있고 손해 볼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것, 그게 중년이다. 아이들이 트로트를 싫어하면, 요즘 유행하는 노래가 뭔지 들어봐라. ‘내 덕에 이렇게 살고 있는데 나를 무시하냐’는 태도를 가졌다가는 더 쓸쓸해진다.”
-남자와 여자 간의 문제이면서 세대 간의 문제인 듯하다.
“지금 남녀 사이의 갈등보다 더 심각한 것이 세대 간의 문화 차이다. 중년도 하나의 사람으로 봐야 하며, 중년 스스로 부족한 인간임을 인정해야 한다. 사회가 강퍅하고 몰인정하다 보니, 나 이외의 다른 사람들도 소중하다는 사실을 가르치지 않는다. 자신을 솔직하게 들여다보자. 과부하가 걸려 있는 걸 모르겠나. 100볼트짜리 인간인데 150볼트에 꽂아 돌아가고 있다. 퓨즈가 끊어지지 않은 채 타는 중이라 과부하가 걸린 걸 알지 못할 뿐이다.”
-어떻게 해야 중년이 행복해질까.
“중년에게는 쉼표가 필요하다. 쉬기 위한 여행도 좋다. 관광이 아니다. 한 열흘 혼자 돌아다니면 독기도 빠지고 중년이 된 솔직한 내 모습과 마주할 수 있다. 한 20일 돌아다니면 살기 싫어진다. 그 고비를 넘기면 중년이 된 자신을 인정하고, 힘과 에너지도 얻을 수 있다. 지금까지의 인생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계획도 세울 수 있다.”
그는 독기를 빼기 위해 히말라야로 간다고 했다. 기자가 그에게서 진정성을 느낀 이유는 히말라야 때문도 아니고, ‘가부장제의 희생자’인 남성들에게 새삼 동정심을 갖게 돼서도 아니다. ‘겨우’ 쉰여섯 살에 대학에 들어가 판소리를 공부하면서 ‘제 몫을 다하고자 애쓰는’ 이 중년 소설가의 부인을 만났기 때문이다. 그는 정말 쓸쓸했던 것이다.
-중년의 남자들은 왜 쓸쓸해졌을까.
“이전엔 가부장제가 남자들의 권력 행사를 가능하게 했다. 지금 집집을 들여다봐라. 원천봉쇄다. 가부장제는 긍정적이진 않았지만, 형식적으로 가족 구성원이 되도록 강제했다. 그러나 지금 남자들은 가족으로부터 버림받았다. 남자들을 무장해제하려면 가족들이 노력해야 한다. 사회에서도 ‘실패한’ 남자는 살아남기 어려워졌다. 전근대에 여성의 지위가 낮아서 가정이 불행했던 것과 똑같은 이치다.”
-여성주의자들로부터 비난도 꽤 들었을 것 같다.
“글을 꼼꼼히 읽은 분들은 공격할 필요가 없다고 느끼는 것 같더라. 결국 남자들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말이니까.”
2005년 말 산악인 엄홍길 씨와 함게 킬리만자로 정상에 선 박범신 씨(오른쪽에서 두 뻔째). 산 위에서 늘 새로운 꺠달음을 얻는다고 한다.
“가부장제 교육을 받은 남자들은 겉으로만 강한 것이 문제다. 상대에게 질까, 손해 볼까 덜덜 떨면서도 강한 척한다. 가족과 함께 식당에 가서 종업원이 굽신대지 않으면 자존심이 상한다. 큰소리를 쳐야 가족 앞에서 쪽팔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얼마나 피곤한 인생들인가. 어려서부터 어머니가 아들을 최고라고 기르며,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한다고 가르쳤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여자랑 실력으로 붙으면 못 당하니 아예 얼이 빠져 있거나, 더 독재적으로 행동하기도 한다.
중년 남자들은 힘을 빼야 행복해진다. 질 수도 있고 손해 볼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것, 그게 중년이다. 아이들이 트로트를 싫어하면, 요즘 유행하는 노래가 뭔지 들어봐라. ‘내 덕에 이렇게 살고 있는데 나를 무시하냐’는 태도를 가졌다가는 더 쓸쓸해진다.”
-남자와 여자 간의 문제이면서 세대 간의 문제인 듯하다.
“지금 남녀 사이의 갈등보다 더 심각한 것이 세대 간의 문화 차이다. 중년도 하나의 사람으로 봐야 하며, 중년 스스로 부족한 인간임을 인정해야 한다. 사회가 강퍅하고 몰인정하다 보니, 나 이외의 다른 사람들도 소중하다는 사실을 가르치지 않는다. 자신을 솔직하게 들여다보자. 과부하가 걸려 있는 걸 모르겠나. 100볼트짜리 인간인데 150볼트에 꽂아 돌아가고 있다. 퓨즈가 끊어지지 않은 채 타는 중이라 과부하가 걸린 걸 알지 못할 뿐이다.”
-어떻게 해야 중년이 행복해질까.
“중년에게는 쉼표가 필요하다. 쉬기 위한 여행도 좋다. 관광이 아니다. 한 열흘 혼자 돌아다니면 독기도 빠지고 중년이 된 솔직한 내 모습과 마주할 수 있다. 한 20일 돌아다니면 살기 싫어진다. 그 고비를 넘기면 중년이 된 자신을 인정하고, 힘과 에너지도 얻을 수 있다. 지금까지의 인생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계획도 세울 수 있다.”
그는 독기를 빼기 위해 히말라야로 간다고 했다. 기자가 그에게서 진정성을 느낀 이유는 히말라야 때문도 아니고, ‘가부장제의 희생자’인 남성들에게 새삼 동정심을 갖게 돼서도 아니다. ‘겨우’ 쉰여섯 살에 대학에 들어가 판소리를 공부하면서 ‘제 몫을 다하고자 애쓰는’ 이 중년 소설가의 부인을 만났기 때문이다. 그는 정말 쓸쓸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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