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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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일 터지면 처남 이름 꼭 나오네

도곡동 땅, ㈜다스 주식 문제 때도 소유주 거론 이어 가평 별장도 현대 임원들과 공동소유

  •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입력2006-04-26 14: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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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일 터지면 처남 이름 꼭 나오네
    열린우리당이 제기했던 ‘가평 별장파티’ 논란은 ‘황제 테니스’ 의혹으로 궁지에 몰렸던 이명박(65) 서울시장을 구해준 꼴이 됐다.

    가평 별장파티 의혹을 제기했던 안민석 의원은 오히려 이 시장 측으로부터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을 당했고, 열린우리당 지도부는 무분별한 ‘폭로정치’를 폈다는 비판 여론에 직면한 상황이다. 열린우리당 김한길 원내대표의 입에서 튀어나온 ‘경악’이라는 단어가 초래한 결과다.

    열린우리당이 그나마 거둔 수확이라면 가평 별장이 이 시장 처남 소유임을 확인한 것. 열린우리당은 싸늘하게 돌아선 여론과 한나라당의 집중공세를 방어하기에 바쁜 나머지 더 이상 조사를 진행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추가로 의혹을 제기하는 것도 부담스러운 처지다. 언론도 비켜갔다.

    본지는 별장 조성 과정과 이 시장이 처남의 별장을 이용하게 된 배경 등에 대해 좀더 심층적으로 취재했다. 그 결과 별장을 둘러싸고 몇 가지 석연치 않은 구석이 발견됐다. 소유관계부터 의문투성이다.

    다른 소유주 6명은 모두 현대 임원 출신



    경기 가평군 설악면 선촌리에 위치한 문제의 별장은 지역 주민 사이에서는 ‘현대 별장’으로 통한다. 1988년 10월 현대건설이 별장을 신축하면서부터 그렇게 불렀다는 게 지역 주민들의 설명이다. 당시 마을 사람 상당수가 공사장 인부로 일했다. 현재 선촌리 남국현 이장도 그중 한 사람이어서 공사 전후 사정을 비교적 소상히 기억하고 있었다.

    이명박, 일 터지면 처남 이름 꼭 나오네

    이명박 서울시장과 서울시테니스협회 동호회원들이 모임을 가졌던 경기 가평군 설악면 선촌리의 별장. 북한강변에 위치한 이 별장은 이 시장 처남과 현대 고위 간부 출신 인사들의 공동소유로 15평형 6개, 25평형 1개 등 총 4개 동으로 돼 있다. 인근에 야외 테니스장 1면도 마련돼 있다.

    “원래는 사업을 하는 한모 씨가 송어양식장과 별장 등으로 사용하던 곳이었는데, 회사가 부도나면서 현대건설로 넘어갔고 그 자리에 별장이 신축됐다. 그때 현대건설 현장소장과 직원들에게서 별장을 현대에서 20년 이상 근속한 이사들에게 나눠줄 계획이라는 말을 들었다. 1개 동만 주인이 한 명이고, 나머지 3개 동은 주인이 두 명씩인 것으로 알고 있다.”

    남 이장의 설명대로라면 이 시장의 처남 김재정(57) 씨가 별장을 소유하게 된 배경에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김 씨는 현대건설 이사급도 아니었을 뿐만 아니라 20년 근속과도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별장 등기부등본에 등재된 공동소유자 7명 가운데 이 시장의 처남을 제외한 6명은 모두 신축공사 당시인 1988년 현대그룹 이사급들로, 이 시장과 막역한 사이다. 또 대부분 현대건설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해 20년 이상 근속한 사람들이다.

    유재환(70·전 현대중공업 사장) 씨는 1961년 현대건설에 입사해 88년 당시 현대건설 전무이사였으며, 62년 입사한 김광명(66·현대건설 사장 특보) 씨는 부사장으로 재직 중이었다. 또 1963년 입사한 이양섭(69·명신 엠에스오토텍 회장) 씨는 현대자동차 사장, 65년 입사한 박재면(68·전 현대엔지니어링 회장) 씨는 현대건설 부사장 겸 현대종합목재 사장, 66년 입사한 김정국(67·서울외국어대학원대 총장) 씨는 현대건설 상무이사였다.

    이명박, 일 터지면 처남 이름 꼭 나오네

    서울 서초구 서초동 이 시장 소유의 ‘영포빌딩’ 1층 국제정책연구원(GSI) 입구. 이 시장은 동아시아연구원 후신인 이곳에 매주 주말마다 들러 측근들과 각종 현안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한 사람, 신철규(사망·전 고려씨엠생명보험 사장) 씨는 한국은행 참사 출신으로 78년 현대종합상사 전무이사로 뒤늦게 현대그룹에 합류해 88년 현대종합상사 사장 겸 대한알루미늄공업 사장을 역임한 인물로 이 시장과 고려대 경영학 동기이기도 하다.

    결과적으로 6명 모두 1965년 현대건설에 입사해 88년 당시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 현대엔진공업, 대한알루미늄, 한무쇼핑 등의 대표이사 회장을 겸임하던 이 시장과 20년 넘게 동고동락했던 이들인 것. 남 이장이 공사 현장에서 현대건설 관계자에게 전해들은 내용과도 일치한다.

    반면 이 시장의 처남은 당시 우신토건이라는 중소업체 대표에 불과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 시장의 처남이 현대 별장을 공동 소유할 수 있게 된 것일까.

    이 같은 의문에 공사 당시 현대건설 이사로 근무했던 김정국 씨는 “별장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른다”며 답변 자체를 회피한 반면, 이양섭 씨는 자신이 직접 별장을 짓는 일을 추진했다며 적극적인 해명에 나섰다.

    “김재정 씨는 이 시장의 처남이어서 오래전부터 가깝게 알고 지내왔다. 그때 땅을 사고 별장을 지을 때 십시일반 돈을 모았는데, 김재정 씨가 돈이 많으니까 얼마간 돈을 대는 조건으로 이 시장이 별장을 이용하도록 한 것으로 기억한다.”

    남 이장의 기억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다. 이 씨는 현대건설에 입사해 1969년 현대자동차 관리부 부장으로 자리를 옮긴 뒤 90년까지 현대자동차에서만 줄곧 근무했던 인물. 과연 누구의 말이 사실일까.

    처남 김 씨는 재산문제에서 오래전부터 이 시장과 묘하게 얽혀 있다. 1993년 3월 의정 사상 최초로 국회의원들의 재산이 공개된 직후 일부 언론은 이 시장이 150억원대에 달하는 강남구 도곡동 1300여평의 땅을 처남 김 씨 명의로 은닉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 시장이 현대건설 사장 재임 기간인 1985년 강남구 도곡동 165번지 일대 현대체육관 인근 나대지를 개인 또는 현대건설로부터 매입해 김 씨 명의로 등기해놨다는 것이 보도 내용의 골자다. 이 시장은 이를 전면 부인했지만 계좌추적 등 사정기관에 의한 사실 확인은 이뤄지지 않았다.

    불법형질 변경으로 13년 전 검찰 제재

    이명박 시장의 처남과 현대그룹 간부 6명 공동명의의 ‘현대 별장’이 13년 전에 불법형질 변경으로 검찰의 제재조치를 받은 전력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93년 언론 보도에 따르면 별장을 조성했던 현대건설이 경기 가평군 설악면 선촌리 6300여평에 개인별장 4동을 지은 뒤 인근 농지 3400여평을 농구장과 정원 등으로 불법형질 변경한 것이 문제였다. 검찰은 현대건설 현장 관계자와 재벌그룹 간부들을 사법처리했다. 그러나 당시 검찰의 법 적용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비판 여론도 비등했다.

    검찰은 현장 책임자인 현대건설 개발과장 이모 씨를 불구속기소해 정식재판에 회부한 반면, 불법을 저지르면서까지 호화별장을 짓도록 한 재벌그룹 간부들에 대해서는 ‘벌금 30만원’의 약식기소에 그쳤기 때문이다.

    선촌리 남국현 이장은 “그때 원상회복하도록 행정명령이 내려져서 잔디를 다 뒤집고 현재 자라고 있는 대추나무를 심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명박, 일 터지면 처남 이름 꼭 나오네

    이 시장의 처남 김재정 씨 부인이 운영하고 있는 중식당 ‘강희제’. 건물과 토지 모두 이 시장 소유다. 김 씨 부부는 임대료를 제때 내지 못할 정도로 적자에 허덕여 4월30일 문을 닫을 예정이다.

    1998년 이 시장이 선거법 위반혐의로 검찰에 기소됐을 때 문제가 됐던 ‘㈜다스(옛 대부기공)’도 김 씨와 관련이 깊다. 현대자동차에 자동차 시트를 독점 납품하기 위해 87년 설립된 이 회사의 최대주주가 바로 김 씨인 것. 현재도 48.99%의 주식을 보유한 김 씨가 최대주주다. 나머지 46.85%는 이 시장의 친형인 이상은 씨, 4.16%는 이 시장의 친구인 김모 씨가 보유하고 있는 상태.

    특이한 점은 최대주주인 김 씨가 회사 설립 이래 지금까지 경영에 전혀 관여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회사 등기부등본상 감사일 뿐이다. 이상은 씨도 회장 직함을 갖고 있지만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지 오래다. 사실상 회사 설립 때부터 실질적인 경영을 책임졌던 인물은 현대건설 출신의 김성우 사장이다. 다스는 지난해 총매출 2750억원에 120억원의 순이익을 거뒀고, 올해 목표는 4200억원에 달한다. 그리고 자산 1270억원대의 회사다.

    외형상 김 씨는 수백억원대의 자산가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김 씨가 보여준 실제 모습은 거액 자산가와는 거리가 멀다. 김 씨가 80년대 말 운영했다는 우신토건은 실체가 불분명하다. 서류상 김 씨는 1992년 ‘우방토건’을 인수해 93년 ‘태영개발’로 회사명을 바꾼 뒤 2005년 회사를 매각할 때까지 서초구 서초동 영포빌딩과 양재동 양재빌딩 등 이 시장 소유의 건물을 전전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외형상 수백억 자산가가 임대료도 제때 못 내

    이 회사 영업실적은 극히 미미하다. 1995년 70억 매출에 8200만원 적자, 96년 92억여원 매출에 3700만원 적자를 본 것이 전부다. 김 씨가 금융기관에 담보로 제공한 강남구 논현동 주택 등 부동산을 매각한 것은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김 씨와 회사 매매협상을 벌였던 대전의 박모 씨는 “법인이라도 인수해서 사업을 해보려고 했는데, 회사가 실적도 거의 없고 빚더미뿐이어서 포기했다”고 말했다.

    김 씨는 또 이 시장 소유의 서초동 부동산을 임대해 2004년 3월부터 ‘강희제’라는 고급 중식당도 운영했으나 적자를 면치 못해 4월 말 문을 닫을 예정이다. 이 중식당의 한 관계자는 “김 씨 부부가 생활비라도 벌기 위해 중식당을 시작한 것으로 안다”면서 “그런데 월 1500만원의 임대료도 제때 내지 못하고 밀렸다가 연말에 조금씩 갚았는데, 더 이상 버티기 어려워 결국 문을 닫게 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중식당은 김 씨의 부인이 주로 운영했고, 김 씨는 이 시장 소유의 건물을 관리하는 서초동 영포빌딩 지하 2층에 있는 회사에서 일을 도와주다가 올해 3월 건강이 급격히 악화돼 지방으로 요양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김 씨 명의의 재산이 실제로 모두 김 씨 소유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에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과연 김씨와 이 시장 사이에는 어떤 속사정이 있는 것일까.

    인터뷰 안민석 의원

    “경악할 만한 비리가 별장파티인 줄 몰랐다”


    이명박, 일 터지면 처남 이름 꼭 나오네
    4월14일 열린우리당 김한길 원내대표의 ‘경악’ 발언으로 가장 큰 상처를 입은 사람은 안민석 의원이다.

    안 의원은 당초 하루 전날인 13일 국회 대정부 질의에서 이명박 시장과 선병석 전 서울시테니스협회장의 별장파티 사실을 발표하면서 두 사람 간의 관계에 대해 의문을 제기할 계획이었다. ‘황제 테니스 파문’ 초기 “선 회장의 이름도 잘 모른다”는 이 시장 측의 해명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게 목적이었던 것.

    만약 당초 안 의원의 계획대로 진행됐다면 열린우리당이 한나라당으로부터 수세에 몰릴 이유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설사 ‘도’를 넘어섰더라도 국회에서의 ‘면책특권’이라는 보호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안 의원의 대정부 질의에서 이 내용은 빠졌다. 김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의 지침에 따른 것이었다는 게 안 의원의 설명이다. 하루 뒤 김 대표의 ‘경악’ 발언이 나오면서 국면은 완전히 뒤바뀌고 만다. 공천비리 파문으로 수세에 몰렸던 한나라당이 오히려 공세적으로 나선 것. 문제는 이 시장 가평 별장파티를 직접 조사했던 안 의원조차 김 대표가 언급한 ‘경악할 만한 개인의 비리’가 가평 별장파티를 이야기하는 것인지 몰랐다는 사실이다.

    “김 대표의 발언이 이 건인지 몰랐다. 왜 그런 표현을 썼는지 모르겠다. 가치판단의 문제가 아닌가 싶다. 난 이 시장과 선 전 회장의 관계를 밝히는 데에만 관심이 있었는데 지도부는 함께 있었다는 여자에게 관심이 쏠렸던 것 같다. ‘황제 테니스 진상조사단’과 당 지도부 간에 의사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았다. 정말 유감스럽다.”

    그러나 이미 엎질러진 물. 안 의원은 김 대표의 ‘경악’ 발언을 수습하기 위해 기자회견장에 내세워졌고, 그 결과 이 시장과 별장파티에 동석했다는 동호회 여성들에게 집단소송을 당할 처지에 놓였다.

    같은 당 한 의원은 “김 대표가 수습하기 어려우니까 안 의원 등 초선 의원들을 총알받이로 내세운 격”이라고 지적했다. 안 의원으로서는 비정한 정치 세계를 처음치고는 제대로 맛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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