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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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글지글 고소한 삼겹살 침 도네

  •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발해농원 대표 ceo@bohaifarm.com

    입력2006-04-28 10: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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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글지글 고소한 삼겹살 침 도네
    솔직히 난 삼겹살을 좋아하지 않는다. 먹는다고 해도 두어 점이 고작이다. 5할이 기름인 삼겹살이 불판에서 구워질 때 나는 기름 냄새에 난 도저히 적응이 안 된다. 먹고 나면 속도 뻑뻑하니 버겁다. 기름 많은 음식을 즐기지 않는 식성 탓도 있다.

    내가 삼겹살을 처음 먹은 것은 20여 년 전이다. 서울 생활을 한 지 5년쯤 됐을 때였는데 고향에서는 듣도 보도 못한 음식을 앞에 두고 참 신기해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기름 많은 돼지고기를 얼려 얇게 썬 뒤 불판에 굽는다는 조리법 자체가 왠지 어색했다. 된장 푼 물에 삶으면 그만인 부위인데 싶었던 것이다. 그때 삼겹살은 대중적인 음식이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이후 직장생활을 하면서 숱하게 삼겹살을 먹었다. 회식한다고 하면 으레 삼겹살을 먹는 것으로 여겼을 정도다. 1990년대 중반에는 대패삼겹살이 크게 유행했는데 종이짝 같은 돼지고기가 기름에 튀겨지듯이 구워져 내 입맛에는 영 맞지 않았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는 갖가지 삼겹살이 등장했다. 솥뚜껑을 비롯해 자갈, 맥반석, 옥돌 등 숱한 불판이 선보였고, 삼겹살도 포도주, 솔잎 진액, 된장으로 숙성하는 방식이 유행했다. 개중 내 입에 맞는 삼겹살이 나타났는데 비스듬히 놓인 돌판에 삼겹살을 깔고 그 위에는 버섯, 아래에는 양파·감자·두부, 그 더 아래에는 김치를 놓고 굽는 방식의 삼겹살이다. 삼겹살이 질릴 때쯤이면 버섯, 감자, 두부, 김치를 먹을 수 있다는 것이 나에게는 더없이 고마운 일이다. 그렇다고 이를 찾아가며 즐기지는 않는다. 어쨌든 삼겹살은 삼겹살이지 않은가.

    돌판 삼겹살이 외식 시장에 최초로 등장한 것은 90년 후반 경기 고양시 화정동 뒷골목인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한때 ‘화정 똥돼지’라는 이름으로 알려지기도 했는데, 요즘은 삼겹살 음식점 중 절반 이상이 이런 방식으로 삼겹살을 내는 것으로 안다.

    맛깔스러운 반찬 솜씨 … 공짜 멸치육수 국수 일품



    나는 삼겹살을 좋아하지 않지만 우리 집 식구들은 좋아한다. 그것도 엄청! 그래서 일주일이 멀다 하고 먹으러 갈 때도 있다. 나로서는 고역이지만 식구들이 다들 맛있어하는데 어쩌겠는가. 요즘 세상에 가족 외식 메뉴를 결정할 수 있는 가장이 어디 있기나 한가?

    삼겹살에 대해서는 나보다 한 수 위라는 자식놈들과 아내의 평가에 따르면, ‘108@돌삼겹’이 가장 낫단다. 간판의 108이란 돼지는 6개월짜리가 가장 맛있는데 이때 몸무게가 108kg 나가 그렇게 붙였단다. 내가 보기에도 이 집 삼겹살은 질이 한결같아 마음에 든다. 또 같이 나오는 반찬이 한솜씨 하는데 주방 찬모가 아니라 식당 주인 어머니의 솜씨라고 들었다. 사실 내가 이 집에서 만족스럽게 먹는 것은 삼겹살이 아니라 공짜로 나오는 국수다. 멸치육수로 국물을 내는데 아주 개운하다. 상품 멸치를 사용한 것이 분명하다. 공짜 국수를 이 정도 신경 쓰는 집이라면 추천할 만하다. 그외 반찬도 예사로운 솜씨가 아니다.

    내 식구들의 명예(?)를 걸고 이 집을 추천하는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 한번 상에 오른 음식은 절대 다시 내지 않는다. 이를 어떻게 믿냐고? 내가 겪은 일화다.

    상추를 너무 조금씩 줘 서빙 아주머니에게 짜증을 낸 적이 있다. “아주머니, 상추 좀 넉넉히 주면 안 돼요?” 남으면 씻어서 다시 내면 그만이지 싶어 한 말이었다. 그런데 아주머니가 아주 난감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사장님한테 혼나요. 손님들 먹을 만큼만 내라고 하셨거든요.” “….” “저희는 한번 손님상에 오른 음식은 무조건 버려요. 물론 상추, 깻잎도요.” “그런 거야 씻어서 다시 내도 될 텐데….” “사장님이 절대 용납 안 하세요.” 이렇게까지 하는 삼겹살집을 나는 아직 들어본 적이 없다.

    일산 홀트아동복지회관 건너편 대로에 있다. 전화번호 031-911-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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