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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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불위 미디어 실체를 벗긴다

  • 윤융근 기자 yunyk@donga.com

    입력2006-04-28 10: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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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소불위 미디어 실체를 벗긴다
    미국 언론은 효과적이고 강력한 이데올로기 기관으로서 시장의 힘에 의존해 전제조건의 내면화, 자기 검열, 그리고 탄압의 은폐를 통해 선전기능을 수행한다. 이러한 선전체계는 수십 년 동안 점점 비대해져온 언론의 집중화, 공영 라디오와 텔레비전에 대한 우파의 압력, 홍보와 뉴스 관리의 복잡성 증가로 훨씬 더 효율적이 됐다.”

    저자들이 제시한 선전모델(propaganda model)이다. 선전모델이란 미국 주류 언론이 특정 뉴스를 선별, 강조, 배제하는 데 작용하는 핵심 메커니즘이다. 세계적 석학 촘스키는 ‘여론조작-매스미디어의 정치 경제학’을 통해 최고의 언론 자유를 누리며 객관적인 사실을 보도한다는 미국 주류 언론의 신화를 사정없이 무너뜨린다.

    선전모델에 따르면, 인간과 국가는 ‘가치 있는 희생자’와 ‘무가치한 희생자’로 양분된다. 예를 들어 1999년 코소보에서 있었던 세르비아의 알바니아인 대량학살에서 알바니아인들은 미국과 미국 언론 입장에서 볼 때‘가치 있는 희생자’였다. 미국을 비롯한 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들은 알바니아인들을 학대한다는 이유로 유고슬라비아와 전쟁을 벌였다. 하지만 같은 시기에 벌어졌던 인도네시아의 동티모르 학살은 가치가 없었다. 인도네시아의 명백한 침공이었는데도 미국 언론은 이곳을 ‘분쟁지역’으로, 저항하는 동티모르인은 ‘분리주의자’로 표현하며 우방국의 침략과 살상을 합리화했다.

    그렇다면 미국 언론의 선전모델을 작동시키는 사람들은 도대체 누구일까? 먼저 신문·방송·출판 등을 독점하고 있는 9개 미디어 복합기업, 즉 소유주들이다. 두 번째는 광고주. 미디어에 대한 광고주의 영향력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저자들은 “상업주의 물결이 공영방송을 압도했다”라고 말한다. 세 번째는 정부 부처와 정보기관 등 뉴스 정보원이다. 네 번째가 정치·경제 권력층으로부터 제기되는 비판과 외압이다. 권력은 지속적인 비판과 외압을 통해 언론을 야금야금 길들인다. 마지막으로 반공 이데올로기다. 옛 소련이 붕괴되기 전까지 반공주의는 미국 언론의 가장 강력한 통제장치이자 가치판단의 절대적인 기준으로 작용했다.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에서 치른 미국의 전쟁을 단 한 번도 ‘침공’ 사례로 보도하지 않았다.”

    미국 주류 언론은 엄청난 상처를 남긴 베트남전쟁을 ‘비용에 대한 계산 착오는 있었을지 몰라도 매우 도덕적이고 좋은 의도’에서 행해졌다는 자세를 견지했다. 책은 이밖에 1960년대 이후 미국이 제3세계에 개입한 주요 사건 사례들을 짚는다. 그리고 뉴욕타임스 등 주요 언론이 어떻게 보도했는지 하나하나 따진다.



    인터넷을 통해 누구나 뉴스 게릴라가 될 수 있는 21세기에도 선전모델은 위력을 발휘할까. 저자들은 인터넷이 많은 사람들을 주류 언론의 속박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주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인터넷의 상업화와 집중화, 통신 분야의 신기술은 기본적으로 기업을 위해 도입된다는 점을 들어 결정적인 대안 미디어가 되는 데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오늘날 언론이 권력에 독립적이고 도전적이며, 그것을 경계한다고 하지만 항상 그렇지만은 않다. 언론은 구조적으로 그 사회와 국가를 지배하는 정치·경제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언론은 여전히 지배 이데올로기를 알게 모르게 대중에게 전달하고 확산시키는 데 중요한 선전수단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패권주의 외교정책의 추악한 진실과 지배계급의 선전도구로 전락한 미국 주류 언론의 속성 및 생리를 파헤친 이 책은 1988년 출간된 이래 미디어의 교범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노엄 촘스키·에드워드 하먼 지음/ 정경옥 옮김/ 에코리브르 펴냄/ 640쪽/ 3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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