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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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제약 ‘강신호 약발’ 안 통해?

전경련 회장 맡았지만 주가는 경쟁사보다 낮아 … 매출·순이익 감소, 가족 중심 경영도 도마에

  • 윤영호 기자 yyoungho@donga.com

    입력2006-04-26 16: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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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아제약 ‘강신호 약발’ 안 통해?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단 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강신호 동아제약 회장(왼쪽 사진 맨 오른쪽).

    국내 대표적 제약업체인 동아제약의 소액주주 임모 씨는 이 회사 주주총회 개최일(3월17일)을 앞둔 3월 초 강신호 대표이사 회장 등 3인의 대표이사와 감사, 노조위원장 등에게 ‘동아제약㈜ 주주님, 임직원들께 올립니다’는 내용의 제안서를 보냈다. 임 씨는 이 제안서에서 “동아제약이 과거 성공에 자아도취돼 경영환경 변화에 무감각해지고 있다”면서 “회사를 함께 키우는 동반자로 소액주주협의회(가칭)를 구성할 계획이니 회사 측의 협조를 바란다”고 당부하고 있다.

    임 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현재 회사 측은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회사가 협조해주지 않으면 신문에 광고를 내서라도 소액주주들을 모아 반드시 협의회를 구성할 생각”이라면서 “내년 주총에서는 협의회 차원에서 현 경영진의 실적에 대해 준엄하게 따질 계획”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 씨가 이런 움직임을 보이는 이유는 투자 손실을 입었기 때문이다. 임 씨는 “물론 그 책임은 전적으로 나에게 있지만 한때 상장기업 최고경영자까지 역임한 경력을 바탕으로 판단하건대, 동아제약의 기업가치가 낮은 이유는 현 경영진이 경영을 잘못하기 때문이기도 하다”면서 “주가가 올라야 회사는 적대적 인수·합병 가능성에서 벗어날 수 있고, 투자자는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동아제약 측은 “임 씨가 현재 3만주를 보유하고 있지만 임 씨의 제안에 대응하지 않겠다”는 태도다. 동아제약 관계자는 “증권회사 애널리스트들은 동아제약 적정 주가를 10만원 선으로 보고 있고, 현재 주가는 7만~8만원을 유지하고 있지만 2004년 말 1만3000원 수준에 비하면 상당히 많이 오른 것”이라면서 “소액주주를 자처하는 일부 사람들이 ‘왜 주가가 오르지 않느냐’며 항의 전화를 하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카스 의존 줄이고 치료약 비중 높여



    시장에서는 임 씨의 주장에 설득력이 있다는 반응이다. 미래에셋증권 황상연 애널리스트는 “현 주가보다 상승 여력이 있는 회사이긴 하지만 상승 속도가 다소 늦는 게 문제”라면서 “화장품이나 창투사 등 다른 업종에 투자했다가 날린 금액만 해도 1000억원 가까이 되는데, 결과론적이긴 하지만 이를 연구·개발(R&D)에 투자했다면 지금보다 훨씬 좋은 회사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1949년 설립된 동아제약은 드링크제 박카스로 유명한 회사. 지난해 매출액 5336억원을 기록한 ‘중견’ 규모의 회사지만 재계에서는 무시할 수 없는 위상을 지니고 있다. 이 회사 강신호 회장이 재계 수장인 전경련 회장직을 맡고 있기 때문. 그는 2003년 손길승 회장이 SK 비자금 사건과 관련해 사퇴하면서 회장직에 앉았다. 지난해 이건희 삼성 회장에게 물려주기 위해 이 회장을 두 차례나 만났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고 다시 회장을 맡았다.

    그러나 강신호 회장의 이런 화려한 대외활동에도 회사 가치는 크게 오르지 않고 있다. 주가는 경쟁회사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표 참조). 이는 이익 규모가 경쟁사의 30~50%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 대우증권 임진균 연구위원은 “지난해 회사 측이 마진율이 낮은 수출 부문을 대폭 줄이는 등 나름대로 노력한 결과 이익률은 개선되고 있지만 앞으로 마진이 좋은 처방약 판매 비중을 더 높이고 차입금을 줄이는 노력을 해야 기업 가치가 올라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동아제약 ‘강신호 약발’ 안 통해?

    천안공장의 박카스 생산라인과 동아제약의 주력 제품인 자양강장제 드링크 박카스(오른쪽).

    업계에서는 동아제약이 매너리즘에 빠진 영업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고 꼬집는다. 박카스에 대한 의존도가 여전히 높다는 것. 지난해처럼 박카스 판매가 부진하면 곧바로 회사 실적이 영향을 받는다. 지난해 매출액과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1.4%와 4.4% 감소한 5336억원과 254억원이다. 이는 박카스의 국내 매출 감소(2004년 1520억원→2005년 1255억원)가 크게 작용한 탓이다.

    동아제약 측은 10년 전부터 박카스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치료약 개발에 매진해왔고, 최근 그 성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고 말한다. 회사 관계자는 “박카스는 2002년 매출 2000억원을 정점으로 감소 추세다. 반면 2003년 발매된 위염치료제 스티렌의 올해 매출 목표는 400억원이고, 지난해 나온 발기부전 치료제 자이데나는 월 15억원씩 판매되고 있어 박카스의 매출 감소를 상쇄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 회장 이혼소송 변호인이 사외이사로 선임

    동아제약 및 주요 경쟁사 현황
    구 분 동아제약 주요 경쟁 3사
    평균 유한양행 한미약품 녹십자
    매출액(억원) 5,336 3,683 3,920 3,765 3,364
    당기순이익(억원) 254 448 630 421 292
    당기순이익률 4.8% 12.2% 16.1% 11.2% 8.7%
    2006년 4월18일 종가(원)
    (액면가 5000원 기준)
    69,600 158,600 159,000 257,000 59,800


    강 회장은 현재 본부인과 이혼 소송을 진행 중이다. 4남 강정석 동아제약 전무는 강 회장이 둘째 부인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 회사 내부에서는 “강 회장의 이혼 소송이 마무리되면 강 전무가 경영권을 승계받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유력하다. 강 전무는 지난해 주총에서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또 실세 부문인 영업본부장도 맡고 있다.

    본부인과의 사이에서 낳은 차남 강문석 부회장은 지난해 동아제약 대표이사에서 물러났다가 지금은 계열사인 수석무역 대표이사로 복귀했다. 한 제약업종 담당 애널리스트는 “강 부회장이 대표이사 시절 박카스 의존도를 줄이고, 과감하게 부실을 도려내기 시작하자 시장에서 박수를 보냈는데, 무슨 이유 때문인지 중도하차해버려 ‘역시 동아제약은 안 되는가’ 하는 회의가 한때 일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강 회장은 공사석에서 “동아제약을 세계적 제약회사로 키우는 데 가장 적합한 사람이 회사를 맡아야 한다. 인정상 자식에게 기업을 넘겨줬다가 망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는 시사 월간지 ‘신동아’ 3월호 인터뷰에서 “동아제약을 오너가 없는 유한양행 같은 회사로 만들 수 있다”는 말도 했다. 그러나 이런 공언과 달리 회사 내부에서는 4남에게 점차 힘이 실리고 있는 것.

    3월27일 유충식 대표이사 부회장이 ‘갑자기’ 대표이사직을 사임하고 이사로만 남은 것에 대해서도 뒷말이 적지 않다. 그는 ‘박카스 신화’를 만들어낸 일등공신으로 평가받는 전문경영인으로, 회사 측은 건강상의 이유 때문에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고 밝혔다. 그러나 회사 측의 부인에도 이 역시 강 전무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차원의 인사가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시장에서는 재계의 수장이 경영하는 회사답게 경영권 향배를 뚜렷이 하고 투명성을 제고하길 바라고 있다. 그것만이 강 회장의 공언대로 동아제약이 세계적인 제약업체로 발돋움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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