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펀지’라는 TV 프로그램에서 우리가 흔히 먹는 음식 재료의 원가(原價)를 공개한 적이 있다. 내가 오늘 먹은 된장찌개의 재료비는 1201원. 그런데 재료비의 절반 이상이 된장 값이라는 데 더 놀랐다.
이처럼 재료비를 알고 나면 밥맛이 떨어진다. 5000원짜리 된장찌개의 재료비가 1200원밖에 안 된다니 어쩐지 속은 기분 아닌가. 물론 음식의 원가에는 재료비 외에도 인건비와 일반 경비, 관리비, 이윤이 포함돼야 하지만 이런 것들은 눈으로, 혀로 확인이 잘 안 되니 돈을 낸 만큼 서비스를 받았는지 아닌지 감이 안 온다. 그래서 장사하는 사람들은 절대 원가를 공개하지 않는다.
가끔 사람들이 묻는다. “책 팔면 얼마나 남아?” 이렇게 물으면 아마추어다. 뭘 좀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이렇게 묻는다. “인쇄비, 종이비 그거 얼마 안 되잖아? 절반은 남는 장사 아니야?” 가끔 철없는 저자가 불평한다. “저자한테는 10%밖에 안 주면서 광고도 안 하고 출판사가 다 먹는다.”
도대체 출판은 얼마나 이윤을 내는 장사일까? 올해 초 우리 회사가 펴낸 평범한 건강책 한 권의 손익계산서를 봤다. 300쪽이 조금 안 되는 분량에 정가가 1만원이다. 책을 만들기 위해 필름을 출력하고 종이에 인쇄하고 제본하는 비용이 권당 2000원 정도 든다. 바로 독자들은 생각한다. 8000원이나 남겨먹어? 너무 성급하다. 저자 인세 10%에 해당하는 1000원을 먼저 제해야 한다. 솔직히 콘텐츠를 제공한 대가치고는 너무 작다. 3000부 팔아야 300만원이다. 1만 부 넘지 못하는 책이 수두룩한 현실을 감안하면 전업작가로 ‘살기’가 아니라 ‘살아남기’라는 말이 왜 나왔는지 알 수 있다.
다시 손익계산으로 돌아가보자. 교정료에 일러스트비, 약간의 물류비까지 합치면 1000원 정도 든다. 여기에 홍보한다고 신문광고 한 번 하면 1000원은 게눈 감추듯 없어진다. 요즘 경품 이벤트 안 붙이는 책이 없는데 그 비용은 다 어디서 가져오는지 묻고 싶다. 저자 인세까지 포함해도 출판사가 5000원이나 남긴다고? 아니다. 서점도 책 팔아서 남는 게 있어야 하고, 그 서점에 책을 공급해주는 도매상도 마진이 있어야 하지 않겠나. 그래서 정가가 아닌 출고가라는 것이 있다. 출판사들은 대부분 도매상에 정가의 60%에 책을 공급한다. 1만원짜리 책이 6000원이 되는 것이다. 6000원 중 제작비, 홍보비로 5000원을 썼으니 1000원이 남는다. 적자가 아닌 게 다행이지만 이 돈 안에서 책 만드느라 최소 한 달 이상 매달린 편집자와 디자이너의 인건비를 지불하고, 평균 20%가 넘는다는 반품(서점에 내보낸 책이 안 팔려서 되돌아오는 것)까지 계산해야 한다. 나머지 사무실 유지비 같은 것은 명함 내밀 자리도 없다.
초판 2000~3000부로 끝나는 책만 10권 만들면 고스란히 빚더미에 앉을 성싶다. 그나마 출판 경력이 쌓이고 1만 부 이상 팔리는 책의 목록이 생긴 뒤에는 팔리는 책으로 안 팔리는 책을 뒷받침하며 버틸 수 있다. 그 와중에 수십만 부짜리 ‘대박’이 나면야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그때까지 살아남기가 문제다. 2만4000개가 넘는 출판사들이 무엇으로 먹고살까, 괜히 내가 고민스럽다. 이것이 책 장사꾼이 된 뒤 책값 비싸다는 말을 절대 하지 않는 이유다.
이처럼 재료비를 알고 나면 밥맛이 떨어진다. 5000원짜리 된장찌개의 재료비가 1200원밖에 안 된다니 어쩐지 속은 기분 아닌가. 물론 음식의 원가에는 재료비 외에도 인건비와 일반 경비, 관리비, 이윤이 포함돼야 하지만 이런 것들은 눈으로, 혀로 확인이 잘 안 되니 돈을 낸 만큼 서비스를 받았는지 아닌지 감이 안 온다. 그래서 장사하는 사람들은 절대 원가를 공개하지 않는다.
가끔 사람들이 묻는다. “책 팔면 얼마나 남아?” 이렇게 물으면 아마추어다. 뭘 좀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이렇게 묻는다. “인쇄비, 종이비 그거 얼마 안 되잖아? 절반은 남는 장사 아니야?” 가끔 철없는 저자가 불평한다. “저자한테는 10%밖에 안 주면서 광고도 안 하고 출판사가 다 먹는다.”
도대체 출판은 얼마나 이윤을 내는 장사일까? 올해 초 우리 회사가 펴낸 평범한 건강책 한 권의 손익계산서를 봤다. 300쪽이 조금 안 되는 분량에 정가가 1만원이다. 책을 만들기 위해 필름을 출력하고 종이에 인쇄하고 제본하는 비용이 권당 2000원 정도 든다. 바로 독자들은 생각한다. 8000원이나 남겨먹어? 너무 성급하다. 저자 인세 10%에 해당하는 1000원을 먼저 제해야 한다. 솔직히 콘텐츠를 제공한 대가치고는 너무 작다. 3000부 팔아야 300만원이다. 1만 부 넘지 못하는 책이 수두룩한 현실을 감안하면 전업작가로 ‘살기’가 아니라 ‘살아남기’라는 말이 왜 나왔는지 알 수 있다.
다시 손익계산으로 돌아가보자. 교정료에 일러스트비, 약간의 물류비까지 합치면 1000원 정도 든다. 여기에 홍보한다고 신문광고 한 번 하면 1000원은 게눈 감추듯 없어진다. 요즘 경품 이벤트 안 붙이는 책이 없는데 그 비용은 다 어디서 가져오는지 묻고 싶다. 저자 인세까지 포함해도 출판사가 5000원이나 남긴다고? 아니다. 서점도 책 팔아서 남는 게 있어야 하고, 그 서점에 책을 공급해주는 도매상도 마진이 있어야 하지 않겠나. 그래서 정가가 아닌 출고가라는 것이 있다. 출판사들은 대부분 도매상에 정가의 60%에 책을 공급한다. 1만원짜리 책이 6000원이 되는 것이다. 6000원 중 제작비, 홍보비로 5000원을 썼으니 1000원이 남는다. 적자가 아닌 게 다행이지만 이 돈 안에서 책 만드느라 최소 한 달 이상 매달린 편집자와 디자이너의 인건비를 지불하고, 평균 20%가 넘는다는 반품(서점에 내보낸 책이 안 팔려서 되돌아오는 것)까지 계산해야 한다. 나머지 사무실 유지비 같은 것은 명함 내밀 자리도 없다.
초판 2000~3000부로 끝나는 책만 10권 만들면 고스란히 빚더미에 앉을 성싶다. 그나마 출판 경력이 쌓이고 1만 부 이상 팔리는 책의 목록이 생긴 뒤에는 팔리는 책으로 안 팔리는 책을 뒷받침하며 버틸 수 있다. 그 와중에 수십만 부짜리 ‘대박’이 나면야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그때까지 살아남기가 문제다. 2만4000개가 넘는 출판사들이 무엇으로 먹고살까, 괜히 내가 고민스럽다. 이것이 책 장사꾼이 된 뒤 책값 비싸다는 말을 절대 하지 않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