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광호는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운영하는 서울 창동의 현대미술 작가 스튜디오에 입주해 있는 작가다. 그가 2005년 9월부터 지금까지 창동 국립미술창작스튜디오에서 만난 사람들의 초상화, 그들이 작가에게 준 물건들, 그리고 그들이 이야기하는 장면을 녹화한 비디오를 바로 그곳에서 전시한다. ‘Inter-View in Changdong’.
비디오 속의 다양하고 자연스러운 표정들과 대조적으로 초상화에 등장한 이들은 무표정하다. 그 무표정함은 초상화에서 묘한 매력을 발휘한다. 가만히 주인공을 바라보는 순간 그/녀는 우리에게 우리와 똑같은 시선을 되돌려준다. 그/녀는 우리와 마찬가지로 우리를 정면으로 응시한다. 게다가 그들은 여전히 무표정하다.
나와 그/녀의 시선이 마주치는 순간 우리는 그/녀에게서 눈을 떼기 힘들어지고, 그/녀의 시선에 사로잡히고 만다. 마치 첫눈에 사랑에 빠지는 순간처럼. 하지만 우리는 대뜸 아무하고나 사랑에 빠지진 않는다. 오히려 우리는 시선을 교환하는 순간 무엇인가 아득해지는 찰나 속에서 낯선 질문들을 하게 된다. 그 순간 우리와 그/녀 사이에 응시의 교환이 이루어진다. ‘저 사람은 누구인가?’ ‘저 사람은 도대체 내게 뭘 원하는가?’ 그런데 이들은 옆 비디오에서는 매우 일상적으로, 생생하게 살아서 뭔가를 열심히 중얼거리던, 한참을 웃고 떠들며 수다를 떨던 바로 그 사람들이다.
가끔 우린 친한 친구들, 심지어 가족들에게서조차 기이함과 섬뜩함을 느낄 때가 있다. 늘 마주치고, 이야기를 나누던 사람이 ‘저 사람이 과연 내가 알고 있는 그 사람 맞나?’라는 의문이 생길 정도로 낯설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 순간, 그 사람은 조금 전까지의 친근한 친구에서 낯설고 해석 불가능한 어떤 대상, 응시에 마주쳐 나에게 끊임없이 해석을 요구하는 특정한 대상으로 나와 마주하게 된다. 마치 이광호의 초상화 속 모델과 우리가 무표정한 응시에 사로잡히듯. 4월29일까지, 02-995-09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