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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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 성추행 사건 ‘쉬쉬’하는 까닭

요직 거친 문제의 사무관 전보 조치로 일단락 … 하위직 일벌백계 처리와는 큰 대조

  •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입력2006-04-26 15: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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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세청, 성추행 사건 ‘쉬쉬’하는 까닭
    국세청이 경기도 소재 일선 세무서에서 제기된 성추행 민원을 조직적으로 축소·은폐한 의혹이 제기됐다. 국세청은 또 가해자로 지목된 5급 사무관을 전보 발령 조치했으면서 이례적으로 이를 공개하지 않아 그 배경에도 의문이 일고 있다.

    국세청 관계자에 따르면 국세청 ‘클린 신고센터’에 성추행 관련 민원이 접수된 것은 3월28일. 이 민원은 인천광역시와 경기도 및 강원도 일대를 관할하는 중부지방국세청 ‘클린 신고센터’에도 동시에 접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민원 내용은 같은 달 25일 관내 모 맥주회사 운동장에서 치러진 경기 L세무서 체육대회가 끝난 뒤 노래방으로 이어진 뒤풀이에서 한 여성 세무공무원이 상급자인 A사무관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해 깊은 수치심을 느꼈다는 것이 주요 골자.

    클린 신고센터는 국세청 본청에서부터 일선 세무서까지 내부감시 시스템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해 2월부터 본격적으로 가동된 내부 부조리 신고 채널로, 청장이 직접 관리하도록 돼 있다. 국세청은 이 시스템을 통해 내부 고발자나 청탁·금품고발자 등은 인사에서 우대한다는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세무사 자격 주려고 봐주기?



    통상적으로 이 시스템을 통해 접수된 민원은 지방국세청 감사관실 감찰계를 거쳐 국세청 감사과 감찰담당관실에 보고하도록 돼 있다. 사안의 경중에 따라 국세청 본청 감찰담당관실에서 직접 조사에 나서는 것.

    국세청 일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번 사건은 민원 접수 다음 날인 3월28일과 29일 이틀에 걸쳐 국세청 감사과 감찰담당관실에서 직접 조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29일에는 지방청인 중부지방국세청 감찰계 직원들까지 투입돼 L세무서에 상주하다시피 하면서 전 직원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였다고 한다.

    그만큼 제기된 민원 내용이 구체적이었을 뿐만 아니라 단순 사건으로 처리하기에는 앞뒤 상황이 잘 맞아떨어졌다는 것. 중대한 사안이라는 이야기도 된다.

    국세청 감찰실은 문제의 사무관 A 씨가 지휘했던 L세무서 해당 과 직원은 물론 최근 2~3년간 A 씨와 함께 근무했던 모든 직원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 사무관 A 씨의 행동에 문제가 있었던 사실이 어느 정도 확인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국세청은 문제의 사무관을 다른 지방세무서 징세과장으로 전보 발령 조치하는 수준에서 이번 민원에 대한 조사를 일단락지은 것으로 확인됐다. 취재 결과 사무관 A 씨는 4월10일부터 호남지역 한 세무서에 정식 출근해 근무하고 있었다.

    일선 세무서 5급 이하 공무원들은 국세청의 이번 처리 결과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세무공무원의 경우 업무 특성상 민원이 제기되는 경우가 그리 많지 않다. 웬만해서는 내부 직원이 상급자를 상대로 직접 민원을 제기하지 않는다. 그 때문에 안에서든 밖에서든 민원을 제기당한 세무공무원은 어지간하면 그만두게 돼 있다. 특히 하위직 세무공무원은 민원 내용에 대한 사실 확인도 하지 않고 다음 날 사표를 쓰도록 강요당하는 분위기다. 사표를 거부하면 비리를 다 조사해서 재취업을 원천 봉쇄하겠다는 협박을 받기 일쑤다.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없지 않은가. 그에 비하면 이번 경우는 극히 이례적이다. 그만큼 국세청 내에 힘이 있다는 이야기 아니겠는가. 힘없는 하위직(세무공무원)만 동네북이다.”

    국세청, 성추행 사건 ‘쉬쉬’하는 까닭

    서울 종로구 청진동 국세청 건물.

    실제로 사무관 A 씨는 국세청 총무과 인사계와 중부지방국세청 총무과 인사담당 등 요직에서 오랜 기간 근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 내부에서 요직으로 꼽히는 부서는 인사계와 감찰계. 이 두 부서에서 근무한 세무공무원이 승진이 빠르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또 다른 세무공무원은 “A 씨가 사무관이 된 지 올해로 4년째”라는 점을 들면서 “사무관으로 1년 만 더 근무하면 세무사 자격을 자동으로 얻을 수 있는데, 아마 그런 점도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규제개혁위원회는 2002년 1월 ‘2001년 1월1일 이전’에 공무원 생활을 시작한 국세 분야 공무원이 국세경력 10년 이상, 5급(사무관) 이상 5년 이상의 조건을 갖추면 세무사 자격을 자동으로 주기로 결정한 바 있다.

    국세청은 또 4월17일 공식 발표한 사무관급 전보 발령 인사명단에서 A 사무관을 제외했다. 사무관급 이상이면 파견이나 대기발령까지도 공식 발표하는 것에 비하면 이 또한 이례적이다.

    사건조사·처리 결과 질의도 일절 거부

    본지는 국세청에 이번 민원사건의 조사 및 처리 결과, 그리고 해당 사무관의 인사결과를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은 배경 등에 대해 서류상으로 공식 질의했다. 그러나 국세청은 공식적인 답변을 일절 거부했다.

    국세청 정책홍보담당관실 공보담당 김종국 계장은 “해당 부처에서 개인 프라이버시가 걸린 사안이기 때문에 공식적인 답변이 곤란하다며 고사하고 있다. 내부에서 좀더 논의를 하겠지만 답변은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L세무서를 관할하고 있는 중부지방국세청 감사관실 감찰계 한 관계자는 “성추행과 관련해 내부 일선 세무서 직원이 민원을 접수했다는 사실은 처음 듣는 이야기”라면서 “올해 들어 성추행 관련 민원이 접수된 적도 없고, 조사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오히려 “그런 이야기를 어디에서 들었느냐”며 기자에게 반문했다.

    한편 기자는 성추행 민원을 제기당한 사무관 A 씨의 의견을 듣기 위해 수차례 전화통화를 시도했지만 직접 대화를 나누지는 못했다. A 씨는 전화를 걸 때마다 ‘자리를 비웠’거나 ‘회의 중’이었다. 다만 A 씨는 4월13일 저녁 국세청 한 관계자를 통해 자신의 심경을 전해왔다.

    “아마도 누군가 평소 A 씨의 행동을 조금 오해한 데서 비롯된 일인 것 같다. 누군가 익명으로 민원을 제기한 것 같은데 조금 와전된 측면도 있는 듯하다. A 씨에게 직접 해명하도록 권유했는데 지금은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다고 한다. 다른 지방으로 자리를 옮긴 것도 본인이 원해서 이뤄진 것으로 안다. A 씨도 이번 일로 매우 충격이 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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