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연패 늪에 빠진 울버햄프턴, 굴욕 역사 다시 쓰나

[위클리 해축] 주전 이탈 후 새 이적생 부진… 리그 20위 추락으로 강등 위기

  • 박찬하 스포티비·KBS 축구 해설위원

    입력2025-12-14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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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잉글랜드프리미어리그 울버햄프턴 원더러스의 황희찬이 12월 3일(현지 시간) 노팅엄 포레스트와 경기에서 0-1로 패한 후 고개를 떨구고 있다. GETTYIMAGES

    잉글랜드프리미어리그 울버햄프턴 원더러스의 황희찬이 12월 3일(현지 시간) 노팅엄 포레스트와 경기에서 0-1로 패한 후 고개를 떨구고 있다. GETTYIMAGES

    황희찬이 뛰는 잉글랜드프리미어리그(EPL)의 울버햄프턴 원더러스가 또 졌다. 울버햄프턴은 12월 8일(이하 현지 시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리그 15라운드 홈경기에서 1-4로 패하며 8연패 늪에 빠졌다. 이 팀은 이번 시즌 15경기를 치른 12월 9일 기준 2무 13패라는, 다른 의미로 ‘엄청난 성적’을 올리고 있다. 축구계에선 현재 리그 20위까지 추락한 울버햄프턴의 강등을 기정사실화하는 기류마저 있다. 

    2무 13패 ‘엄청난 성적’

    지난해 12월 필자는 주간동아 기고에서 “황희찬도, 울버햄프턴도 위기에 빠졌다”고 지적한 바 있다. 당시 울버햄프턴은 리그 16경기에서 2승 3무 11패를 기록해 19위까지 떨어진 상황이었다. 그나마 그때는 뒤에 최하위 사우샘프턴이라도 있었다. 

    사실 울버햄프턴은 2018∼2019시즌 EPL로 다시 올라온 이후 슬로 스타터 기질을 보였다. 2022∼2023시즌은 첫 9경기에서 1승 3무 5패를 기록했다. 지난 시즌에는 첫 10경기에서 3무 7패를 하는 등 초반 부진이 마치 루틴처럼 자리 잡았다. 2019∼2020시즌과 2021∼2022시즌 첫 5~6경기 부진은 이에 비하면 별것 아닌 느낌까지 들 정도였다. 

    울버햄프턴은 그럴 때마다 감독 교체로 승부수를 던져 부진에서 벗어났다. 4년 동안 팀을 이끌며 EPL 승격, 유로파리그 진출 성과를 이룬 누누 산투 감독(현 웨스트햄 유나이티드 감독)이 떠난 후에는 늘 그랬다. 2021∼2022시즌 브루누 라즈, 2022∼2023시즌 훌렌 로페테기, 2023~2024시즌 게리 오닐, 지난 시즌에는 비토르 페레이라 감독이 팀을 살렸다. 이들 시즌에서 울버햄프턴은 초반 부진→감독 경질→새 감독 선임→놀라운 상승세로 리그 잔류 패턴을 보였다. 스포츠에서 감독이 바뀌고 선수단이 새로운 분위기를 내며 선전하는 경우는 매우 흔하다. 하지만 울버햄프턴처럼 매년 같은 문제와 해결책이 반복되는 경우는 드물다. 

    지난 시즌 페레이라 감독 선임은 악순환을 끊는 기회처럼 보였다. 지난해 12월 19일 부임한 페레이라는 첫 12경기에서 4승 2무 6패를 기록하며 부진 탈출에 시동을 걸었다. 올해 3월 중순부터는 6연승을 내달려 일찌감치 리그 잔류를 결정지었다. 새 감독은 성적만 올린 게 아니라, 팀을 탄탄하게 변신시켰다. 겨울 이적시장에서 영입된 에마뉘엘 아그바두가 수비 중심축이 됐고, 마셜 무네치는 왕성한 활동량으로 팀의 허리를 바로 세웠다. 브라질 중앙 미드필더 듀오 안드레와 주앙 고메스의 호흡도 나무랄 데 없었다. 노르웨이 스트라이커 외르겐 스트란 라르센은 첫 시즌부터 14골을 터뜨리며 약 2700만 유로(약 461억8500만 원)에 울버햄프턴으로 완전히 이적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새로운 시즌에 울버햄프턴의 문제가 재발할 것이라고 보는 이는 드물었다. 하지만 돌아보면 부진 조짐은 이미 여름 이적시장 때부터 있었다. 에이스였던 마테우스 쿠냐가 팀을 떠난다고 발표했고, 백스리 포메이션 핵심인 양쪽 윙백 넬송 세메두와 라얀 아잇 누리도 이탈했다. 지난 시즌 리그에서만 14골과 6개 도움을 올린 쿠냐를 대체할 자원은 영입되지 않았다. 윙백은 2002년생 동갑내기 키야나 회버와 다비드 볼페의 차지가 됐다.

    물론 쿠냐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6250만 파운드(약 1223억2500만 원)에 이적시키고 올린 수익은 선수단에 투자됐다. 콜롬비아 윙어 존 아리아스를 약 1900만 파운드(약 371억8700만 원)에 브라질 플루미넨시에서 영입했고, 벨기에 KRC 헹크에선 오현규와 경쟁하던 스트라이커 톨루 아로코다레를 2400만 파운드(약 469억7300만 원)에 데려왔다. 스페인 셀타 비고에서 유망주로 평가받은 페르 로페스도 약 2500만 유로(약 427억5900만 원)를 들여 영입했다. 하지만 이들 영입으로 확실한 에이스를 확보했다고 보긴 어려웠다. 아리아스는 유럽 생활이 처음이고, 아로코다레의 경우 벨기에 리그에선 뛰어난 활약을 했으나 EPL에서도 통한다는 보장이 없었다. 즉 핵심 선수진은 떠났고 새로운 이적생들의 실력은 미심쩍은 상황이었다. 새 선수들이 전력을 채우지 못하면 언제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을 구조였던 것이다. 

    불안감은 시즌 첫 경기부터 현실이 됐다. 맨체스터 시티와의 개막전에서 0-4로 패한 울버햄프턴은 AFC 본머스, 에버턴, 뉴캐슬 유나이티드, 리즈 유나이티드에 차례대로 패했다. 사실 5연패로 시즌을 시작할 때만 해도 구성원 상당수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을지 모른다. 늘 그랬듯이 부진을 뒤로하고 곧 정상 궤도에 오를 것이라는 안이한 생각에서 말이다. 연패 와중에 구단이 페레이라 감독과 재계약한 것도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한다. 페레이라가 최근 울버햄프턴을 거친 감독 가운데 가장 인상적인 리더십을 보인 것은 사실이지만, 재계약은 너무 성급한 결정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선수 영입부터 감독 재계약까지 방향성이 모호한 구단 경영이 팀 부진을 초래했다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는 이유다. 결국 울버햄프턴은 페레이라 감독을 경질했다.

    비토르 페레이라 전 울버햄프턴 원더러스 감독. 뉴시스

    비토르 페레이라 전 울버햄프턴 원더러스 감독. 뉴시스

    프리미어리그 ‘최악 기록’ 갈아치울라

    이번 시즌 울버햄프턴은 자칫 리그 최악의 기록마저 갈아치울 위기다. 울버햄프턴에서 선수로 활약했고 코치로도 일했던 젊은 감독 롭 에드워즈가 선임됐지만 예전 같은 분위기 반등 소식은 없다. 새 감독 부임 후 울버햄프턴은 연패 탈출은커녕 4경기 가운데 3경기에서 득점조차 하지 못했다. 현재 EPL 한 시즌 최소 승점 기록은 2007∼2008시즌 더비 카운티의 11점이다. 15경기에서 승점 2점을 기록한 울버햄프턴이 굴욕의 역사를 새로 써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미 리그 8연패를 기록하며 2005년 선덜랜드 AFC, 2019년 풀럼의 9연패 기록에도 바짝 다가섰다. 지금 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울버햄프턴은 2005년 선덜랜드의 20연패, 2021년 노리치 시티의 16연패, 2016년 애스턴 빌라의 11연패 기록도 갈아치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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