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한 도박사처럼 행동해야 투자도 성공한다

사전 분석, 베팅 금액 조절, 손실 버티기 등 투자에 참고할 만

  • 최성락 경영학 박사

    입력2025-12-13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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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은 사람이 투자를 도박으로 인식한다. GETTYIMAGES

    많은 사람이 투자를 도박으로 인식한다. GETTYIMAGES

    어떤 책을 읽다가 문구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Investing is gambling(투자는 도박이다).” 이 책에선 사람들이 돈에 대해 가지는 잘못된 믿음을 몇 가지 소개한다. 그중 하나가 “투자는 도박이다”라는 인식이다.

    실제로 많은 이가 투자와 도박을 비슷하다고 여긴다. 이때 사람들의 행동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첫째, 도박은 도덕적으로 그릇된 행위이므로 투자 역시 해선 안 된다고 믿는다. 성실히 일해서 돈을 벌어야지 투자로 돈을 벌려는 것은 옳지 않다고 여기는 시각이다. 둘째, 투자를 도박처럼 한다. 도박의 결과는 운이다. 룰렛 공이 어디에 떨어질지, 다음 카드가 무엇일지 어느 누구도 모른다. 느낌과 직감으로 베팅하고, 결과도 운에 맡긴다. 투자가 도박에 가까우니 투자로 돈을 버는 것도 운에 기댄다. 자신의 느낌과 직감에 따라 주식을 사고파는 것이다. 투자에 대한 잘못된 접근이다.

    ‘투자=도박’이라는 오해

    책 저자는 자산을 모으려면 투자가 필수지만, 많은 사람이 “투자는 도박이다”라는 오해 때문에 투자를 기피하거나 반대로 도박하듯이 투자에 나서 자산을 제대로 쌓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투자를 도박으로부터 분리해 정확히 이해할 때 비로소 가난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주식투자를 도박과 유사하다고 보는 시각은 흔하다. 그러나 나는 “투자가 도박과 비슷하다”는 말도, “그래서 도박처럼 해선 안 된다”는 말도 온전히 동의하기 어렵다. 오히려 돈을 따는 기술만 놓고 보면 투자보다 도박이 훨씬 어렵다. 투자를 도박과 비슷하다고 얘기하는 것은 도박을 너무 우습게 보는 시각이다.

    일단 도박의 특성을 보자. 도박의 결과는 극단적이다. 건 돈을 모두 잃거나, 건 돈만큼 따거나 둘 중 하나다. 투자는 그렇지 않다. 조금 벌거나, 많이 벌거나, 본전을 유지하거나, 조금 잃거나, 전부 잃거나 등 여러 결과가 나온다. 이 차이는 결국 투자자와 도박사의 심리에 간극을 만든다.



    도박에선 베팅한 돈을 즉시, 모두 잃는다. 금액이 조금만 커져도 심리적으로 매우 흔들린다. 감당하기 어려운 금액을 잃는 순간 제정신을 유지하기 힘들어진다. 반면, 투자에서 손실은 조금 다르다. 투자로 100만 원을 잃었다고 하면 1000만 원어치 주식을 샀다가 10% 하락해 100만 원을 손실 본 경우가 많다. 남은 자산이 존재하고, 손실도 단계적으로 발생한다. 그러나 도박은 베팅 한번으로 돈이 통째로 사라진다. 같은 100만 원 손실이라도 도박이 주는 충격이 훨씬 크다. 이 차이가 투자보다 도박이 심리적으로 훨씬 더 위험한 이유다. 

    도박은 운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도박에서 승패가 운으로만 결정된다고 생각하는 것도 도박을 지나치게 가볍게 보는 태도다. 스포츠 도박만 봐도 그렇다. 경마든, 야구든 수익을 내려면 지식이 필요하다. 경마는 출전 말의 컨디션, 기수 성향과 성적을 꿰고 있어야 하고, 야구도 각 팀의 전력과 선발 선수 기록, 타율 등 지표를 모두 파악해야 확신을 가지고 돈을 베팅할 수 있다. 야구팬들은 평소 자연스럽게 접한 지식이라 대수롭지 않게 여기지만, 사실 비(非)팬 입장에선 방대한 정보다.

    물론 룰렛이나 바카라처럼 결과 자체가 온전히 운에 달린 게임도 있다. 그러나 결과가 운이라는 사실이 수익도 운에 달렸다는 뜻은 아니다. 도박의 수익과 손실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베팅 금액 조절이다. 예를 들어 1승 9패를 하더라도 9패 때는 100만 원씩 걸고, 1승 때 1000만 원을 걸었다면 최종적으로는 100만 원 이득이다. 바카라나 룰렛에서 도박사들은 이 베팅 전략을 세우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한다. 기분에 따라 베팅하는 건 초보자 영역이다.

    이 점에서 나는 투자와 도박을 동일선상에 놓을 수 없다고 본다. 어떤 것이 더 어렵고 힘드냐고 물으면 답은 도박이다. 더 어려운 도박에서 돈을 벌 수 있다면 투자에선 좀 더 쉽게 돈을 벌 수 있다. 도박처럼 투자하면 성공적인 투자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손실을 견뎌야 투자 성공해

    앞서 살펴본 도박의 특징을 다시 보자. 도박은 베팅한 돈을 한번에 모두 잃는 구조다. 두 번 베팅하면 한 번은 전액을 잃는 것이 다반사다. 도박사는 이 손실을 감정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전액 손실을 경험해도 흔들리지 않고 다음 전략을 준비한다.

    주식투자도 마찬가지다. 10~20% 손실은 일상적이며 50%를 잃어도 다음 전략을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워런 버핏은 “주식시장이 50% 하락했을 때 버틸 자신이 없다면 시장에 들어오지 마라”고 말했다. 손실에 과민하게 반응하면 투자에서 오래 살아남기 어렵다.

    공부 관점도 비슷하다. 스포츠 도박사는 선수 개개인의 기록뿐 아니라 코치, 감독 등 팀의 전술, 후보 선수들 능력까지 파악한다. 스포츠 도박사 가운데 언론 기사나 유튜브 영상만 보고 베팅하는 사람은 없다. 스스로 데이터를 분석해 베팅 전략을 세운다. 주식투자자도 최소 그만큼의 지식은 쌓아야 한다. 인터넷 기사나 유튜브 영상에 의존할 것이 아니라, 기업 재무제표와 경쟁사 실적, 산업 구조 정도는 직접 확인해야 한다.

    자금 관리도 핵심이다. 도박사에게 가장 치명적인 상황은 자금이 바닥나 더는 베팅을 못 하는 순간이다. 그래서 전 재산을 한번에 베팅하는 경우는 없다. 늘 일정 현금을 확보해두고 기회가 오면 베팅할 수 있도록 준비한다. 투자도 그래야 한다. 모은 돈을 전부 투자해 현금이 하나도 없는 상태가 되면 위기에 대응할 수 없다.

    도박의 결과가 운이라고 해서 도박사가 운에만 기대어 베팅하는 것은 아니다. 운에 기대면 어쩌다 한 번 수익을 얻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실패한다. 도박사는 운의 비중을 최대한 줄이는 전략을 쓰려고 한다. 그 방법을 찾아낸 도박사만 살아남을 수 있다. 투자도 마찬가지다. 운의 요소가 분명 존재하지만, 운에만 기대어 투자하면 오래 버티기 어렵다. 운과 무관하게 수익을 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하고, 이를 찾은 사람만 성공적인 투자자가 된다.

    투자는 곧 도박이라고 쉽게 단정하지 말자. 즐기기 위한 도박이라면 몰라도, 실제 돈을 벌기 위한 도박은 투자보다 쉽지 않은 활동이다. 성공한 도박사처럼 행동하고 그들의 사고방식을 참고하는 것, 이것이 오히려 투자 실력을 높이는 하나의 조건이다. 

    최성락 박사는… 서울대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행정대학원에서 행정학 박사학위, 서울과학종합대학원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동양미래대에서 경영학과 교수로 재직하다가 2021년 투자로 50억 원 자산을 만든 뒤 퇴직해 파이어족으로 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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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돈의 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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