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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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용차도 이제 ‘구독’하는 시대

[조진혁의 Car Talk] 북미 신차 3분의 1 리스 방식으로 출고… 구매 패러다임 변화

  • 조진혁 자유기고가

    입력2026-05-19 07: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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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미 지역 전기차 구독 서비스업체 ‘오토노미’ 홈페이지. ‘전기차를 운전하는 더 스마트한 방법’이라는 홍보문구가 쓰여 있다. 오토노미 홈페이지 캡처

    북미 지역 전기차 구독 서비스업체 ‘오토노미’ 홈페이지. ‘전기차를 운전하는 더 스마트한 방법’이라는 홍보문구가 쓰여 있다. 오토노미 홈페이지 캡처

    최근 자동차 시장에서 가장 큰 변화는 차를 ‘구매 대상’으로 보지 않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점이다. 전기차가 상용화되고 자율주행 기술이 발전하면서 차의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스마트폰 운영체제가 수시로 업데이트되듯이 자동차 역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가 차량의 성능과 가치를 결정하는 핵심 구실을 하게 된 것이다. 이렇다 보니 수천만 원 목돈을 들여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떨어지는 고정 자산을 소유하려는 이가 줄었다. 그 대신 매월 일정 금액을 내고 최신 기술과 서비스를 누리는 리스 방식을 선택하는 소비자가 증가하는 추세다. 

    테슬라 월 단위 구독 프로그램 판매

    모빌리티 소비 변화가 가장 역동적으로 일어나는 곳은 미국이다. 신차 3대 중 1대가 리스 방식으로 출고될 정도다. 벤츠나 BMW 같은 프리미엄 브랜드의 경우 리스 비중이 50%를 훌쩍 넘어선다. 그 배경에는 정교하게 설계된 특화 플랫폼이 있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은 북미에서 ‘아마존 오토’를 운영한다. 현대차 등 주요 완성차 제조사와 제휴된 이 플랫폼에서는 클릭 몇 번만으로 원하는 차종을 고르고 리스 프로그램을 선택해 결제까지 끝낼 수 있다. 차량 구매도 가능하다. 아마존에서 생필품을 구매하는 것과 사실상 똑같은 방식이다. 

    북미에서는 전기차 전용 구독 서비스 ‘오토노미’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오토노미는 테슬라 등 고가 전기차를 월 단위로 구독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승용차가 거대한 스마트 디바이스가 된 상황이니, 스마트폰 요금제 같은 리스 요금제가 생겨나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인지 모른다. 

    아마존이 운영하는 ‘아마존 오토’ 플랫폼. 클릭 몇 번만으로 원하는 차종을 고르고 리스 프로그램을 선택해 결제까지 끝낼 수 있다. 아마존 오토 홈페이지 캡처

    아마존이 운영하는 ‘아마존 오토’ 플랫폼. 클릭 몇 번만으로 원하는 차종을 고르고 리스 프로그램을 선택해 결제까지 끝낼 수 있다. 아마존 오토 홈페이지 캡처

    자동차 유통의 새로운 흐름

    유럽에서 차량 리스 물결을 주도하는 건 기업이다. 탄소배출 규제가 날로 엄격해지면서 기업들이 차를 구매하기보다 주기적으로 최신 친환경차로 교체하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이 거대한 유럽 B2B(기업 간 거래) 시장을 이끄는 플랫폼은 ‘아이벤스’다. 아이벤스는 기존 리스업계 강자인 ‘ALD 오토모티브’와 ‘리스플랜’이 만나 탄생한 기업이다. 임직원 복지로 제공되는 법인 차를 묶어 대규모로 관리하면서 압도적인 효율을 자랑하고 있다. 개인 소비자를 겨냥한 ‘식스트 플러스’ 역시 렌터카망을 기반으로 보험료, 세금 등 모든 부대 비용을 포함한 올인클루시브 구독 모델을 선보여 인기를 얻고 있다. 한편 일본 도요타는 차량 통합 관리 구독 서비스인 ‘킨토’를 직접 운영한다. 



    전기차가 상용화되면서 자동차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GETTYIMAGES

    전기차가 상용화되면서 자동차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GETTYIMAGES

    한국시장 역시 세계적 흐름에 발맞추는 추세다. 아직은 차를 재산으로 여기는 인식이 남아 있지만, 소유보다 이용에 방점을 두는 가치관도 빠르게 확산 중이다. 신차 가격의 지속적인 상승이 이런 변화를 부추긴다. 4월 기준 글로벌 신차 평균 거래 가격은 5만 달러(약 7400만 원)에 육박한다. 국내차도 옵션을 포함한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실구매가가 4000만 원대를 훌쩍 넘었다. 이런 부담을 감수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노후화되는 기계 장치를 소유하기보다 월 이용료가 저렴한 리스 쪽으로 시선을 돌리는 이가 많아질 수밖에 없다.

    다만 아직 시장이 아날로그 방식에 머물러 있어 중개인에 따라 리스 가격이 천차만별인 점이 문제로 지적되는데, 최근 디지털 리스·렌트 플랫폼 ‘차즘’의 등장으로 변화가 감지된다. 차즘에서는 다양한 차량 스펙과 가격을 일목요연하게 살펴보고, 15개 금융사와 렌터카 회사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비교해 최적의 조건을 찾을 수 있다. 이런 서비스가 확대되면 영업사원마다 견적이 달라지던 관행이 사라지고, 합리적인 모빌리티 이용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모빌리티 분야에서 ‘소프트웨어중심차량(SDV)’은 이미 대세가 됐다. 자동차산업의 큰 흐름이 바뀌는 만큼 전통 판매 시장의 패러다임도 빠르게 변화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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