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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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과 엔비디아의 성공 전략, ‘플라이휠’

유통과 클라우드, 광고 사업이 서로 성장 밀어주는 구조

  • 김지현 테크라이터

    입력2026-05-18 07: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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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플라이휠’은 바퀴가 회전하다가 일정 속도에 이르면 스스로 관성을 만들어 더 빠르게 도는 원리를 가리키는 말이다. 기업 전략 측면에서는 한 번의 성공이 다음 성공의 원인이 되고 다시 본업의 발전을 뒷받침하는 선순환 구조를 의미한다. 아마존 제공 ·  GETTYIMAGES · 엔비디아 제공

    ‘플라이휠’은 바퀴가 회전하다가 일정 속도에 이르면 스스로 관성을 만들어 더 빠르게 도는 원리를 가리키는 말이다. 기업 전략 측면에서는 한 번의 성공이 다음 성공의 원인이 되고 다시 본업의 발전을 뒷받침하는 선순환 구조를 의미한다. 아마존 제공 ·  GETTYIMAGES · 엔비디아 제공

    ‘플라이휠’은 무거운 바퀴가 천천히 회전하다가 일정 속도에 이르면 스스로 관성을 만들어 더 빠르게 도는 원리를 가리키는 말이다. 기업 전략 측면에서 플라이휠은 한 번의 성공이 다음 성공의 원인이 되고, 고객 증가가 제품 개선과 비용 절감, 생태계 확대로까지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의미한다.

    실리콘밸리에서 이 전략을 가장 잘 활용한 기업은 아마존이다. 아마존은 비용 절감을 통해 제품을 최저가에 판매하고 그 결과 트래픽이 늘어나 판매자와 상품 수가 늘어남으로써 다시 비용을 낮추는 선순환 구조를 구현했다.

    유통 사업 자산으로 클라우드까지 진출한 아마존

    이 선순환은 유통 사업에만 머물지 않았다. 아마존은 유통 사업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축적한 서버 운영 방식, 데이터 처리 능력, 인프라 기술을 클라우드 사업 ‘아마존웹서비스(AWS)’에 활용했다. 이후 광고 사업에서까지 고객들을 사로잡았다. 유통과 클라우드, 광고 사업이 서로 성장을 밀어주는 구조가 형성된 것이다. 이것이 플라이휠 전략의 본질이다. 하나의 핵심 사업이 인접 영역으로 확장돼 다시 본업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엔비디아 역시 플라이휠 전략을 적용해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엔비디아가 기업가치 세계 1위가 된 비결이기도 하다. 표면적으로 보면 엔비디아는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파는 회사다. 그러나 실제 성장 구조를 보면 엔비디아는 GPU를 팔기 전 ‘GPU를 써야 하는 이유’를 먼저 만들었다.

    엔비디아는 2006년 GPU를 범용 병렬 연산 플랫폼으로 바꾸는 프로그래밍 도구 ‘쿠다(CUDA)’를 발표했다. 인공지능(AI) 개발자와 연구자들은 쿠다를 통해 복잡한 연산을 훨씬 빠르게 처리할 수 있었다. 쿠다로 만든 프로그램은 엔비디아 GPU 위에서만 작동하기 때문에 쿠다와 GPU의 수요는 함께 늘어났다. 엔비디아는 쿠다를 통해 개발자와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표준화한 다음 그 생태계를 기반으로 GPU 판매를 늘렸다.



    AI 개발자가 AI 모델을 만들려면 쿠다가 필요하다. 모델을 운용하려면 GPU를 사야 한다. GPU 기반이 커질수록 더 많은 개발자와 기업이 쿠다 생태계 안으로 깊이 들어온다. 쿠다 위에서 새로운 AI 도구가 끝없이 만들어지고 AI 사용자가 늘어나니 더 많은 GPU가 필요해진다. 엔비디아는 ‘쿠다 사용 증가→GPU 생태계 확장→AI 사용자 증대→GPU 수요 확대’라는 선순환을 구축했다.

    엔비디아는 플라이휠을 더욱 확장하고 있다. 1차 플라이휠이 쿠다와 GPU가 서로의 수요를 키우는 것이었다면, 2차 플라이휠은 다양한 AI 모델의 운용 환경과 기업 에이전트 개발을 자사 생태계 안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생성형 AI가 실제 업무에 적용되기 시작하자 AI 모델을 어떻게 배포하고 운용할 것인지가 중요해졌다. 이에 엔비디아는 AI 모델이 엔비디아 GPU 위에서 실행될 수 있게 하는 도구 ‘NIM’을 출시했다. 에이전트의 속도, 정확도, 지속 학습을 지원하는 오픈소스 라이브러리 ‘니모 에이전트 툴킷(NeMo Agent Toolkit)’도 제공한다.

    3차 플라이휠은 피지컬 AI와 관련 있다. 로봇이라는 몸체를 확보한 AI가 공장 등 현실 세계에서 움직이기 시작하면 연산 수요는 더욱 거대해진다. 엔비디아는 이 영역에 대응하고자 ‘옴니버스(Omniverse)’ ‘아이작 심(Isaac Sim)’ ‘코스모스(Cosmos)’를 출시했다. 옴니버스는 로봇 시뮬레이션 같은 물리적 AI 애플리케이션(앱)을 개발하기 위한 라이브러리와 마이크로서비스다. 아이작 심은 옴니버스 기반의 로봇 시뮬레이션을 위한 프레임워크이며, 코스모스는 물리적 AI의 발전에 필요한 시뮬레이션과 합성 데이터 생성을 가속한다.

    엔비디아, 고객 성공이 GPU 수요로 이어지게 해 

    엔비디아는 CPU(중앙처리장치)와 네트워크로까지 발을 뻗고 있다. 즉 AI를 더 효율적으로 운용하기 위한 데이터센터 전용 CPU ‘그레이스 CPU 슈퍼칩(Grace CPU Superchip)’을 판매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GPU가 대규모로 연결된 데이터센터의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려는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엔비디아는 GPU 제조사가 아니라 AI 데이터센터의 컴퓨팅 구조 전체를 설계하는 회사로 변모 중이다. 물론 엔비디아가 AI 데이터센터 구조 전체를 장악할수록 GPU 판매량이 늘어나고, 이는 다시 엔비디아의 구조 장악력을 키울 것이다.

    엔비디아는 고객의 성공을 돕는 도구를 먼저 제공하고 그 도구가 확산할수록 자사의 핵심 제품 수요가 커지는 구조를 만들었다. 이는 한국 대기업 재벌들의 단순 문어발식 사업 확장과는 다르다. 엔비디아의 성공 방식은 핵심 사업을 중심으로 인접 사업 영역을 연결해 성장을 스스로 증폭하는 ‘플랫폼형 선순환 확장 전략’이다. 엔비디아가 본래 반도체를 만드는 제조기업이었다는 점은 한국의 전통 제조업도 플라이휠 전략을 활용해 폭발적 성장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희망을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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