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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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생제르맹, ‘시스템 축구’로 2연속 챔스 우승 노린다 

[위클리 해축] 엔리케 감독표 정교한 3-2-5 빌드업, 강력한 일대일 압박 강점

  • 임형철 쿠팡플레이 축구 해설위원· EA SPORTS FC 한국어 해설

    입력2026-05-17 07: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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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이스 엔리케 파리 생제르맹(PSG) 감독.  뉴시스

    루이스 엔리케 파리 생제르맹(PSG) 감독.  뉴시스

    유럽축구의 정점에서 파리 생제르맹(PSG)이 보여주는 성과와 활약이 눈부시다. 지난해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인테르나치오날레 밀라노를 5-0으로 대파하며 구단 역사상 첫 빅이어(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PSG가 이번 시즌에도 강호 바이에른 뮌헨을 꺾고 2년 연속 챔피언스리그 결승 진출이라는 금자탑을 세웠다. 

    ​5월 30일(이하 현지 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리는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아스널과 격돌하는 PSG의 승리 원동력은 더는 압도적 자본력이나 특정 슈퍼스타의 개인기가 아니다. 킬리안 음바페라는 시대 아이콘이 팀을 떠난 후 “득점력 빈곤에 시달리는 것 아니냐”는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루이스 엔리케 감독은 PSG를 전술적으로 단단하고 정신적으로 결속된 하나의 팀으로 완벽히 재탄생시켰다.

    특정 스타플레이어 아닌 시스템의 승리

    PSG의 중원 사령관으로 불리는 비티냐.  GETTYIMAGES

    PSG의 중원 사령관으로 불리는 비티냐.  GETTYIMAGES

    엔리케 감독이 PSG에 이식한 전술의 핵심은 3-2-5 빌드업과 강력한 4-1-4-1 전방 압박을 중심으로 한 고도의 시스템 축구다. 가장 눈에 띄는 전술 혁신은 최후방 골키퍼 마트베이 사포노프를 ‘보조 센터백’으로서 활용하는 것이다. 우선, 빌드업 시 상대의 거센 1차 압박을 구조적으로 무력화하고자 사포노프를 전진시킨다. 여기에 좌측 풀백 누누 멘데스를 활용한 관계적 삼각형 패턴으로 영리하게 배후 공간을 타격하는 것이다.

    수비 전환 시에는 숨 막히는 고강도 압박이 이어진다. 공을 빼앗긴 즉시 PSG 선수들은 상대 선수에게 일대일로 달라붙어 대인 압박을 시도한다. 이 과정에서 활동량과 커팅 능력이 뛰어난 비티냐, 주앙 네베스, 워렌 자이르에메리, 파비안 루이스 등 중원 자원들이 활약한다. 이들이 공을 끊어내면 즉시 전방으로 뛰어가는 흐비차 크바라츠헬리아, 우스만 뎀벨레, 데지레 두에 등 속도와 기술이 뛰어난 공격진에게 공을 연결해 파괴적 역습을 시도한다. 이 과정에서 득점 루트를 다변화한 PSG는 크바라츠헬리아 등 공격 자원들이 유기적으로 하프 스페이스를 공략하며 음바페의 공백을 완전히 극복했다. 특정 스타플레이어가 아닌 시스템의 승리다.

    리그앙과 챔피언스리그라는 험난한 이중 일정을 소화하고자 엔리케 감독은 스포츠 과학에 기반한 로테이션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 주장 마르퀴뇨스나 뎀벨레 등 핵심 자원들의 리그 출전 시간을 철저히 조절하며 체력을 안배하는 식이다. 그런 엄격한 시스템에서 비켜간 선수가 있다. 바로 중원의 사령관 비티냐다. 비티냐는 동료 미드필더들의 이탈 및 부상 시 팀의 밸런스를 유지하기 위해 리그에서만 2008분 넘는 출전 시간을 소화했다. 2022년 입단 후 결장이 단 10일에 불과할 정도로 경이로운 체력을 소유한 비티냐. 그는 챔피언스리그 무대에서 상대를 압도하는 PSG의 심장으로 활약하고 있다.



    ​이번 시즌 엔리케 전술이 가장 빛을 발한 순간은 바이에른 뮌헨과의 챔피언스리그 4강이었다. 1차전 파리 홈에서 난타전 끝에 5-4 극적으로 승리한 PSG는 2차전 알리안츠 아레나 원정에선 ‘수비적 실용주의’를 택했다. 뱅상 콩파니 감독의 파상 공세에 대비한 조치였다. ​2차전에서 PSG는 템포를 늦추고 수비 간격을 극도로 좁혀 바이에른 뮌헨의 폭발적인 공격 리듬을 무력화했다. 동시에 바이에른 뮌헨의 맹점인 높은 수비 라인 뒤공간을 공략해 전반 3분 만에 뎀벨레가 선제골을 뽑아내는 등 상대 허점을 완벽히 찔렀다. 결국 PSG는 적지에서 1-1 무승부를 이끌며 결승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과거 챔피언스리그 토너먼트 때마다 압박감을 이기지 못한 채 자멸하던 PSG 특유의 나약함을 더는 찾아볼 수 없었다.

    이강인, 결승 후 커리어 기로 설 듯

    현재 ​PSG 구단의 목표 의식은 단호하다. 프랑스 스포츠 전문지 레키프에 따르면 대망의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앞두고 PSG 수뇌부는 핵심 선수들의 재계약 협상을 무기한 중단하는 초강수를 뒀다. 네베스, 윌리안 파초, 뎀벨레는 물론 대한민국 국가대표 미드필더 이강인도 예외가 아니다. 이번 결승전에 올인하고자 선수단 분위기를 흩뜨릴 수 있는 어떤 잡음도 원천 차단하겠다는 의도다.

    다만 ​이런 팀 기조 속에서 이강인의 입지는 묘한 딜레마를 겪고 있다. 엔리케 감독은 공식 석상에서 “이강인은 언제든 벤치에서 나와 흐름을 바꿀 중요한 로테이션 자원”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녹아웃 스테이지(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 이후)에서 이강인은 계속 벤치를 지키고 있다. 그는 정규 리그에선 기용되는 자원이지만 챔피언스리그 승부처에선 후순위로 밀린 나머지 부동의 주전으로 도약하지 못한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 이 와중에 앙투안 그리에즈만의 대체자를 간절히 찾는 스페인 명문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구애가 시작된 상황이다. 이강인은 결승전이 끝난 올여름 더 큰 역할을 보장받을 수 있는 새로운 도전을 향한 중대한 커리어 기로에 설 것으로 보인다.

    엔리케 감독은 과거 중요한 순간마다 모래알처럼 흩어졌던 스타 군단을 정교한 시스템과 강인한 결속력을 갖춘 조직적인 팀으로 탈바꿈했다. 다가오는 5월 30일 아스널과의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은 그가 2년간 빚은 새로운 PSG의 완성도를 가늠할 심판대가 될 전망이다. 선수단 재계약마저 멈춰 세우며 오직 우승 트로피를 정조준한 PSG 선수들이 2년 연속 유럽의 왕으로 군림하게 될지 전 세계 축구 팬들이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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