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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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소영 관장의 이혼 항소심 인맥, 재판 공정성 논란

재판장 부친은 6공화국 임명직 역임… 형은 노 관장과 국제미래학회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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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입력2025-02-21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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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 항소심 판결은 1조3808억 원이라는 초유의 재산분할 금액만큼이나 다양한 정보와 이야깃거리를 쏟아냈다. 그중에서 세간의 이목을 끈 것은 노 관장에게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린 서울고법 가사2부 김시철 부장판사와 노 관장 사이에 특정 인맥이 존재한다는 것이었다.

    두 사람은 우선 각자의 ‘아버지’를 통해 연결돼 있다는 점이 알려졌다. 김 부장판사의 부친 고(故) 김동환 변호사는 노 관장의 아버지 노태우 전 대통령의 경북고 1년 후배다. 김 변호사는 노태우 정부에서 임명직 KBS 이사를 맡는 등 여러 직위를 거쳤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회장, 보험감독위원회 위원, 세종연구소 감사 등을 역임했다. 김 변호사는 1995년 월간 ‘한국논단’에 ‘5·18특별법’ 제정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기고문을 싣는 등 공개적으로 노 전 대통령을 옹호하기도 했다.

    노 관장, 판사 형과 단행본 공동 집필

    2015년 12월 ‘대한민국 미래 보고서’ 출판 기념회에 참석한 김시범 안동대 교수(맨 왼쪽)와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오른쪽에서 세 번째). [국제미래학회 블로그]

    2015년 12월 ‘대한민국 미래 보고서’ 출판 기념회에 참석한 김시범 안동대 교수(맨 왼쪽)와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오른쪽에서 세 번째). [국제미래학회 블로그]

    이혼소송 항소심 이후 국제미래학회라는 단체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 단체는 2007년 국내외 미래학자 100여 명이 참여해 결성한 학회다. 김시철 부장판사의 형인 김시범 안동대 교수는 국제미래학회에서 미래전통문화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노 관장은 이 학회에서 미래예술위원장으로 활동 중이다. 두 사람은 2015년 12월 ‘대한민국 미래 보고서’라는 책을 공동 집필하기도 했다. 당시 노 관장과 김 교수가 출판기념회에서 나란히 찍은 사진이 공개되기도 했다.

    노 관장의 ‘팬클럽 회장’을 자처하는 박영숙 유엔미래포럼 대표도 국제미래학회 멤버다. 이 학회 국제협력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 대표는 지난해 한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최태원-노소영 이혼소송 항소심 판결은) 구국의 결단”이라며 “많은 사람이 판사에게 찬사를 보내고 있다. 판사들을 위해 비석을 세우겠다”고 말했다. 또 노 관장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노 관장이) 굉장히 많은 액수를 불렀는데 그게 인정돼 놀랐다”고 전하기도 했다. 박 대표는 유튜브 방송에서 노 관장을 적극 추켜세우는 말을 한 적도 있다. 그는 “노 관장이 대통령이 돼 대한민국을 운영한다면 예술과 기술의 융합을 통해 창의적인 국가를 만들 것” “노 관장이 문화산업을 국가 경제 성장동력으로 키울 것이고 이는 남자 대통령이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항소심 재배당에 ‘재판부 쇼핑’ 의혹

    노 관장과 김시철 부장판사 간 이런 인맥이 주목을 끄는 이유는 이혼소송 항소심이 재배당되는 과정을 거쳐 김 부장판사가 재판장을 맡게 됐기 때문이다. 최태원 회장은 2017년 7월 노 관장을 상대로 이혼조정 신청을 냈다. 당초 이를 거부하던 노 관장은 2년 뒤 입장을 바꿔 이혼과 위자료 및 재산분할을 요구하는 맞소송을 제기했고, 2022년 1심 법원은 재산분할 665억 원, 위자료 1억 원 지급 판결을 내렸다.

    노 관장이 이에 불복해 항소하면서 2심 사건은 당초 서울고법 가사3-1부(재판장 조영철 부장판사)에 배당됐다. 그런데 노 관장 측이 바로 다음 달, 조영철 부장판사 매부가 대표변호사로 있는 특정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를 선임하며 상황이 달라졌다. 재판장 친인척과 관련 있는 법무법인이 사건을 대리할 경우 공정성 논란이 불거질 것을 우려한 서울고법 가사3-1부가 재배당을 요청하면서 이 사건이 가사2부(재판장 김시철 부장판사)로 옮겨간 것이다. 김 부장판사는 과거 여러 이혼 사건에서 유책 배우자의 책임을 강하게 묻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이혼소송 항소심이 이런 과정으로 재배당돼 진행되자 법조계 일각에서는 소송 당사자가 재판부를 고르는 이른바 ‘재판부 쇼핑’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항소심 판결은 김 부장판사에게 재배당되고 1년 3개월 정도가 지난 뒤인 지난해 5월 노 관장의 대역전극으로 결말이 났다. 현재 최 회장과 노 관장 간 이혼소송은 대법원 1부에 배당돼 심리가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