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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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자동차 관세 25% 부과 임박…사정권에 들어간 현대·기아차

전문가 “내년 美 중간선거 앞두고 ‘현대차의 미국 경제 기여’ 적극 알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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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우정 기자

    friend@donga.com

    입력2025-02-24 09: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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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자동차그룹의 미국 앨라배마 자동차 공장 전경. [현대자동차그룹 제공]

    현대자동차그룹의 미국 앨라배마 자동차 공장 전경. [현대자동차그룹 제공]

    “향후 한 달 내 자동차, 반도체, 의약품, 목재 등에 대한 관세를 발표할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폭탄’이 자동차산업을 정조준하면서 현대자동차그룹을 비롯한 국내 완성차 메이커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월 19일(현지 시간)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열린 ‘미래투자이니셔티브(FII) 프라이오리티 서밋’ 연설에서 “그들(외국 기업)이 미국에서 제품을 만들지 않으면 관세를 내야 한다”며 이렇게 밝혔다. 18일 “(자동차 관세와 관련해) 4월 2일 얘기할 가능성이 크지만 25% 정도일 것”이라고 밝힌 지 하루 만에 관세 도입 일정을 열흘 이상 앞당길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월 21일(현지 시간)에는 “수입산 자동차에 대한 25% 관세를 발표할 예정이며 아마도 4월2일 발표될 것”이라고 해 글로벌 자동차 업계를 긴장케 하고 있다.

    “관세 20% 부과되면 현대차그룹 영업이익 19% 감소”

    미국의 관세 폭탄이 현실화할 경우 한국 자동차업계는 상당한 타격을 받게 된다. 최근 몇 년간 급증한 대미(對美) 무역흑자, 국내 완성차 메이커의 높은 미국시장 의존도 때문이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완성차업계가 전 세계에 수출한 자동차 278만 2612대 중 51.5%인 143만2713대가 미국시장에서 판매됐다. 같은 시기 현대차그룹의 판매 실적을 보면 세계 수출량 225만8000대 중 45%인 101만5000대가 미국에서 팔렸다(인포그래픽 참조). 이처럼 미국시장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고관세가 부과되면 영업이익 악화가 불가피하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S&P는 자동차 관세 20%가 부과될 경우 현대차와 기아의 영업이익이 19%씩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관세가 10%에 그쳐도 현대차와 기아의 영업이익이 각각 1조9000억 원, 2조4000억 원 줄어들 것이라는 KB증권 분석도 나왔다.

    한국자동차산업학회 회장을 지낸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는 “지난해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 규모가 역대 최대치(557억 달러·약 80조 원·세계 8위)를 기록했다”며 “미국 대외 무역적자의 약 70%가 자동차산업에서 발생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 완성차 메이커도 주요 타깃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현대차그룹의 경우 10% 관세 정도는 어떻게든 버틸 수 있지만 25%까지 치솟으면 상황이 힘들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현대차그룹이 대응에 고심하는 가운데 미국 현지 생산량을 늘려 관세 부담을 줄이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미국 생산 거점은 크게 3곳이다(지도 참조). 현대차는 연간 생산능력 36만 대에 달하는 앨라배마 공장과 지난해 가동을 시작한 조지아주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30만 대)를 운영하고 있다. 기아는 조지아주에 연간 34만 대를 생산하는 공장이 있다. 미국 정부의 자동차 25% 관세 부과에 대한 대응 방안을 묻는 질문에 현대차 관계자는 2월 19일 “현대차그룹은 미국의 정책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장기적 관점에서 다양한 전략을 검토하고 있다”며 “올해부터 미국 신공장 HMGMA를 본격 가동해 미국 내 생산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대차, 미국 생산량 조정 관련해 노조 측에 설명

    현대차가 미국 현지 자동차 생산량을 늘리려면 노조 동의가 필수다. 현대차 노사가 1999년 맺은 단체협약에 “해외 공장으로의 생산 차종 이관은 노사공동위원회 심의와 의결을 거쳐야 한다”는 내용이 있기 때문이다. 기아 노사도 이와 유사한 협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생산 차종 및 생산량 조정에 대해 노조와 협의를 시작했느냐”는 질문에 현대차 측은 “이미 설명회를 통해 노조 측에 설명했다”며 “노조가 이를 특별히 문제시하거나 하는 반응은 없었다”고 답했다. “자동차업계 노조도 자동차산업을 둘러싼 대내외 상황이 어렵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는 게 최근 노조 관계자들과 만난 인사의 전언이다.

    현대차그룹은 현지에서 자사의 미국 경제 기여도를 강조하고 주요 인사들과 접촉면을 넓히는 등 전방위로 대응에 나섰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대표이사는 최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현대차그룹은 지금까지 미국에 205억 달러(약 30조 원)를 투자했고 미국에서 50만 개 넘는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정 회장은 최근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 프로암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와 회동했다. 이 자리에서 정 회장이 트럼프 주니어에게 현대차그룹의 미국 내 투자와 고용 기여 등에 대해 설명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문제는 이처럼 자동차산업을 둘러싼 통상 전쟁이 가시화된 상황에서 한국 정부의 컨트롤타워 기능이 비상계엄 사태 여파로 약화됐다는 점이다. 이에 대한 복수의 자동차산업 전문가의 설명이다.

    “지난해 하반기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국내 자동차산업 지원 시스템에 관한 조사를 의뢰받았다. 장관에게 중간보고를 하는 날을 기다리던 차에 12월 3일 비상계엄 사태가 터졌다. 12월 5일 보고를 하긴 했는데 당시 상황이 워낙 어수선해서 장관이 아닌 실장에게 했다. 미국의 통상정책 변화에 대응해야 하는 산자부 등 정부 측 대응이 위축된 것 아닌지 우려스럽다.”

    “주한 미국대사관 상무관들과 만날 때마다 ‘미국 정부가 한국 자동차산업을 지나치게 때릴 경우 통상 갈등뿐 아니라, 한국 민심도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전달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협상에 나설 우리 측 카운터파트가 사실상 공석이라 걱정이다.”

    “한국 자동차, 美 소비자 후생에 기여”

    전문가들은 정부와 기업 모두 미국발(發) 관세 폭탄에 만반의 대비를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최근 정부 지원책을 살펴보면 반도체·배터리 산업에 편중된 느낌을 받는다”며 “국내 경제 및 고용 기여도가 높은 자동차산업에도 지원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자동차융합기술원 원장을 지낸 이항구 아인스(AINs) 연구위원은 “최근 현대차그룹은 미국에서 ‘우리가 대미 투자를 이렇게나 많이 했다’는 식의 홍보를 하는데 이는 미국 측이 더 잘 알고 있는 사안”이라며 “그보다는 한국 자동차산업이 미국시장에 질 좋은 자동차를 합리적 가격에 공급함으로써 소비자 후생에 기여한다는 점을 어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지는 그의 설명이다.

    “미국 정부는 인플레이션에 민감하다. 물가상승으로 소비자 후생이 낮아지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미국 자동차시장은 공급자 우위 시장이 돼 차 가격이 천정부지로 높아졌다. 통계를 분석해보니 미국 소득 기준 하위 40%의 자동차 구매력이 크게 하락했다. 미국 자동차 메이커들은 픽업트럭, 대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를 주로 생산하는데 저소득층이 구입하기 어려운 고가 차량이다. 2026년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고관세 부과로 한국산 자동차 가격이 오르면 결과적으로 미국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적극 알려야 한다.”





    김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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