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77

..

트럼프 입에 웃고 우는 ‘우크라이나 재건주’

미국-러시아 종전 협상에 롤러코스터 움직임

  • reporterImage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입력2025-02-21 09:00:02

  • 글자크기 설정 닫기
    러시아 공격으로 파괴된 우크라이나 미콜라이브카 한 학교에서 구조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뉴시스]

    러시아 공격으로 파괴된 우크라이나 미콜라이브카 한 학교에서 구조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뉴시스]

    “미국과 러시아에서 전쟁 종식 얘기 나왔습니다. 이제 날아갑니다.”(2월 9일 개인투자자 A 씨)

    “꼭대기에서 314주 샀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2월 14일 개인투자자 B 씨)

    최근 우크라이나 재건 관련주가 꿈틀거리면서 포털 종목 토론방에도 투자자의 의견이 많이 올라오고 있다. 미국과 러시아는 2월 18일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서 첫 장관급 협상을 열고 전쟁 종식을 논의하기 위한 고위급 팀 구성에 합의하는 등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전쟁 종식이 가시권에 들어오면서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에 대한 국내 기업들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3년에 걸친 전쟁으로 파괴된 우크라이나 도시 및 인프라를 복구하려면 총 9000억 달러(약 1300조 원)에 이르는 재원이 들 것으로 추정된다. 거대한 시장이 열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관련 업계의 움직임도 분주해지고 있다.

    전쟁이 끝나면 황폐해진 도시 잔해를 치운 뒤 건물을 짓고 도로를 복구하는 게 급선무다. 건설업과 건설기계 분야가 먼저 주목받는 이유다. 그뿐 아니라 철도부터 전력기기, 식량에 이르기까지 관련 업계가 현지 네트워크를 다지는 등 우크라이나 재건 시장 진출을 위해 바삐 움직이는 모습이다.

    전쟁 전 점유율 1위, 건설기계 수혜 전망

    대표적인 기업이 1월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대표 사무소를 개설한 HD현대그룹 계열사 HD현대건설기계와 HD현대인프라코어다. 전쟁 전 HD현대건설기계와 HD현대인프라코어의 우크라이나 건설기계 시장점유율은 약 30%로 1위였으며, 2004년부터 판매·AS망을 마련했다. 재건 사업 진행 시 대폭 늘어날 건설기계 수요를 흡수할 유리한 위치를 이미 다져놓은 셈이다.

    ‌시장에서도 우크라이나 재건주를 주목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2월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HD현대건설기계 주가는 올해 들어(1월 2일~2월 18일) 31.90% 급등했다(그래프 참조). 같은 기간 대동기어(77.06%), HD현대인프라코어(30.62%), 현대에버다임(33.33%), 동일고무벨트(17.99%) 등도 큰 폭으로 올랐다. 모두 우크라이나 재건 관련주로 묶이는 종목이다. 대동기어는 우크라이나 현지에서 농기계를 수입·판매하는 총판사와 계약을 맺었고, 현대에버다임은 산업기계소방특장차 전문기업이다. 동일고무벨트는 미국 중장비업체 캐터필러와 공급 계약을 맺어 재건 테마주로 부각됐다.

    최대 손실 지역은 현재 러시아 점령지

    다만 시장 기대가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관련 종목의 주가 상승세가 주춤하는 모양새다. HD현대건설기계 주가는 지난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쟁을 끝내겠다”고 선언한 여파로 9만 원대를 돌파하며 52주 최고가를 찍은 뒤 약세로 돌아섰다. 현대에버다임, 대동기어, 동일고무벨트 등도 동반 하락 흐름을 보였다.

    재건주가 갑자기 상승 동력을 잃은 것은 미국과 러시아가 구상하는 종전 시나리오가 알려지면서 국내 기업의 수혜가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서는 재건이 필요한 지역 대부분이 현재 러시아 점령지인 점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피터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은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지역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와 관련해 “되돌려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버려라”면서 우크라이나에 영토 포기를 요구한 바 있다. 이런 발언에 비춰볼 때 러시아가 현재 점령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지역은 러시아 국토로 편입될 가능성이 크다.

    양형모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낸 보고서에서 “우크라이나 도시 중 피해가 큰 곳은 도네츠크, 하르키우, 루한스크, 자포리자, 헤르손, 키이우 등으로, 피해 규모가 1200억 달러(약 172조6800억 원)를 넘어 총 피해 금액의 70~80%를 차지한다”며 “만약 러시아 점령지를 러시아가 가져가게 된다면 우크라이나 재건 규모는 기존 추정치 대비 절반 이하로 감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러시아 점령지는 한국을 비롯한 서방 기업보다 러시아와 중국이 재건할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도 우크라이나 재건 기대감이 과도하다며 HD현대건설기계에 대한 투자 의견을 ‘매수’에서 ‘유지’로 낮췄다. 한 연구원은 “언론에 보도된 미국의 종전 구상 제시와 우크라이나 재건 기대 등으로 주가가 단기에 큰 폭으로 상승했다”면서 “목표주가 상향에도 현 주가 대비 상승 여력이 축소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결국 개별 기업의 네트워크만으로 재건 사업 시장이 열려도 의미 있는 성과를 내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외교적 노력 등 정부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유튜브와 포털에서 각각 ‘매거진동아’와 ‘투벤저스’를 검색해 팔로잉하시면 기사 외에도 동영상 등 다채로운 투자 정보를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길진균 기자

    길진균 기자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길진균 기자입니다. 정치 분야의 주요 이슈를 깊이 있게 취재하겠습니다.

    ‘尹 석방’에 與野 조기 대선 준비 ‘일단 멈춤’

    유럽 방위비 증액 기대감에 K-방산株 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