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전주에 자리한 국민연금공단 본사. [국민연금공단 제공]](https://dimg.donga.com/a/700/0/90/5/ugc/CDB/WEEKLY/Article/67/b7/ca/9d/67b7ca9d0a43d2738276.jpg)
전북 전주에 자리한 국민연금공단 본사. [국민연금공단 제공]
“이참에 정부, 국회 눈치 보지 말고 미장(미국주식)에 적극 투자하면 좋겠다.”
국민연금공단의 지난해 운용수익률 추정치가 공개된 이후 온라인 투자 커뮤니티에 등장한 반응들이다. 지난해 말 국민연금 운영수익률은 사상 최고 수준인 15%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 연평균 수익률(2023년 말 누적 기준)은 5.92%인데, 이를 대폭 끌어올릴 만한 수익률을 기록한 것이다. 국민연금 연평균 수익률이 1%p 오를 때 기금 고갈 시기는 5~6년가량 늦춰지는 효과가 난다. 이에 국민연금 가입자 사이에 환호 섞인 반응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국장 손실, 해외주식으로 메워

이 같은 성과는 2023년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가 ‘해외 중심 기금 운용 방식 변화’를 추진한 데 따른 것이다. 기금 고갈 우려가 꾸준히 제기되는 가운데 국내보다 성장성이 강한 해외시장에 투자해 수익을 올리고, 내수경제에서 국민연금의 영향력이 과도하게 커지는 것을 방지한다는 취지였다. 주식은 물론 대체투자(부동산·사모펀드 등) 분야에서도 해외 비중을 키웠다. 전체 운용자산(약 1200조 원) 가운데 해외주식 비중은 2022년 말 27.8%에서 2023년 목표치 30.3%, 2024년 33%로 설정됐다. 같은 기간 대체투자는 13.4%, 13.8%, 14.2%로 증가했다.
실제로 2023~2024년 국민연금 운용수익률에는 해외 자산이 상당 부분 기여했다. 2023년 말 해외주식 수익률은 23.89%로 국내 주식(22.12%)을 소폭 웃돌았고, 지난해에는 11월 기준 국내 주식이 -4.94%를 기록하는 동안 해외주식이 29.72% 수익을 냈다. 지난 연말까지는 해외주식에서 30% 넘는 수익이 발생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체투자 또한 2023년 5.8%, 지난해 11월 기준 9.32% 수익률을 기록했다.
해외주식실장 내부 승진 발탁
기금 운용의 방점을 해외에 두면서 시설과 인력에도 변화를 주고 있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9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신규 해외사무소를 설치했다. 현지 투자 기회를 적극 발굴하고 관련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해서다. 또 최근 연임이 확정된 서원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CIO)은 직후 단행한 실장급 인사에서 ‘해외·대체투자 강화’ 기조를 강화했다. 인사 대상 대부분이 해외·대체투자 부문 실장이었고, 특히 이동진 해외투자기획팀장을 해외주식실장으로 발탁해 ‘서원주 2기’ 첫 내부 승진 사례로 삼은 것이 눈길을 끌었다.
일각에서는 국민연금이 국내 자산시장 부양에 힘쓰지 않는 데 대한 불만이 제기되기도 한다. 국민연금은 국내 주식 비중을 2022년 말 16.3%에서 2023년 목표치 15.9%, 2024년 15.4%로 지속해서 하향했다. 올해 또한 해외주식 비중을 35.9%로 2.9%p 올릴 때 국내 주식은 14.9%로 0.5%p 내렸다. 이런 투자 행보가 국내 증시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앞서 ‘동학개미운동’이 한창이던 2021년에는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리밸런싱(투자 비중 조정)을 두고 ‘주가 하락 주범’이라며 여론이 들끓은 사례도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이 해외 자산 비중을 지금보다 더 늘려야 한다고 지적한다. 홍춘욱 프리즘투자자문 대표는 “국민연금의 궁극적 목표는 기금 규모를 키워 국민의 노후를 지속가능하게 보장하는 데 있다”면서 “국민연금이 기금 운용 원칙 중 첫 번째로 ‘수익성’을 내건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어 홍 대표는 “그럼에도 여전히 국민연금이 수익성보다 국채나 국내 주식을 받아주는 역할에 매여 있다”며 “(국민연금) 국채투자 비중이 45%인데 당장 미국 채권과 비교해도 수익률 차이가 크고, 이 중 일부를 해외주식에 투자했다면 아마 지난해 15%보다 훨씬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슬아 기자
island@donga.com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이슬아 기자입니다. 국내외 증시 및 산업 동향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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