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니 앨범 ‘아모르타주’를 발매한 블랙핑크 지수. [블리수 제공]](https://dimg.donga.com/ugc/CDB/WEEKLY/Article/67/b7/e3/47/67b7e34725eed2738276.jpg)
최근 미니 앨범 ‘아모르타주’를 발매한 블랙핑크 지수. [블리수 제공]
타이틀곡 ‘어스퀘이크(earthquake)’는 듣다 보면 어쩐지 교묘하게 뒤엉킨 듯한 기분이 든다. 노래 각 부분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선명하게 인상을 남기기 때문이다. 호흡을 짚어가며 단음 위주로 흐르던 보컬이 “벗어나려 할수록…”으로 진입할 때면 갑자기 멜로디컬해지고, 심지어 1990년대 댄스가요 같은 인상마저 준다. “바우트 투 블로(Bout to blow)”라는 가사 그대로 터질 것만 같던 긴장이 시원하게 해소되는 건 후렴 부분부터다.
블랙핑크의 또 다른 세계
간단하되 오묘한 모티프로 음역을 옮겨가며 반복되는 후렴은 기하학적인 인상을 준다. 뜨거운 훅은 아니지만 선명하게 각인될 만하고, 무엇보다 안정감이 빼어나다. ‘이제 노래가 제자리로 돌아왔다’는 기분을 느끼게 한다. 거기에 시원하게 달려 나가는 클럽 스타일 하우스 비트가 결합한다. 기분은 ‘이제 춤출 일만 남았다’로 바뀐다. 마침 뮤직비디오 속 지수도 댄서들을 ‘거느리고’ 춤을 춘다. 이는 분명 팝 시장에서 하우스 음악이 제공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점 가운데 하나다.
뮤직비디오는 K팝의 정수를 가져와 멋들어지게 표현해낸다. 전체주의적인 사회에서 권력과 감성이 대결한다는 설정, 질주하는 슈퍼카, 화려한 군무 같은 것은 K팝을 대외적으로 대표하는 이미지라 할 만하다. 어둡고 위압적인 사무실 풍경이나 거대한 스마트폰 자판 위에서 춤추는 댄서들 모습 등을 보면 금붙이 하나 없이도 ‘부티’가 흐른다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그를 믿어도 될까”라는 질문 앞에서 가소롭다는 듯한 웃음을 띠며 가속페달을 밟아버리는 지수의 모습이 전하는 쾌감도 보통이 아니다.
이미 개인 작품을 선보인 다른 멤버들에 비해 지수의 노선은 좀 더 K팝적이다. K팝 정상에서 만들어낼 수 있는 것, 그러나 역시 블랙핑크 틀 안에서는 도무지 상상하기 어려운 어떤 것이다. 네 멤버의 네 방향 이정표가 이렇게 완성됐다. 이를 따라 확장될 새로운 블랙핑크의 세계를 기대하지 않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