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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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기] 우리 애가 갑자기 사라졌다면? 부모들 쓴다는 위치 추적 앱 3종 직접 깔아서 비교해보니

고학년 부모는 ‘도와줘’, 저학년 부모는 ‘라이프360’이 답?

  • 이진수 기자 h2o@donga.com

    입력2025-02-21 11:3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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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 18일 파인드마이키즈 애플리케이션에서 확인한 자녀의 위치 및 배터리 현황. [파인드마이키즈 캡처]

    2월 18일 파인드마이키즈 애플리케이션에서 확인한 자녀의 위치 및 배터리 현황. [파인드마이키즈 캡처]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아이들의 활동 반경이 넓어지면서 부모들의 걱정도 커진다. 학교 가는 길에 혹시 위험한 상황은 없을지, 학원에 시간 맞춰서 잘 갔는지, 집에는 잘 도착했는지……. 아이를 일일이 따라다닐 수도 없는데 걱정은 끝이 없다.

    이런 부모 사이에서 자녀의 실시간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위치 추적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이 화제다. 어린 자녀를 둔 부모뿐만 아니라, 자녀가 혼자 있는 시간이 많은 맞벌이 부부, 학원을 마치고 늦게 귀가하는 중·고등학생 부모 사이에서도 위치 추적 앱에 대한 관심이 높다. 기자가 직접 다운로드 수가 많은 위치 추적 앱 3종(도와줘, 파인드마이키즈(Findmykids), 라이프360(Life360))을 휴대전화에 설치하고 이용하며 장단점을 비교해 봤다.

    주변 소리 듣기 기능은 기대 이하

    2월 10일 대전에서 발생한 초등학생 피살 사건 이후 자녀 위치 추적 앱의 신규 설치가 급격하게 증가했다. 위치 추적 앱은 GPS 기술을 바탕으로 자녀의 실시간 위치와 이동 경로를 파악할 수 있게 돕는다.

    2월 18일 구글 플레이스토어의  ‘출산·육아’ 카테고리 순위 화면 캡처.

    2월 18일 구글 플레이스토어의 ‘출산·육아’ 카테고리 순위 화면 캡처.

    2월 14일 데이터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파인드마이키즈 앱의 신규 설치 건수는 2월 10일 254건, 사건 발생 다음 날인 2월 11일에는 1만7874건으로 약 70배 폭증했다. 2월 18일 기준 해당 앱은 구글 플레이스토어 ‘출산·육아’ 카테고리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자녀 안전에 대한 부모의 불안감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기자는 휴대전화 두 대에 각각 위치 추적 앱을 내려받고 한 휴대전화는 보호자로, 다른 휴대전화는 자녀로 등록해 위치 추적 기능을 실험해 봤다.

    파인드마이키즈는 2016년 미국에서 개발된 자녀 모니터링 앱이다. 기본적인 위치 추적과 SOS 요청 기능은 무료이고, 고급 기능을 사용하려면 월 8000원을 내고 ‘케어’ 플랜을 구독하거나 월 1만4000원인 ‘케어 플러스’ 플랜을 구독해야 한다. 부모는 파인드마이키즈 앱을 내려받고, 자녀는 자녀용 앱인 ‘핀고(Pingo)’를 별도로 설치하면 연동이 가능하다.

    파인드마이키즈 부모 앱을 내려받은 휴대전화에서 ‘네이버 메일 앱’을 차단하니 자녀 앱인 핀고를 내려받은 휴대전화에서 즉시 앱 차단 알림이 전송됐다. [핀고 캡처]

    파인드마이키즈 부모 앱을 내려받은 휴대전화에서 ‘네이버 메일 앱’을 차단하니 자녀 앱인 핀고를 내려받은 휴대전화에서 즉시 앱 차단 알림이 전송됐다. [핀고 캡처]

    기자는 앱의 모든 기능을 이용할 수 있는 케어플러스 플랜을 구독하고 다양한 기능을 살펴봤다. 파인드마이키즈는 세 가지 앱 중 가장 다양한 자녀 보호 기능을 제공했다. 자녀의 휴대전화 환경을 원격으로 제어할 수 있는 기능이 있어서 아이가 실시간으로 이용 중인 앱을 부모의 휴대전화에서 차단할 수도 있었다. 기자가 부모 휴대전화에서 자녀 휴대전화에 설치된 ‘네이버 메일’ 앱을 차단하자 ‘부모님이 네이버 메일 앱을 차단하셨습니다’라는 알림이 뜨면서 해당 앱을 열 수 없었다. 자녀는 필요할 경우 ‘급한 상황이에요’ 버튼을 눌러 부모에게 앱 사용 요청을 보낼 수 있었다.

    자녀로 등록한 휴대전화의 주변 소리를 듣고 있는 화면 캡처. [파인드마이키즈 캡처]

    자녀로 등록한 휴대전화의 주변 소리를 듣고 있는 화면 캡처. [파인드마이키즈 캡처]

    성능이 가장 궁금했던 주변 소리 듣기 기능은 기대에 비해 아쉬웠다. 타자 소리와 말소리만 들리는 사무실에서 파인드마이키즈 앱이 깔린 휴대전화와 자녀용 앱이 깔린 휴대전화를 나란히 두고 테스트해 봤다. 잡음이 심해서 내부에서도 외부에 있는 것처럼 들렸다. 타자 소리와 말소리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고 기자가 바로 앞에서 낸 기침 소리도 작게 들렸다.

    이 외에도 자녀 휴대전화로 오는 모르는 번호의 전화를 차단하거나 자녀가 핀고 앱을 지울 수 없도록 설정하는 기능도 있었다. 이러한 기능은 ‘케어플러스’ 플랜을 구독해야만 이용할 수 있다. 이보다 저렴한 ‘케어’ 플랜을 구독하면 자녀의 위치와 이동 경로, 자녀의 휴대전화 앱 이용 시간, 무음 상태 방지 기능 등이 제공된다. 자녀가 휴대전화를 무음으로 해두었거나, 전화벨 소리를 듣기 못할 때는 큰 신호음을 내서 휴대전화에 주의를 기울이게 할 수 있는 ‘큰 신호음’ 기능도 있었다. 기자가 ‘큰 신호음 울리기’ 버튼을 누르자 먼 곳에서도 들릴 정도로 우렁찬 알람 소리가 울렸다. 

    아이가 탄 버스 속도까지 확인 가능

    2008년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론칭한 미국 앱 ‘라이프360’은 유료 서비스다. 월 8900원(골드 멤버십), 월 5200원(실버 멤버십)으로 구독할 수 있다. 멤버십 간 차이는 위치 기록 저장 기간, 무제한 장소 알림 제공 여부, 40km 이상의 충돌 감지 기능 제공 등에 있다. ‘운전자 보고서’ 기능을 통해 차량이나 대중교통 이용 시 속도와 주행거리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도 있었다. 보호자가 멤버십을 구독하고 가족 ‘서클’을 만들면 구성원이 해당 앱을 함께 사용할 수 있다. 

    기자가 버스에서 내린 후에 받은 라이프360의 주행 알림 캡처.

    기자가 버스에서 내린 후에 받은 라이프360의 주행 알림 캡처.

    기자가 보호자와 피보호자로 각각 등록한 휴대전화 두 대를 챙겨서 점심 약속을 위해 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보호자 휴대전화로 ‘2km의 거리를 안전하게 운전했습니다. ㅇㅇ 근처에서 종료됨. 최고 속도 43km/h’라는 알림이 왔다. 앱으로 자녀의 동선을 지켜보지 않아도 아이가 학원 차를 타거나, 버스를 탔을 때 주행 알림이 자동으로 오는 기능은 유용했다.

    자녀가 탑승한 버스의 속도, 이동 거리, 위치 등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라이프360 캡처]

    자녀가 탑승한 버스의 속도, 이동 거리, 위치 등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라이프360 캡처]

    부모의 차량을 이용한 경우에도 주행 속도, 과속 여부, 급제동과 급가속 여부까지 보고서로 전달됐다.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 여부까지 감지해서 알려주기에 의도치 않게 자아 성찰을 하게 된다. 라이프360 앱은 결제 전 7일간 무료로 체험할 수 있는 기간을 준다.

    가성비 앱 찾는다면 무료인 ‘도와줘’가 답

    2022년 IT 전문기업인 지아소프트가 정식 오픈한 국산 앱 ‘도와줘’는 무료 서비스다. 부모 휴대전화에서 원격으로 자녀 휴대전화 제어하거나 위험 충돌 감지 기능 등은 없지만 SOS 요청과 전화 걸기, 메시지 보내기 등 기본적인 필수 기능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었다. 자녀가 있는 위치의 실시간 거리뷰도 확인할 수 있었다. 육아 카페에서도 “무료 앱인데 생각보다 실시간 위치가 정확해서 좋다”는 평가가 많았다.

    도와줘 앱에서 안심 존에 특정 장소를 등록해 두면, 자녀가 해당 장소에 도착했을 때 알림을 받을 수 있다. [도와줘 캡처]

    도와줘 앱에서 안심 존에 특정 장소를 등록해 두면, 자녀가 해당 장소에 도착했을 때 알림을 받을 수 있다. [도와줘 캡처]

    집이나 집 주변을 ‘안심존’으로 등록하고, 자녀의 도착 시간을 설정하거나 CCTV 기능을 통해 도로의 실시간 CCTV 영상을 확인하고 사고나 공사, 교통 체증 현황을 빠르게 확인할 수 있었다.

    고학년 부모라면 국내 앱, 저학년 부모라면 해외 앱을

    세 가지 앱을 사용해 본 결과 위치 파악 기능은 비교적 정확했다. 각 앱 화면에서 모두 기자가 있는 건물 이름과 주소를 명확하게 볼 수 있었다. 긴급 SOS 요청, 자녀 휴대전화 배터리 잔량 확인, 데이터 및 와이파이 연결 여부를 파악하는 기능은 모두 동일했다.

    파인드마이키즈와 라이프360 앱은 도와줘 앱보다 세부적인 기능이 많았다. 파인드마이키즈 앱은 자녀의 휴대전화 사용을 부모 휴대전화에서 제어할 수 있고, 좀 더 엄격하게 통제할 수 있었다. 파인드마이키즈의 ‘주변 소리 듣기’ 기능이 잘 작동한다면 혹시 모를 위급 상황에 대비해 기꺼이 월 1만4000원을 낼 부모도 많겠으나, 실제로 써보니 소리가 생각보다 깨끗하게 들리지 않아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유료로 이용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월 1만원 이내로 프리미엄 서비스를 구독할 수 있는 라이프 360이 가격 대비 기능 면에서 유용한 선택지로 보였다.

    도와줘 앱에서 SOS 구조 요청을 보내자 부모로 등록된 휴대전화로 즉시 알림이 도착한 화면 캡처.

    도와줘 앱에서 SOS 구조 요청을 보내자 부모로 등록된 휴대전화로 즉시 알림이 도착한 화면 캡처.

    자녀 휴대전화에서 SOS 요청을 했을 때는 파인드마이키즈, 라이프360, 도와줘 앱 모두 버튼을 누른 즉시 부모 휴대전화로 알림을 전송했다. 첫 번째 구조 요청 시도에서는 파인드마이키즈 앱에서 20초 이상 지연이 발생했는데 다음 날 시도했을 때는 10초 이내에 알림이 도착했다. 1초가 중요한 긴급 상황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보완이 필요해 보였다.

    도와줘 앱은 어느 정도 자율성이 필요한 고학년 자녀에게, 파인드마이키즈와 라이프 360 앱은 부모의 육아관에 따라 저학년 자녀 보호에 적합할 것처럼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