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은 인간이 생존하는 데 반드시 필요하지만, 생산 과정에서 적잖은 온실가스를 배출해 환경을 파괴한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 가운데 약 31%가 농업용 토지 개간과 산림 벌채, 축산업 등에서 발생했다. 이에 식량 생산·소비·유통에서 야기되는 환경적 악영향을 최소화할 방법을 모색하는 움직임이 널리 일어나고 있다.
기후변화 영향 적은 식물성 식재료
세계자연기금(WWF) 한국본부는 그 일환으로 지난해 10월 ‘한국의 지속가능한 먹거리(K-Future Foods)’ 보고서를 발표했다. 기후변화에 영향을 덜 미치는 식물성 식재료 52가지를 소개한 이 보고서를 보면 미역·파래·톳 같은 해조류는 수중 환경을 정화하고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 또 각종 비타민과 칼슘·칼륨·인·요오드 등 무기질을 다량 함유하고 있어 영양적 가치도 높다. 해조류 요리를 식단에 넣어 신체 건강과 환경보호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보자.
겨울에만 맛볼 수 있는 생미역, 굴과 함께 국으로 끓여 먹으면 제맛인 파래, 조선시대 기근을 극복하게 해준 톳(왼쪽부터). [GettyImages]
생으로 먹으면 더 쫄깃쫄깃한 미역
미역에는 칼슘과 철분이 풍부하다. 마른미역은 국, 무침, 볶음 등 다양한 요리에 1년 내내 사용되지만, 생미역은 12월부터 2월까지만 맛볼 수 있다. 생미역을 조리하지 않고 날로 먹거나 살짝 데쳐 쌈으로 섭취하면 마른미역보다 쫄깃한 식감과 풍부한 향을 즐길 수 있다.
바다 향이 매력적인 파래
겨울철에 빼놓으면 섭섭한 것이 파래 요리다. 노화 방지에 도움을 주는 파래는 민물과 바닷물이 섞이는 바닷가 바위에 붙어 자라는 해초로 11월부터 3월까지가 제철이다. 파래는 종류가 다양한데 갈파래를 제외하면 대부분 먹을 수 있다. 매생이와 감태도 파래의 일종이다. 파래와 굴을 넣어 국을 끓이면 깊은 바다 향을 느낄 수 있다.
오독한 식감에 철분 가득 톳
오독오독한 식감이 특징인 톳은 오랜 역사를 가진 식재료다. 조선 후기 성리학자 정약전이 쓴 ‘자산어보’에 톳에 대한 기록이 남아 있다. 제주에서는 기근이 심할 때 톳과 함께 밥을 지어 먹으며 굶주림을 견뎠다고 한다. 3월부터 5월까지가 제철인 톳은 미역이나 시금치보다 철분 함량이 높아 빈혈이 있는 여성이나 성장기 어린이가 먹으면 특히 좋다. 생톳에는 독성이 있으니, 톳은 반드시 끓는 물에 데친 후 무침이나 전 등으로 조리해 먹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