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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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값 상승이 증시 폭락 신호? 실제는 금값 오른 해 주식도 올라

이론적으론 금과 주식 가격 반대로 움직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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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경진 기자

    zzin@donga.com

    입력2025-02-26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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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가 ‘대공황’에 진입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불행히도 2025년 역사상 가장 큰 주식시장 폭락이 현실화할 것으로 보인다. 금과 은, 비트코인을 사라.”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의 저자 로버트 기요사키가 2월 9일 자신의 X(옛 트위터) 계정에 올린 글이다. 올해 증시가 크게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이다. 최근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의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위험자산’인 주식이 폭락할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지난 45년간 금 가격과 주식시장의 추이를 살펴본 결과 금 가격이 크게 오른 해 주식시장도 함께 상승했다.

    금·주식 동반 상승 경향성

    지난해 초부터 시작된 금 랠리는 1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 뉴욕상품거래소에 따르면 트로이온스(31.1034768g)당 국제 금 선물 가격은 지난해 2월 19일(이하 현지 시간) 2039.80달러(약 293만3640원)에서 올해 2월 18일 2949.00달러(약 424만1250원)까지 올라 약 44.57% 상승률을 기록했다. 올해 1월부터 2월 18일까지는 약 11.66% 상승했다.

    이론적으로 금과 주식 가격은 반대로 움직인다. 경기침체기나 시장 불확실성이 클 때 투자자의 돈은 위험자산인 주식에서 안전자산인 금으로 옮겨간다. 그 결과 금 가격은 오르고 주식 가격은 내린다. 반대로 경제 호황기에는 위험자산에 돈이 몰리면서 주식 가격은 상승하고 금값은 떨어진다. 최근 금값 상승세가 가팔라졌으니 곧 대공황이 오고 주식이 하락할 것이라는 ‘증시 폭락론’은 이런 이론에 기초한다.

    ‌하지만 이론과 달리 과거 사례를 보면 금값이 크게 오른 해에 주식 가격은 대부분 상승했다. 코스피가 공식 집계되기 시작한 1980년부터 2024년까지 국제 금 선물 가격이 연간 약 20% 혹은 그 이상 상승한 해는 9번 있었다(표1 참조). 이 중 2002년을 제외한 모든 해에 미국 S&P500 지수도 상승했다. 코스피 역시 2002년을 제외하고 모두 올랐다. 주식시장 강세는 금이 크게 상승한 해의 다음 연도까지 이어졌다. 미국 S&P500 지수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었던 2008년을 제외하고 금값이 20% 이상 상승한 해에 이어 그다음 해에도 올랐다. 코스피는 2008년과 2011년을 제외하고 직전 연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1월 중 금값이 크게 뛰면 그해 금 가격과 주식시장이 함께 상승하는 모습도 통계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1980년부터 2024년까지 국제 금 선물 가격이 1월에 5% 이상 상승한 해는 총 12번이었다(표2 참조). 이 중 1983년과 2015년을 제외한 모든 해에 금 가격은 상승했다. 1월에 금 가격이 크게 상승하면 그해 말까지도 금 가격 상승세가 이어진 것이다. 미국 S&P500 지수는 1월 금값 상승률이 5% 이상이던 12번의 해 중 2008년과 2015년을 제외하고 상승했으며, 코스피는 1983년과 2008년을 제외하고 모두 올랐다. 1월에 금값이 강세를 보인 해는 미국 증시와 국내 증시 모두 연중 상승하는 경향을 나타낸 것이다.

    과거 사례를 보면 금값 상승은 증시 폭락 신호가 될 수 없는 것으로 해석된다. 오히려 과거 추세가 앞으로도 이어진다면 올해 증시는 상승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지난해 연간 금 가격 상승률과 올해 1월 상승률은 각각 27.47%, 7.35%로 높기 때문이다.

    올해 증시 폭락 가능성 적어

    퀀트 투자 전문가인 강환국 작가는 올해 증시가 폭락한다는 주장에 대해 “금값이 전년에 크게 오르거나 1월에 크게 오르는 것은 보통 금뿐 아니라, 주식시장에도 좋은 징조”라며 “2008년과 같이 한두 번의 예외를 빼면 금이 전년도 혹은 당해 1월에 강세였던 해에 금, 미국주식, 한국주식 가격이 모두 올랐다”고 설명했다. 이어 강 작가는 “최근 금값이 많이 올라 증시 대폭락이 온다는 주장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었던 2008년 사례만 근거로 한 것”이라며 “기본적으로 대공황과 증시 대폭락은 몇십 년에 한 번 오는 드문 일이라 올해 증시가 폭락할 가능성은 적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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