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벨 테크놀로지의 디지털 신호 처리기(DSP) ‘Ara’(왼쪽)와 광 모듈 ‘COLORZ 800’. Ara는 서버와 랙 사이 빠른 데이터 전송을 지원하고, COLORZ 800은 1000㎞ 이상 떨어진 도심 내 데이터센터끼리 최대 800Gbps(초당 기가비트) 속도로 데이터를 주고받는 것을 가능케 한다. 마벨 테크놀로지 제공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6월 2일(현지 시간)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컴퓨텍스 2026’에서 인공지능(AI) 인프라용 반도체 설계 기업 마벨 테크놀로지(마벨)를 치켜세우며 한 말이다. 이 발언 당시 마벨 시가총액은 1920억 달러(약 291조5000억 원) 수준이었으니 마벨 가치가 5배 이상 성장하리라 본 것이다. 황 CEO 발언 직후 마벨 주가는 종가 기준 전날보다 32.52% 상승해 290.79달러(약 44만 원)까지 올랐다. 6월 11일 종가는 280.71달러로 연중 280.73% 상승했다(그래프 참조). 12일에는 279.70달러로 장을 마쳤다.

1000㎞ 떨어진 데이터센터로 데이터 전송
마벨은 하이퍼 스케일러들의 특정 요구에 맞춰 데이터센터용 반도체를 설계하는 기업이다. 최근 GPU(그래픽처리장치), CPU(중앙처리장치), 메모리에 이어 AI 데이터센터의 주요 병목으로 떠오른 ‘연결성’을 높이는 제품들을 제작한다. AI가 해결해야 할 과제가 복잡해지고 활용해야 할 데이터양이 많아지면서 단일 GPU, CPU, 메모리만으로는 작업을 빠르게 완료하기가 어렵다. 이에 하나의 작업을 여러 GPU, 서버, 랙, 심지어 여러 데이터센터에 나눠 맡겨 처리하는 방식으로 AI가 진화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데이터가 GPU, 서버, 랙, 데이터센터 사이를 빠르고 안정적으로 오갈 수 있도록 이들을 연결하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다.AI 가속기와 메모리 칩 사이 연결을 ‘스케일 업(Scale-up)’, 서버나 랙 사이 연결을 ‘스케일 아웃(Scale-out)’, 데이터센터 간 연결을 ‘스케일 어크로스(Scale-across)’라고 한다. 이러한 연결성의 3가지 층위 모두에서 마벨은 주력 제품을 보유하고 있다. 스케일 업에서는 스위치 ‘스트럭테라’, 스케일 아웃에서는 디지털 신호 처리기(DSP) ‘Ara’, 스케일 어크로스에서는 광 모듈 ‘COLORZ’ 등이 대표적이다.
마벨은 광학적 연결 기술에 강점이 있다. 빛을 이용해 데이터를 전달하는 광 연결 기술은 전기신호가 이동하면서 데이터를 전달하던 기존 방식보다 더 많은 데이터를 빠르게 전달할 수 있고 전력 효율도 높다. 대표적으로 마벨의 광 모듈 제품 ‘COLORZ 800’은 1000㎞ 이상 떨어진 도심 내 데이터센터끼리 최대 800Gbps(초당 기가비트) 속도로 데이터를 주고받는 것이 가능하도록 한다.
연결성 관련 제품뿐 아니라, 맞춤형 AI 가속기(XPU)도 마벨의 핵심 제품이다. 최근 구글, 아마존, 메타 등 하이퍼 스케일러는 자체 XPU를 개발하고 있다. 엔비디아의 GPU가 장악한 AI 가속기 시장에서 새로운 대안을 찾으려는 움직임이다. 하이퍼 스케일러는 자체 XPU 설계 파트너로 브로드컴과 함께 마벨을 선택하고 있다. 마벨은 현재 구글과 TPU(텐서처리장치)의 데이터 처리 효율을 높이는 메모리 프로세싱 유닛(MPU)과 AI 추론용 차세대 TPU 개발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MPU 설계는 이르면 2027년까지 완료돼 시험생산에 들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마벨은 XPU 관련 매출이 2027 회계연도 기준 전년 대비 20%, 2028 회계연도에는 전년 대비 2배 이상 성장할 것이라고 본다.
맞춤형 AI 가속기 설계 매출도 성장세
마벨의 기술력은 실적으로 증명된다. 2027 회계연도 1분기(2~4월) 매출액이 24억2000만 달러(약 3조6800억 원)로 전년 동기 대비 27.6% 오르며 시장 예상을 상회했다. 데이터센터 부문 매출이 18억3000만 달러로 전체의 약 76%에 달했다. 데이터센터 부문 전체 매출에서 연결성 관련 제품은 52%, XPU가 24%, 스토리지 및 기타 제품이 24%를 차지했다. 2027 회계연도 2분기 매출액 가이던스는 27억 달러(약 4조1000억 원)로 역시 시장 전망치보다 높았다. 2027 회계연도 매출액은 전년 대비 40% 상승한 115억 달러(약 17조4800억 원), 2028 회계연도 매출은 전년 대비 45% 상승한 165억 달러(약 25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마벨은 3월 엔비디아로부터 20억 달러(약 3조 원) 규모의 지분 투자를 받았다. 광 연결 기술 관련 경쟁사 사이에서 경쟁력을 확보한 것이다. 마벨은 엔비디아와 광학, NV링크 퓨전(NVLink Fusion), AI-RAN 등 3가지 핵심 축을 중심으로 협업하고 있다. NV링크 퓨전은 엔비디아의 CPU나 GPU를 타사의 칩과 연결하는 기술이며, AI-RAN은 통신 기지국에 AI를 적용하는 기술이다.
마벨은 6월 22일부터 S&P500 지수에 편입될 예정이다. NH투자증권은 6월 8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마벨에 대해 “AI 인프라 투자가 증가함에 따라 마벨의 광 통신 제품 판매 전망이 긍정적이고, 주문형 반도체 수요 증가에 의한 수혜도 지속될 것”이라며 “다양한 데이터센터 및 AI 관련 사업을 바탕으로 향후 강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임경진 기자
zzin@donga.com
안녕하세요. 임경진 기자입니다. 부지런히 듣고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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